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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천태만상 가짜뉴스

'디지털 뱅크런' 부르는 가짜뉴스…한은 "AI 감시체계 만들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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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에 맞는 규제·예금자보호제도 마련 필요"
"예대금리차 정부 개입, 당연한 얘기…통화정책 효과 반감하지 않아"
"기준금리 낮추려면 훨씬 더 강한 증거 있어야"

머니투데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기자단과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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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금융권을 뒤흔든 일부 저축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악성 루머와 관련, "페이크뉴스(가짜뉴스)는 일벌백계하고 (금융시장) 교란요인을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에서 가짜뉴스를 잡아낼 AI(인공지능) 감시체계를 만들고 디지털 시대에 맞는 예금보호제도 마련 등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 총재는 13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기자단과 만나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과 만나 이야기 해보니 디지털 이코노미(경제)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규제나 예금보호제도를 어떻게 바꿔야할지 고민들이 많은 것 같다"며 이처럼 말했다.

앞서 지난 12일 '지라시' 하나가 금융권을 흔들었다. 웰컴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에서 1조원대 결손이 발생했다며 이들 은행 계좌가 지급정지될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 '잔액 모두 인출 요망'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해당 저축은행 측은 곧장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경찰에 수사의뢰했고 금융감독원도 "현재 저축은행 수신 등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상태"라고 진화에 나섰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디지털뱅킹이 워낙 발달해서 (가짜뉴스로) 한 두개 은행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이 발생하면 사람들이 돈을 빼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를 수 있다"며 "AI로 (가짜뉴스를) 먼저 잡아서 이게 페이크뉴스인지 아닌지 알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페이크뉴스가 나오면 갑자기 결제수요가 커질 수도 있어 은행으로부터 받아놓는 담보 비율을 더 늘려야 하나 고민이 있다"며 "예전 같으면 은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며칠 사이 예금을 돌려줘도 문제가 없었는데 지금은 2~3일이 아니라 2~3시간 안에 돈을 다 빼갈 것이기 때문에 한은이 얼마나 빨리 돈을 쏴주는지도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시대에 맞는 레귤레이션(규제)과 예금보호제도를 마련하고 가짜 뉴스를 모니터링 해 소셜미디어에 안 퍼지게 하느냐가 새로운 과제로 등장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런 고민이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이 총재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과 만나서도 비슷한 의견을 공유했다며 "파월 의장이 SVB(실리콘밸리은행) 사태에 가장 놀란 것이 돈이 빠지는 스피드(속도)였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와서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을 만나니까 절반 이상이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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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기자단과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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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 총재가 거시경제·금융현안 비공개 간담회에서 '금융당국의 시중금리 미세 조정이 통화정책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거듭 부인했다.

이 총재는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지금처럼 금리가 오르면 예대금리차가 커질 수밖에 없지만 예대금리차가 너무 커지면 (차주들이) 고통스럽고 어려워진다"며 "은행들은 과점적 요소도 있고 수익성도 높은 상황이니 (예대금리차를 줄여) 사회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정부 정책에 동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은행의) 마진을 좀 줄이도록 지도하거나 부탁하는 건 당연한 얘기라고 생각한다"며 "금감원에서 은행들에 (대출금리 인하) 이야기를 하는 것이 통화정책 효과를 반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로의 통화정책 전환 논의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 총재는 "하반기에 물가상승률이 3%로 갈지도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이라며 "기준금리를 낮추려고 하면 (물가가 완전히 잡혔다는) 훨씬 더 강한 증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금리를 낮출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경기 둔화를 우려하는 정부 내에서 경기 대응을 위해 물가가 3% 중반대에 이르면 금리 인하 등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선 "경기가 진짜 걱정하는 것처럼 떨어질 것이냐도 봐야 한다"며 "(우리 경제는) 반도체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반도체 가격이 빨리 회복되면 성장률이 (예상보다) 좋아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왜 자꾸 하반기에도 (경기가) 나빠질 거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하반기 반도체 경기와 물가 및 성장 패스(경로)를 보고 (금리인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원화도 약세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해선 "우선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속도가 줄었고 무역수지가 나빠진 영향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연금과 통화스와프 발표 이후 환율 움직임을 보면 최근 환율이 기대에 따라 움직이는 게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고정환율만 생각하는데 경제 변동에 따른 환율 변동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율이 너무 빨리 움직여 시장이 제대로 작동 안하거나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있다면 해결해야 할 한다"면서도 "옛날처럼 환율이 오르면 외채가 오른다는 등의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워싱턴 D.C.(미국)=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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