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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선거제 개혁

선거제 개혁 기획, 중심 잡힌 어젠다 제기…챗GPT 부작용도 다뤄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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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독자위원회 4월 정기회의

경향신문

경향신문 독자위원회 2기 구성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신지영 고려대 국문학과 교수, 곽경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김지원 단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위원장), 박은정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김봉신 여론조사전문기업 조원씨앤아이 부대표, 이승환 한국공인회계사회 선임, 김준기 경향신문 뉴스콘텐츠부문장.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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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칼럼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 행정부 압도적 권력 등 지적…정치개혁에 대한 공감 이끌어
육아·가족 돌봄 등으로 인한 한국 사회 문제 다룬 ‘시간 빈곤자의 2023년’ 시리즈 보도 시의적절
종합 뉴스레터 ‘점선면’ 놓치지 말아야 할 이슈들 잘 요약정리해줘…꾸준히 유지될 수 있기를

경향신문 독자위원회가 지난 5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2023년 4월 정기회의를 열었다. 김춘식 위원장(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주재로 열린 회의에 김봉신(여론조사전문기업 조원씨앤아이 부대표), 김지원(단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신지영(고려대 국문학과 교수), 조상식(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위원이 참석했다. 곽경란(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박은정(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이승환(한국공인회계사회 선임) 위원은 서면으로 의견을 냈다. 경향신문에서는 김준기 뉴스콘텐츠부문장이 함께했다.

회의에서는 선거제도 개혁을 모색한 <국회의원 선거제도, 이번엔 바꾸자> 기획 시리즈가 여론에 편승하지 않고 한국 정치의 개혁을 위해 필요한 어젠다를 제기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의 시리즈 칼럼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도 정치개혁에 대해 공감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향신문 종합 뉴스레터 ‘점선면’이 독자들에게 놓치지 말아야 할 이슈들을 환기시켜준다는 평가가 있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의 세계적인 유행뿐 아니라 부작용에 대해서도 심층 보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춘식 = 박명림 교수가 지난달부터 정치개혁에 대해 쓰고 있는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 연재 칼럼이 인상적이다. 우리 국회가 하는 일도 없는 것 같고 의원 숫자 300명도 많으니 줄여야 한다는 얘기들이 많은데, 이 칼럼은 정반대의 제안을 한다. 민주주의는 입법·사법·행정 3부 간의 견제와 균형으로 운영되는데 한국은 행정부가 압도적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이 간다. 제왕적 대통령제에 관한 비판과 개혁에 대해 논의가 있긴 하지만 주로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에만 이뤄지고, 선거가 끝나면 잊히곤 한다. 언론의 취재와 보도 관행도 행정부보다 국회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이 많은 편이다. 국회의 역할을 강화하자는 박 교수의 주장이 일반적인 인식과는 차이가 있지만 민주주의를 위한 정치개혁의 해법으로 국민들에게 진지하게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신지영 = <영남·청년 이반 ‘실점’에…윤 대통령, 보수 결집 ‘전력투구’>(4월2일자), <‘들어라’만 있고 ‘듣기’는 없는 주입식 국정홍보>(3월30일자), <탁탁 발로 바닥을 차야 쿵쿵 심장이 뛰는 여자들>(3월31일자) 등 재치 있고 감수성 있는 기사 제목들이 눈에 띄었다. 신문의 제목은 독자들의 눈에 쉽게 보이고 많이 읽히는 글이어서 글쓰기 교육의 효과도 있다. 3월31일자 <‘짝퉁 사치품’ 판매한 일당 적발> 기사가 제목과 본문 모두에서 이른바 ‘명품’이라는 명칭 대신 ‘사치품’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올바른 관점이다. 제목에 외래어를 쓰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로드맵’ ‘엔데믹’ ‘아그레망’이라는 표현들이 쓰였는데 익숙지 않은 독자들에겐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일제 강제동원과 관련된 기사들에서 ‘강제동원(징용)’이라 쓰고 있는데, ‘징용’은 합법적 행위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어 역사왜곡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안 쓰는 것이 맞다. 한국 사회에서 육아와 가족 돌봄 등으로 인한 시간 빈곤이 소득 빈곤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취지의 <시간 빈곤자의 2023년> 시리즈는 적절한 시점에 충실한 취재를 통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어젠다를 제시한 기획이다.

