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
경기 둔화와 자산 시장 위축으로 세수가 세입예산에 못미치는 세수 결손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가 유류세 등 한시적으로 낮춘 세제지원 조치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류세 인하에 따른 세금(교통·에너지·환경세) 감소분은 작년 한 해만 5조5000억원에 달했다. 유류세 인하 조치는 이달말 종료된다.
세수 부족 상황을 고려하면 환원이 유력하지만 최근 산유국들의 감산 발표로 유가가 다시 꿈틀대면서 섣불리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졌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당초 세입 예산을 잡았던 것보다 세수가 부족할 가능성이 커보인다”며 “전반적인 일반 경기 흐름과 자산시장 흐름이 좋지 않은데, 그 영향으로 기업 실적도 좋지 않아 올해 세수 상황은 상당히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경기가 ‘상저하고’ 흐름을 보이면서 하반기 들어 세수상황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뚜렷한 경기부양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국세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법인세도 불안하다. 앞서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96%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법인세로 4조3000억원을 납부했다. 지난해 역대급 수익을 남겼던 정유사, 철강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기업들은 통상 8월 법인세 중간예납을 통해 연간 세액의 50%를 납부한다. 상반기 실적부진에 따라 중간예납 실적이 쪼그라들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실적이 중요한 3월 법인세수 역시 지난해 하반기 경기둔화 흐름을 고려하면 기대수준을 낮춰야 할 판이다. 이미 올해 1~2월 누계 국세수입은 54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5조7000억원 적다.
증세 계획이 없는 정부로서는 탐나는게 유류세다. 올해 세입 예산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유지한다는 전제로 작성됐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 조치를 폐지하면 예산 대비 5조원이 넘는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여건이 좋지 않다. 산유국들의 기습적인 감산은 정부의 머릿속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달 초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 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의 깜짝 감산 결정이 나오자 마자 주요 투자은행들은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 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다 원화약세로 환율까지 달러당 1300원을 넘어서면서 기름값이 반등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4월 첫째주 휘발유 판매 가격은 ℓ당 1600.9원으로 4개월만에 1600원을 다시 돌파했다. 섣불리 유류세 지원조치를 종료했다가 자칫 다시 유류세를 인하하는 ‘조삼모사’의 우를 범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여론의 반발도 부담스럽다. 앞서 여당과 정부는 올 초 극심한 민심이반을 유발했던 ‘난방비 폭탄’ 트라우마로 다음달로 예정됐던 전기·가스요금 인상 계획도 잠정 보류했다. 가뜩이나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등 잇딴 감세정책으로 ‘부자감세’ 오명을 뒤집어쓴 상황에서 대표적인 서민지원 정책인 유류세 지원부터 끊었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크다. 다음달 10일은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이어서 여론의 움직임을 무시하기 힘들다.
기획재정부는 10일 “이달 말 종료되는 유류세 탄력세율 인하 조치와 관련해, 종료 이후 운용방향에 대해 아직까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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