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다보니" "출산은 선택"…'딩크' 왜 계속 늘까
'목표 출산율 초점 맞춘 대책 한계' UN인구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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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자영업자 박모씨(38)는 5년 전 아내 김모씨(38)와 결혼했으나 아직 자녀가 없다. 자녀 계획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은 아니다.
도저히 아이를 기를 상황이 아니었다. 이들 부부가 운영하던 식당의 매출이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직하락해 폐업했고 결국 개인회생 절차를 밟게 됐기 때문이다.
결혼 5년 차 직장인 김모씨(30·여)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딩크족'(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이 됐다.
김씨는 '이 단칸방에서 애를 키울 수 있을까 '임신하면 직장은 어떻게 하지' '아이를 낳으면 누가 돌봐주지' '시부모님과 부모님 모두 아기를 돌봐줄 상황이 안 되는데' 등 고민을 거듭하다가 출산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됐다.
◇아이 낳고 싶은 사회 만들어야
이 같은 현실은 유엔인구기금(UN Population Fund)의 최근 평가와 맞닿아 있다. 유엔인구기금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발표한 '2023 세계인구보고서'에서 국내 한 연구를 인용해 "한국인들이 아이를 안 낳는 것은 출산을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출산을 선택할 권리가 없어서다"고 지적했다.
출산은 개인의 선택이므로 국가는 아이 낳고 싶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유엔인구기금은 그러나 목표 출산율을 숫자로 정해 추진하는 국가의 출산 독려 정책엔 회의적인 시각을 비쳤다.
유엔인구기금은 "1994년 국제인구개발회의 개최 이후 정부 주도 목표출산율 달성 정책에서 벗어나는 것이 국제적 흐름이었다"며 "(한국과 일본 등) 몇몇 국가는 이후 20년간 정책을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15년간 200조원 이상 돈을 풀었는데도 저출산 문제는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지난 2월 출생아 수 1만9939명은 1981년 월간 출생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다.
딩크족이 출산을 꺼리는 주요 이유는 '돈'이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이모씨(35)는 "아이를 키우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돈"이라며 "대학 때 한눈 안 팔고 제때 취업하고 한 푼 안 쓰고 모아도 지금 월급으로는 아이와 살 집 하나를 서울에 마련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내 몸 하나 건사 못하는데 나 좋자고 아이를 낳는 것은 내 욕심 같다"고 했다.
경력 단절 걱정은 출산을 가로막는 '벽'과도 같다.
신입사원 김모씨(32·여)는 "아이를 낳아 2~3년 쉬면 알게 모르게 뒤처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결혼과 출산도 이제 선택할 수 있는 시대인데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면서까지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고 했다.
올해 10월 결혼한다는 대학원생 이모씨(31·여)도 "남자친구와 결혼 후 해외여행 등 자기개발에 더 투자하기로 했다"며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더 행복할 수 있는 곳에 쓰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이민 정책, 저출산 해결책"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해 딩크족은 자녀 세대가 감당해야 할 비용이 많이 든다고 판단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혼할 수 있는 사회적 위치나 소득수준이 과거보다 올라갔고 맞벌이하지 않으면 자녀 양육이 어려워졌다"며 "더블인컴(맞벌이)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석학이 한국의 저출산 해결책으로 이민 정책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크레이머 시카고대 교수는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과 진행한 사전 인터뷰에서 "저출산 문제를 겪는 선진국들이 이민 정책을 통해 경제활동 인구를 확충하고 있다"며 "홍콩과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대상 특별 비자 프로그램'을 참고할 만하다"고 밝혔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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