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하청업체 근로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한 중대재해와 관련해 원청업체 대표가 처벌된 것은 두 번째다. 지난 6일에는 법원이 온유파트너스 대표이사 B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
A씨는 지난해 3월 야외작업장에서 일하던 도급업체 소속 직원 C씨(60대)가 1.2t 무게의 방열판에 다리가 깔려 숨진 사고와 관련해 재판에 넘겨졌다. 온유파트너스 B씨는 지난해 5월 경기도 고양시 요양병원 증축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40대 하청 노동자 추락 사고로 기소된 바 있다.
두 사람은 같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결과는 법정 구속과 불구속으로 엇갈렸다. 재판부 판단을 가른 것은 ‘잦은 안전조치 의무 위반으로 산업재해를 반복한 사업주’였는지가 핵심이었다. 빈번한 사고에도 재해 예방을 위한 구조 개선에 나서지 않은 한국제강 대표에게 더 큰 책임을 물었다.
재판부는 A씨가 2007년부터 한국제강 대표이사로 재직한 이후 수차례 안전조치 의무 위반 사실이 적발되고 산업재해 사망사고까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0년 6월 검찰청·고용노동부의 합동점검에서 안전조치 의무 위반 사실이 적발돼 이듬해 벌금형을 받았다. 2020년 12월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창원지청이 실시한 사고예방감독에서도 안전조치 의무 위반 사실이 발견돼 이후 다시 벌금형을 받았다.
2021년 5월에는 산업재해 사망사고도 발생했다. 한국제강 사업장에서 고철 검수작업을 하던 40대 근로자가 고철을 하역하려고 이동하던 트럭에 치여 숨졌다. 이 사건으로 A씨는 지난 2월 대법원에서 벌금 1000만원이 확정됐다. 이후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정기 감독’에서 이 사건으로 안전조치 의무 위반이 적발돼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재판부는 “한국제강에서 수년간 안전조치 의무 위반 사실이 여러 차례 적발되고, 사망사고까지 발생한 것은 근로자 등 안전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에 고양지원은 온유파트너스 대표 B씨가 과거 산업재해 관련 범죄 전력이 없단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권영국(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 변호사는 “안전조치 의무 위반으로 여러 차례 벌금형을 선고받거나 근로감독에 적발됐던 점이 판결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다”며 “한국제강 실형 선고는 진일보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노동계와 재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국노총은 “예방할 수 있는 재해였음에도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준수하지 않아 노동자가 죽었고, 이에 대해 사법부가 엄중한 심판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임우택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안전보건본부장은 “현장의 안전보건 조치 여부를 직접 관리·감독할 수 없는 대표이사에게 경영책임자라는 이유만으로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가혹한 처사”라고 했다.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조사팀장도 “원청은 하청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할 수 없는데도 최근 판결로 원청에 대한 책임이 가중돼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법 예측 가능성을 높여 산업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창원·고양=안대훈·나상현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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