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선고, 원청 대표 첫 실형, 왜?

창원지법, 한국제강 대표이사에 징역 1년 법정구속

한국제강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국제강 대표이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원청 대표가 실형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1부(강지웅 부장판사)는 26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16일 경남 함안의 한국제강에서 1.2t 무게의 방열판이 떨어지며 작업 중이던 60대 B씨를 덮쳐 숨진 것과 관련해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法"입법목적 고려하면 엄중 처벌해야"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A씨와 한국제강 법인에 각각 징역 2년 벌금과 1억500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이번 재판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경영책임자에 대해 실형을 선고할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신설된 개념인 '경영책임자'에 해당하는 자에게 산업재해 사망사고에 관한 형사책임을 어느 정도로 부과할 것인지 문제가 된 것이다.

재판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목적 등을 고려하면 엄중한 형사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중대재해사고를 기업의 조직문화 또는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로 인한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는 차원에서 최근 새로운 법률이 만들어졌다"며 "안전사고 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해 경영책임자 개념을 신설하고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부담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제강 사업장에서 수년간에 걸쳐 안전조치의무 위반 사실이 여러 차례 적발되고 산업재해 사망사고까지 발생한 것은 사업장에 안전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A씨는 이전에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사고로 형사재판을 받는 와중에도 경영책임자로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 등 피고인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최종 평가기준이 마련되기도 전에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준비기간이 부족했다고 주장한다"며 "시행일까지 1년의 시행유예 기간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해당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조계 "아직 처벌 미미한 수준", 업계 "처벌이 능사는 아냐"
법조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처벌이 미비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제강의 경우 1년 전 발생한 다른 사건의 사망사고 때문에 실형이 나온 것으로 온유파트너스의 선고와 큰 차이점은 없으며, 여전히 처벌 수위는 낮다는 것이다.

손익찬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변호사는 "한 사업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총체적인 시스템의 실패라고 보는 관점이 반영된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산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까지는 아직 처벌이 미비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기업체 입장에선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잘못하면 처벌 받는 것은 맞지만 처벌이 강해지면 기업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첫 판결을 받은 온유파트너스의 경우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실형을 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