김지원 = 언론의 서울 중심적 담론들이 지역 사안에서는 어떻게 구현되는지 보기 위해 지난달 경향신문의 지역 뉴스를 집중적으로 봤다. 3월13일자 <‘다문화 학생 70%’…수업 진행 버거운 교실>, 같은 날 <‘불’ 빠진 제주들불축제…존폐 논란 휩싸여>, 3월17일자 <서울 밖 뮤지션들. 모로코 남자가 대만 가려다 제주 와서 ‘K뮤지션’ 된 사연은…>, 3월30일자 <‘합계출산율 1위’ 지역인데 ‘인구소멸’ 위기? 이유가 뭘까> 등의 기사는 사회 이슈를 지역의 구체적인 사례로 풀어낸 재미있는 기사다. 다만 문제의 해결책 등에 대해 좀 더 심도 있는 논의나 제안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역 축제 소개 등 홍보성 기사들보다 이런 의미 있는 기사들이 더 나왔으면 한다. 문화 뉴스가 책이나 영화, 연극과 같은 기성 예술에 집중되어 있다.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의 문화 현상을 다뤘으면 좋겠다. ‘사람과 사람면’을 보면 유명한 사람,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다양한 사회 구성원, 특히 소수자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데 좀 더 신경을 썼으면 한다.

김봉신 = 정치권에서 선거법 개혁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경향신문이 국회의원 정수 확대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을 높게 평가한다. 3월22일자 <국회의원 선거제도, 이번엔 바꾸자. 힘 커진 정부 견제·승자독식 타파…학계선 “국회의원 늘려야”>, 3월23일자 <선거제 개편 논의 ‘의원 정수 확대’ 빠졌다> 기사에 이어 3월30일자에는 박명림 교수의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 의회 확대가 민주주의와 복지국가로 가는 지름길이다>라는 칼럼이 실렸다. 정치혐오에 바탕을 두고 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많은 상황에서 여론에 편승하지 않고 정치개혁을 위해 필요한 주장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 문제를 다룬 4월5일자 <‘2030 개혁의 딸’서 ‘강성 팬덤’ 오명까지…개딸이 말하는 ‘개딸’>도 좋은 시도다. 민주당 지지자 4명을 인터뷰해 진짜 개딸의 입장에서 하는 얘기와 함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개딸 현상을 제대로 짚어줬다.

조상식 = 양곡관리법 관련 기사들이 많이 나왔는데 정치권 움직임을 단순 보도하는 차원을 넘어 농민들의 현장 목소리를 담아낸 깊이 있는 내용들이 좋았다. 4월4일 단독 보도된 <보훈처 건립 추진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알고 보니…‘대통령’ 기념관 아니었다> 기사는 국가보훈처가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독립운동을 포장해 기념관 설립을 추진한다는 내용으로 접근하며 이슈를 주도했다. 3월20일부터 <윤석열 정부 교육개혁 1년> 시리즈 기사가 나왔다. 정부가 출범한 지 1년밖에 안 돼 평가가 이른 측면이 있지만 주제들을 잘 선정했다. 특히 자사고와 특목고를 다룬 기사가 심층적이었다. 3월23일에 챗GPT의 부작용과 해외 규제 사례를 다룬 <‘챗GPT, 회사서 쓰지 마’…미국 대기업들도 금지령> 기사가 나왔는데 단순 사실보도 수준이다. 챗GPT의 부작용 문제를 기획기사로 심층 보도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서울시의회에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발의됐다. 교육계에 중요한 문제인 만큼 집중적으로 분석해 다뤘으면 한다.

