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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음주운전 사고와 처벌

"캠핑 못하게 됐네"…상습 음주운전자 하소연에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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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적발·면허 취소는 "경험"
다른 음주운전자들에게도 "힘내시길"
한국일보

8일 대전 서구 둔산동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숨진 배승아(9)양의 어머니가 딸의 유골함을 추모공원에 봉안한 뒤 유리문에 기대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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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에 상습 음주운전자의 글이 올라와 공분을 사고 있다. 이 상습 음주운전자는 음주운전 단속에 세 번이나 적발되고도, 반성하는 대신 "이제 캠핑을 갈 수 없게 됐다"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황당한 태도를 보였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운전면허 취소를 '경험'이라고 규정하며, 다른 음주운전자들을 향해 "힘내시라"며 격려하기까지 했다.

12일 복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음주구제카페에 올라온 어느 음주운전자의 글'이라는 제목의 글이 공유되고 있다. 이 글에 따르면 해당 글 작성자는 3번의 음주운전 적발로, 운전면허가 취소됐고 향후 2년간은 운전면허 취득이 불가능한 '결격 처분'을 받은 사람이다.

이 작성자는 음주운전 처분을 앞둔 사람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1종 대형, 특수 견인, 특수소형견인, 렉카 등 면허가 모두 한 번에 날아가 버렸다"며 "오늘부터 (운전면허 면허취득제한) 결격기간 2년이 시작된다"고 적었다.
한국일보

한 상습 음주운전자가 음주운전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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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만한 점은 이 같은 처분을 받은 작성자의 태도다. 그는 "그동안 카라반과 버스캠핑카를 보유하고 있어 매년 봄 여름 겨울 캠핑을 즐겨왔고, 할리 오토바이 드라이브도 즐겨왔다"며 "앞으로 2년 동안 어떻게 견뎌야 할지 쓸쓸하다"고 썼다.

반성하는 태도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음주운전에 단속된 것이 '경험'이라고도 했다. 그는 "몇백만 원이든 1,000만 원이든 면허만 살릴 수 있다면 과감히 투자해서라도 복원시키고 싶어 내일 행정사와 통화해보려고 한다"며 다른 음주운전자들을 향해서도 "모두 힘내시고,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이 아픈 (시기를) 잘 이겨내도록 하자"고 격려하기도 했다.

작성자는 이 일 때문에 아내와 다퉜다고도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아내가 자신에게 화를 낸 이유에 대해서도 "면허가 취소돼 앞으로 캠핑을 못하게 됐기 때문일 것"이라고 전했다. 작성자는 "여름휴가계획을 이야기하다 음주운전 적발 사실을 털어놓게 됐고 이를 들은 아내가 열받았는지 집에서 나가라고 한다"며 "매년 가던 캠핑에 대한 추억이 참 많았기 때문에 이제 하지 못하게 돼 화가 많이 난 모양"이라고 했다. 이어 "안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서재에서 쪽잠이나 자고 출근해야 해 참 괴로운 밤"이라고도 덧붙였다.

누리꾼들은 대전 서구 어린이보호구역 음주운전 사고를 언급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예비 살인마", "단속에 걸린 것만 3번이지 않겠나 실제 음주운전은 더 많이 했을 것 같다", "(음주운전 사고 시 발생할 수 있었을) 피해자 생각은 하나도 없는 싸이코패스 같다", "자기가 당하는 불이익에 대한 상심만 머릿속에 있는 걸 보면 도저히 같은 인간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는 등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앞서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 인근 교차로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8일 방모(65)씨가 운전하던 SM5 차량이 도로 경계석을 넘어 인도로 돌진, 길을 걷던 배승아(9)양이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도중 숨졌다. 배양의 친구 3명도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방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0.08%)을 웃도는 0.108%로 확인됐으며, 등산모임에 참석했다 술을 마신 후 운전대를 잡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숨진 배양의 가족들은 배양의 생전 사진과 실명을 공개하며,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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