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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전망, 이제 '종합 예술'이 됐습니다.
"거래량이 늘었다" "가격 하락폭이 줄었다"는 식의 단편적인 통계로 쓴 집값 분석은 이제 잘 보지 않고, 믿지도 않습니다. 적어도 거래량 장기 평균, 하락거래 비중, 4~6개월의 거래량 변화 추세 등을 종합해 거래량을 평가하고, 월간-주간 실거래가, 주택구입부담지수, 전세가율 등을 종합해 가격 전망을 이야기해야 눈길이 갑니다.
물론 금리, DSR 비율 같은 대출 상황, 각종 규제와 관련된 정부정책 방향, PIR 같은 가치평가 기준들이 함께 동원되기도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낯선 이름의 통계들을 종합해 펼쳐 놓는 것이 기본이 될 정도로 우리나라의 부동산 지식 수준이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통계의 종류가 너무 많고, 때로는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는 겁니다. 그래서 추려봤습니다.
"이번 하락장에서 내 집 마련을 하겠다"고 마음 먹은 분들을 위해 SBS 경제자유살롱 출연자들이 추천하는 몇 가지 부동산 통계를 골라봤습니다. 왜 그런지도 함께 들어봤습니다.
집값은 전셋값을 봐야 합니다?..전세가율
전세가율. 매매가에 대한 전셋값 비중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집값이 10억 원인데 전셋값이 5억 원이라면 전세가율은 50%입니다. 이 전세가율은,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이 중요하게 참고하는 지표입니다.
전셋값이 계속 빠지면 집값도 계속 빠질 가능성이 있고, 전세 가격이 회복하면 집값이 예를 들어서 상승할 수도 있고, 그래서 매매가와 전셋값을 동시에 보셔야 합니다. 중요한 건 절대 전세 가격이 떨어지면 매매 가격이 오르는 게 쉽지 않다는 거죠. 그래서 전세 가격을 굉장히 중요하게 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이광수 수석연구위원
아래는 전세가율 그래프입니다. 서울 아파트의 경우 50%가 채 안됩니다. "부동산 시장이 반등하기 어렵다"는 주장의 근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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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연구위원 역시 이 그래프를 '집값 반등 타이밍'을 잡는 중요한 근거로 삼습니다. 왜 그럴까요?
예전 집값이 반등하는 시기에는 늘 내 집 마련 실수요 이외에도 '다주택자들의 투자 수요'가 함께 있었는데, 이 투자 수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전세가율이 올라가야 한다(=집값과 전셋값의 차이가 줄어들어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겁니다. 즉 '전세가율 통계는 투자 수요를 짐작하는 데 유용한 통계' 역할도 하기 때문에 꼭 봐야 한다는 겁니다. 김효선 위원의 설명입니다.
사실 정책이 전 정권 이전까지 복귀가 됐거든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집값이 상승 전환해도 무리가 아닌 정도의 완화 폭인데, 하락 폭은 축소가 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하락을 계속하고 있다는 건 이 시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볼 수 있습니다.실수요만 존재할 때는 사실 집값이 반전하기는 좀 어렵죠. 투자 수요가 있어야 하는데 전세가율이 낮게 되면 자기 자본금이 많이 들어가게 되니까 투자 수요가 계속 붙기 어려운 거죠. 낮은 전세가율은 시장이 좀 좋아지더라도 이 침체기를 장기화할 수 있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죠. / 김효선 수석연구위원 (▶ 관련 영상)
이광수 위원은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해 전셋값 하락이 멈추고, 전세가율이 60% 가깝게 오르기 시작할 경우, 투자자들의 자금이 움직일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부동산 시장 움직임이 지금과 달라지기 시작할 거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거래량에 관한 논란들..장기 평균과 거래 속성
올해 들어 거래량이 늘면서 '집값이 바닥을 지난 것 아니냐'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나와 있는 현재 상황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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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래량 어떻게 봐야 할까요?
SBS 경제자유살롱이 마련한 경제콘서트에 나오는 이광수 위원과 채상욱 부동산 애널리스트, 그리고 지난주에 출연한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이 강조하는 건 '장기 평균'입니다. 요 몇 달 거래량뿐 아니라 장기 평균과 비교해 보자는 겁니다.
