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만에 열려···의원 100명 의견 듣는 기회
여, 의원 정수 축소와 병립형 비례대표제 주장
야, 시행령 행정·이권에 흔들리는 관료 비판
뚜렷한 결과 내놓지 못한 채 빈손으로 마무리
김영주 국회 전원위원회 위원장이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전원위원회 회의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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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 개편을 위해 19년 만에 열린 국회 전원위원회가 13일 막을 내렸다. 공개된 자리에서 의원 100명 의견을 육성으로 듣는 기회였지만, 뚜렷한 결과를 내놓지 못한 채 빈손으로 마무리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야 의원 20명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전원위에 참석해 선거제 개편 방향에 관한 각자의 의견을 내놨다. 나흘간의 전원위 일정 중 마지막 회의였다.
여당 의원들은 대체로 의원 정수 축소와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를 주장했다. 첫 발언자로 나선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의 60%가 의원 정수 확대를 반대하고 있다. 국민들께서 원하시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당 김병욱 의원은 “국회 불신과 혐오를 종식시키기 위해 의석수를 늘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여야 한다”며 “보스 정치인들의 전리품처럼 쓰여온 비례대표제를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뾰족한 다수 의견이 보이지 않았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의원 수를 줄여서 입법부의 역할이 약화하면 누가 가장 좋아하느냐.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도 시행령을 만들어서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행정부, 각종 이권의 유혹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그 많은 관료를 누가 견제하느냐”고 밝혔다. 반면 같은 당 이원욱 의원은 “국민의 (선거제 변화)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말한 국회의원 의석 30명 축소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자”고 말했다. 비례대표제를 놓고도 야당은 개방명부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박주민 의원), 비례 의석 늘리면서 권역별 비례와 전국구 비례 의석 조합(이상민 의원) 등으로 구상이 엇갈렸다.
지역구 선거 방식을 두고는 여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의 “서울과 수도권 대도시를 시범으로 해서 중대선거구제를 도입” 주장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현행 소선거구제 유지”를 말했고, 양기대 민주당 의원은 “생활권 및 지자체 중심의 선거구제 개편”이라는 변형된 중선거구제 의견을 내놨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국민의 정치 불신을 악용한 국회의원 정수 축소 주장이나 이전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자는 것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로 돌아가는 매우 퇴행적 주장”이라고 했다. 지난 5일 재보궐 선거로 당선된 강 의원에겐 이날이 국회 데뷔 무대였다.
‘백인백색’ 으로 이어진 전원위를 놓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각 의원들 개인의 의견들이 무질서하게 쏟아져 나왔을 뿐”이라며 비판 목소리를 냈다. 국회 정치개혁 특별위원회가 앞서 제시한 3가지 안 가운데 의견 수렴을 이루긴커녕 백가쟁명식 의견 표출만 계속된 데 대한 지적이다. 첫날 100명이 훌쩍 넘었던 전원위 참석자가 점차 발언자 이외엔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크게 줄어든 것도 ‘용두사미’로 비쳤다. 전날인 12일 전원위에는 전문가 의견 수렴이란 취지로 교수 등 4명 인사가 참석했으나 이들에게 질문한 의원은 당일 발언자 24명 중 3명에 그쳤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이날 전원위 발언에서 “전원위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숙의를 거쳐 만든 ‘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를 상수로 놓은 채 병립형 비례제 회귀 및 중대선거구제 도입 논의를 급속 진행하는 모습이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전원위가 마무리됐지만 선거제 개편 방향과 합의 가능성은 확실치 않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전원위 소위를 구성해 전원위 발언에 등장한 선거제 개편 구상을 정돈하자고 제안했지만 구성 여부와 방식은 미정이다. 정개특위 차원에서 진행 예정인 선거제 공론조사는 5월 들어서야 마무리될 계획이다. 총선 1년 전으로 정해둔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을 이미 넘겨 여야 모두 다급할 것이 없다. 민주당은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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