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국민 상식 부합하는 선고"·민주노총 "낮은 형량 선례 될까 우려"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TF 논의 방향에 영향 미칠지도 주목
"중대재해처벌법을 지켜라!" |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한국제강 대표이사가 26일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면서 노동계와 산업 현장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작년 1월27일 시행된 이후 근로자의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원청 대표이사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1부(강지웅 부장판사)는 이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한국제강 대표이사 A씨에 대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16일 경남 함안의 한국제강에서 작업 중이던 60대 B씨가 1.2t 무게의 방열판에 다리가 깔려 숨진 것과 관련해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번 선고는 이 법과 관련한 두 번째 판결이다. 앞서 의정부지법은 지난 6일 온유파트너스 대표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온유파트너스 대표는 지난해 5월 고양시 요양병원 증축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하청노동자 추락 사고와 관련해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이행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1호 판결'로서 양형 수준에도 이목이 쏠렸지만 지난 6일 집행유예 선고가 나오자 노동계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양대 노총은 이번 실형 선고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구체적으로는 다소 결이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한국노총은 성명에서 "예방할 수 있는 재해였는데도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준수하지 않아 노동자가 죽었다"며 "이에 사법부가 엄중한 심판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이번 선고가 중대재해 예방의 중요성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이번 판결처럼 국민 상식에 부합하는 선고가 이어지기를 사법부에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노총은 여전히 처벌 수위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논평에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첫 번째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산업안전보건법 수준보다도 낮은 검찰의 구형과 법원의 선고가 앞으로 기준·선례가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정한 최저 형량인 '징역 1년'의 선고가 내려진 데 대한 비판인 셈이다.
앞서 한국제강은 2021년 5월 24일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사고로 작년 5월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올해 2월 2심에서 벌금 1천만원으로 감형돼 확정됐다.
한국제강은 이 사망사고 직후인 2021년 5월 27일 노동부 감독을 받았는데, 이때도 안전조치 의무 위반 사실이 적발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중대재해처벌법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이번 판결이 예상한 수준에서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한국제강과 관련해 "기존 사망사고로 재판을 받는 중에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안전조치 위반으로 인한 전과도 여러 차례 있다"며 "이에 법원도 이번 사망사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이 중대재해처벌법령(법률·시행령) 개선 태스크포스(TF) 논의 방향에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노동부가 올해 1월 발족한 이 TF는 오는 6월까지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방향을 논의한다. 이 법의 추진 현황과 한계·특성 등을 진단해 종합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경영계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모호한 조항이 많고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며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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