이승환 = 경향신문의 오피니언 코너가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3월11일자 보일 스님의 칼럼 <챗GPT가 삼장법사가 될 수 있을까?>는 제목에서부터 위트가 넘쳤다. 챗GPT의 한계와 활용 등에 대해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 3월31일자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고철연구소장의 <자본주의를 퇴화시키는 ESG 평가> 칼럼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어떻게 변질돼 기업의 탐욕에 면죄부를 주는지 보여주는 의미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피니언 코너가 사회 각층의 다양한 전문가로부터 좋은 글을 받아 독자들과 나누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전두환씨 손자 전우원씨 관련 기사에서 특정 상장사들을 실명으로 거론하며 전두환씨 비자금과 연관이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언급된 상장사들의 현재 대주주는 물론, 개인투자자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 전우원씨 말의 신빙성을 검증하면서 신중한 보도가 필요하다. 박명림 교수의 연재 칼럼은 ‘역시 경향이네’라 평가할 만한 기획이다. 선거제도 개혁 기획 시리즈도 국회의원 증원 등에 대해 비판 여론몰이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 유권자와 전문가의 대담 등을 통해 선거개혁이 얼마나 중요한지 짚어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곽경란 = 3월13일자 <생존 피해자 3명, ‘3자 변제’ 공식 거부…“정부, 접촉 멈춰라”> 기사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들이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을 공식 거부했다고 하면서 외교부 입장, 국회 토론회 등을 소개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향후 당사자의 의사에 반한 3자 변제의 효력이 법적 쟁점이 될 것이라 했다면서 김세은 변호사의 의견을 전달했다. 김 변호사는 기사에서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으로 소개된 임재성 변호사와 같은 로펌이고, 미쓰비시 사건 대법원 선고 얼마 전에 담당변호사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 사안에 있어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전문가가 아니라 이해관계자다. 김 변호사의 의견을 인용하기 위해서는 전문가가 아니라 피해자 대리인으로 소개했어야 한다. 이해관계자가 전문가의 지위에서 발언을 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점검해주면 좋겠다. 경향신문은 유튜브에서 <이런 경향>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콘텐츠의 양과 들이는 노력에 비해 조회수가 너무 적다. 몇백건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전달이 잘되지 않는 이유를 점검하고, 신속하고 과감하게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

박은정 = 정부의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의 문제점을 지적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톺아보는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시리즈 기사가 의미 있었다. 국제감축이나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등의 현실성을 꼼꼼히 따져보며 대안까지 제시했다. 정부가 제시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계획에는 국제기준에 걸맞은 탄소중립도 녹색성장도 없다. 중요한 국가 기본계획인 만큼 과정과 결과에서 도출될 여러 문제점을 잘 전달해주길 바란다. 경향신문의 과학 관련 기사는 과학, 우주항공 분야의 새로운 기술을 전달해줘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다만 대부분의 기사가 단순 소개에 그치고, 관련 국내외 정책을 다루지 않아 아쉽다. 경향신문 종합 뉴스레터 ‘점선면’을 구독하고 있다. 주제가 다양하고 놓칠 수도 있는 이슈를 한 번 더 검토할 수 있게 해줘 도움이 된다. 뉴스레터의 구성도 좋다. 요약정리도 잘돼 있어 읽기에 편하다. 일주일에 4일 발송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일 텐데 꾸준히 유지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춘식 = 챗GPT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이 혁명적인 변화의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챗GPT 등 AI가 기득권 질서를 고착화하고 환경을 파괴하며 인간의 노동을 착취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AI가 양면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해외에서는 AI 개발을 늦추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경향신문이 AI의 부정적 측면에 문제 제기하는 도전적 보도를 하면 어떨까 한다.

정리 |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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