서울은 1년에 6만 호는 거래가 됐거든요. 월 5천 건은 거래가 됐어요.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좋으면 1년에 10만 건 넘게 거래가 됐고요. 작년에는 연간 1만 호가 거래됐어요. 글로벌 금융위기의 6분의 1토막이에요.
이제 3월에는 한 2천 건 정도 올라와서 작년보다는 분위기가 살아난 것 같긴 합니다만 일부 가구들의 움직임이다 보니까 전체 시장이 살아났다고 보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장기 시계열로 조금 볼 필요가 있는데, 너무 전년이랑 비교하니까 눈속임 효과가 있어서 조심해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채상욱 부동산 애널리스트
물론 최근 추세도 중요합니다. 지난해보다는 확실히 눈에 띄게 늘어나기는 했으니까요. 다만 이런 거래량 변화가 말 그대로 '추세'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 판단하는 건 조금 이를 수 있습니다.
거래량이 많아진다는 건 가격이 오를 수도 있고, 시장이 회복할 수 있다는 굉장히 중요한 시그널이기는 한데 그게 추세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하게 1~2개월이 아니라 최소한 4개월 이상의 거래량 회복이 이루어져야 됩니다. 그럼 앞으로 거래량이 증가할 것 같냐 그러면 저는 아니라고 답변드리는 겁니다. /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
또 동시에 거래량 가운데 직전 거래보다 가격이 상승한 거래가 많은지, 아니면 하락한 거래가 많았는지를 분석한 '거래량 속성 분석 데이터'도 참고해볼 수 있습니다.
거래량이 어떤 몇 건 됐다 이 수치도 중요하지만 거래 속성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거래 속성이라고 하는 것은 이전에 그 직전에 거래됐던 가격이 있을 것이고 지금 거래가 됐을 때 이 직전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된 것인지 아니면 낮게 거래가 된 것인지 이 비율을 한번 따져보자 라는 겁니다. / 정보현 NH투자증권 부동산 수석연구원
정보현 NH투자증권 부동산 수석연구원이 제공한 자료 파란색으로 나와 있는 게 하락거래, 노란색이 상승 거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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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하락 거래가 훨씬 많다는 게 지금 부동산 시장의 현실입니다. 다만 '하락거래량' 통계는 따로 집계하는 곳이 없습니다. 전문가들이 보통 직접 집계를 하기 때문에 SBS 경제자유살롱이나 경제 콘서트를 통해 자주 공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집값, 아직도 비싸요"…PIR과 주택구입부담지수
최근 몇 년 간의 '폭발적인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인해 "집값이 아직도 비싸다"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집값이 계속 떨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싸다, 비싸다'는 비교 대상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지금 가격이 적당한 수준까지 떨어졌는지를 알기 위해 과거와 비교해 볼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합니다.
가장 명료한 기준은 예전 가격입니다. 예를 들어 "2017년 가격 수준이면 비싼 게 아니다"라는 식이죠.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하는 전문가들은, 성향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인플레이션과 소득 변화 상황을 감안하면 2019년 전후 수준까지 집값이 떨어지면 구입을 고려해 보라고 얘기합니다.
물론 가격 수준을 알려주는 공식 통계들도 있습니다.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언급해서 화제가 됐던 PIR (price to income ratio, 연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이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원 장관은 최근 "PIR이 18배까지 갔던 것은 비정상이라고 본다. 평생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기간을 30년이라고 볼 때 이 중 18년어치가 집에 잠기다 보니 나머지 12년 소득으로는 생활을 할 수 없어 출산도, 결혼도, 연애도 포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PIR이 18배라는 건, 18년 동안 소득을 모두 모아야 평균 수준의 주택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발언을 했던 것이죠.
소득 대비 가치를 얘기하는 지수로는 '주택구입부담지수'도 있습니다. 중간소득가구가 표준대출을 받아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할 때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인데, 지수가 높을수록 주택구입부담이 가중된다는 의미입니다. '주택금융통계시스템'에 들어가 보시면 볼 수 있습니다. 서울이 유난히 높다는 게 눈길을 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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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을 본다는 것? 곧 수요를 본다는 것..금리와 DSR
미국 연준의 존재감이 지난해만큼 도드라졌던 적은 많지 않았습니다. 새벽 시간대에 진행되는 파월 연준 의장의 FOMC 기자회견을 놓고 '동시통역이 제공되는 유튜브 라이브 서비스'가 등장할 정도였으니까요. 물론 그 핵심에는 '금리'가 있습니다.
