영화 <엘머 갠트리>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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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천국, 불신지옥. 노방 전도의 대표적 캐치프레이즈는 불길한 주문 같다. 기독교 신자조차 시험에 들게 할 만큼 속된 전도 방식이자 쉽게 마주치는 광신의 추태다. 그러나 문구 자체는 기독교리의 핵심을 간단 명쾌하게 전달한다. 예수를 믿느냐 마느냐에 따라 최종 목적지가 달라진다.
겨자씨만 한 믿음이 생겼다고 믿은 적이 있었다. 심란한 시간이 길어진 끝에 발견한 곳이 교회였고 어찌하다 보니 세례까지 받게 되었다. 교리문답 시간에 동석한 교우는 유명 여배우였다.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였지만 몇년간 일체의 활동을 중지하고 두문불출했다. 은둔 중인 여배우를 작은 공간에서 마주하니 이것도 은총인가, 잠시 흥분했다.
순조롭던 교리문답은 ‘동정녀 마리아가 예수를 낳았다’는 것을 믿느냐는 질문에서 꼬였다. 여배우는 믿을 수 없다고 부정했다. 교리문답은 민망하게 끝나버렸다. 어찌 보면 건강한 심성의 여배우였다. 믿음은 중한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양심에 따라 예배드릴 권리가 있지만, 종교의 자유는 사람들의 믿음을 남용하는 허가증이 아닙니다.’
엘머 갠트리(버트 랭커스터)는 떠돌이 세일즈맨이다. 빈털터리지만 외모가 훤칠하고 입담이 좋아 여성 편력이 풍부하다. 그는 부흥사 샤론 팔코너(진 시몬스)에 빠진다. 그녀가 원하는 것이 감동적인 신앙 간증인 것을 간파한 그는 신학교 자퇴생 전력의 성경 지식을 특유의 입담으로 소화해 불우한 사람들에게 믿음을 세일즈한다.
하나님을 보스로 삼은 신앙 세일즈맨 엘머 갠트리에게서 실존했던 부흥사로 백만장자가 된 빌리 선데이가 겹쳐진다. 빌리 선데이가 주재하는 부흥회는 볼거리 풍부한 쇼무대와 같았다. 설교 중에 옷을 벗고 곡예를 하고, 공격적인 비속어로 감정을 자극하며 사람들을 열광케 했다. 그가 부흥회를 개최하는 곳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개종했고, 그 속에는 12살 빌리 그레이엄 목사도 있었다.
빌리 선데이는 현실에서 자신의 욕망을 실현할 가망이 없는 사람들, 천국에서 욕망을 풀 기대밖에 없는 약한 사람들을 노렸다. 고단한 삶을 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피안을 상정하여 꾸며낸 이야기가 주는 안락함은 맹신의 늪이다. 현실의 불만은 사냥된 마녀, 인간의 탈을 쓴 악마를 저주함으로써 해소시킨다.
르포르타주 <나는 신이다>는 사이비 목사에 대한 무한한 관용으로 썩어가는 맹신지옥을 폭로했다. 신도들은 자신의 신이 사람이 되는 것을 더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이들의 신앙세계는 인지부조화와 확증편향으로 구축된 사이비의 천국이었다. 비위 약한 사람에게 권하고 싶지 않다.
‘내 민족을 내게 주소서.’ 사랑제일교회가 내건 표어다. 의미심장하다.
서정일 명필름랩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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