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인구구조 변화 대응책 내놔
보육 대상·고령층 친화 상품 출시도
일본 도쿄시내에 있는 일본 주요 금융회사인 MUFJ은행(三菱UFJ銀行·미쓰비시UFJ 은행) 지점. 도쿄=신혜원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언제든지 빌리고 갚으세요. 자녀학비나 생활비로 폭넓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일본 미야기현(宮城県) 77은행은 예상치 못한 자녀교육비를 지출할 때 사용할 수 있는 ‘77 교육 카드론’을 만들었다. 대출을 위한 수입 기준이 없는 이 카드론은 시중은행이 추진하는 카드 대출보다 저렴하다. 보증료도 은행에서 보장한다. 원금 상환도 은행에 갈 필요 없이 ATM을 통해 갚으면 된다.
보수적인 일본 금융기관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변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일본의 출생아 수가 사상 처음으로 80만명 아래로 떨어져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중요 현안으로 저출산을 꼽았다. 인구구조에 적합한 상품부터 직원 복지까지 다양한 저출산대안을 논의하고 있다.
가장 먼저 저출산대책을 시도한 기관은 일본 주요 금융회사인 MUFJ(三菱UFJ銀行·미쓰비시UFJ은행)이다. MUFJ는 그룹 차원에서 2019년 7월 지속 가능한 금융목표를 수립한다. 첫 번째로 내세운 목표는 인구고령화 및 저출산이었다. 은행 내에 지역활성화를 위한 펀드를 조성하는 등 지역소멸을 막기 위한 펀드도 내놨다.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고령화 현상을 대비한 상품도 있다. 일본 정책금융공고(JFC)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창업자금을 지원한다. 기존에는 청년 및 여성을 상대로 한 정책이었으나 고령자 대상으로도 확대한 것이다. 창업 대출뿐만 아니라 창업에 필요한 정보도 제공한다. 그 결과, 일본 내 55세 이상 고령자 창업기업 수는 2020년 4701개로, 2016년 3208개보다 크게 증가했다.
직원 복지를 확충한 금융권도 있다.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올 3월 미쓰이스미토모해상화재보험(MSIG)은 4월부터 육아휴직자의 팀 동료들에게 응원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금액은 근무지와 부서 규모, 휴직자의 성별 등에 따라 결정되며 최대 10만엔(우리 돈 약 100만원)이 일시금으로 지급된다. 육아휴직을 하는 직원이 있어도 남은 직원이 부담 없이 일할 수 있게 한 것이다.
MSIG는 팀원 수 13명을 기준으로, 그 이하인 팀에서 여성이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동료들에게 10만엔씩 지급된다. 휴직기간이 짧은 남성이 휴직하면 동료들은 3만엔(30만원)을 받게 된다. 물론 팀원이 13명이 넘을 경우에도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인구감소를 대비해 특별한 복지를 마련한 은행도 있다. 일본정책투자은행(DBJ)은 직원에게 건강관리 등급을 부여하고, 이에 근거해 직원 대출에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저출산으로 유능한 직원을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해 인력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해당 은행에서는 2011년부터 10년간 234건의 직원 대출이 실행됐고, 직원들은 총 3120억엔(31억2000만원)을 받았다.
일본 은행의 이 같은 변화는 일본 정부의 저출산대책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일 일본 정부는 총리 직속의 ‘아동가정청’을 출범하는 등 행정조직을 대거 개편하기도 했다. 2021년 9월 디지털청 이후 처음으로 일본 정부에 신설된 중앙행정기관이다. 일본은 아동가정청으로 각 부처에 흩어져 있던 출산‧보육 담당조직을 일원화했다.
한국에서도 미약하지만 저출산 시대에 걸맞은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미 자녀가 있거나 자녀계획이 있는 가정에게 혜택을 주는 식이다. 지난 5일 하나은행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신규 또는 기한 연장하는 다자녀 가구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금리를 인하해주기로 결정했다. KB국민은행은 ‘KB 신혼부부·다둥이 전세자금대출’을 통해 미성년 자녀가 2인 이상인 경우 0.15%포인트 우대금리 혜택을 준다. IBK기업은행은 난임부부, 신혼부부, 다자녀가구에 우대금리를 지원하는 ‘IBK 힘내라! 우리가족대출’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난임부부와 만 19세 이하 자녀 2명 이상인 다자녀가구가 자녀를 출산하면 0.8%포인트 금리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결혼 5년 이내 신혼부부가 자녀를 출산하면 0.4%포인트의 금리 감면 혜택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정부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권 등에서도 저출산 문제해결에 적극적인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 세계가 저출산에 대해 각종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도 경제를 유지하려면 기업이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 청년층과 동시에 고령자를 지원하는 식으로 금융상품 등이 개편돼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외국인 고용을 장려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