'대출 여건을 본다는 게 부동산 수요를 점검하는 것'이라는 측면에서 전 세계 금리 상황, 우리나라 시중 은행의 대출 금리 상황을 지켜보는 건 중요한 체크 포인트입니다.
시장이 이렇게 된 이유는 사실 금리잖아요. 올랐던 이유도 금리이고, 내려갔던 이유도 금리인데 이 부분이 올해 어떤 속도로 인하가 되는지를 가장 우선적으로 봐야 할 것 같고요. / 김효선 수석연구위원
채상욱 부동산 애널리스트는 '대출'과 관련해 DSR 규제를 지켜보자고 얘기합니다. 현재 40%인 DSR 규제의 기준인 40%를 가지고 이런 해석이 가능합니다.
우리나라 전체에 대출 있는 가계에 DSR이 (금리 인상으로 인해) 작년 4분기 말을 기준으로 40%를 넘었다는 것은 자연발생적으로 대출을 더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거고요. 그래서 (40%가 넘는 가구라 하더라도 빌릴 수가 있는) 특례 보금자리론이 등장을 했거든요.
이게 지금 주택시장을 잠깐 돌려세운 힘입니다. 2021년에 한국 가구가 돈을 그렇게 많이 빌렸는데도 월에 10조 원 수준이었는데, 특례보금자리로 한 달에 20조 원을 빌렸어요. 이 예산이 40조 원인데 절반을 썼으니까 상반기 정도면 거의 소진이 되지 않겠느냐 이렇게 생각을 하는 것이고, 다시 수요가 위축이 되지 않겠는가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채상욱 부동산 애널리스트 (▶ 관련 영상)
DSR (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 Debt Savings Ratio) 규제란 연소득을 기준으로 내가 갚아야 할 모든 원금과 이자가 얼마나 되는 지를 정해놓고 그 이상은 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겁니다. DTI (Debt to Income) 규제가 1년간 갚아야 할 주택 대출만의 원금과 이자를 고려한 것에 비해 DSR 규제는 주택 대출뿐 아니라 학자금대출, 마이너스대출, 카드론 등 모든 대출을 감안한 겁니다. 우리나라의 높은 가계 부채 수준을 위험성을 감안해 그만큼 대출의 여지를 좁혀놓은 게 DSR 규제입니다.
채상욱 애널리스트의 이야기는, 현재로서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결국 DSR규제가 40%에서 조금 더 상향 조절되어 부동산 수요에 영향을 미칠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입니다.
한 방에 무너질 수도..부동산 PF와 미분양
거의 모든 지표를 살펴봤더라도 당장 우리 부동산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대형 위기설'을 외면하고 내 집 마련에 나선다면 자칫 큰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서 하반기 위기설의 진앙지로 분류되는 건, 부동산 PF 문제입니다. 특히 최근 부동산 PF는 건설사뿐 아니라 금융기관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제2금융권의 경우 115조 원에 달하는 부동산 PF가 걸려 있어 '경제 위기의 뇌관'으로까지 불리고 있습니다.
이 부동산 PF 문제는 미분양에서 시작됩니다.
미분양이 증가하면 이제는 건설사뿐 아니라 금융기관 리스크도 커진다는 거죠. 과거에는 건설사만 망하는 시스템이었는데, 지금은 금융권까지 연결돼 있으니까 체계적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합니다. 과거하고는 다른 모습입니다. 미분양 아파트라든지 부동산 PF를 관심 있게 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이광수 수석연구위원 (▶ 관련 영상)
미분양과 관련해서 결국 이 사업에 돈을 댄 금융기관들 그리고 분양을 하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는 시행사와 PF에 돈을 댄 비은행 금융기관들의 부실이 현재 우려가 되고 있습니다. 이게 늘었던 게 작년 9월부터입니다. 1년 정도 지나면 문제가 본격적으로 되기 시작하는 시기가 도래를 한다고 보면 올해 하반기에 국내 경제에 상당히 둔화 요인으로 작용을 할 수 있습니다. / 채상욱 부동산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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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욱 기자(ss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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