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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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오는 10일부터 열리는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를 앞두고 ‘의원 정원 축소’ 주장을 돌연 꺼내들면서, 전원위 논의 시작도 전에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가 됐다. 전문가들은 의원 정수 축소는 비례성·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한 선거제도 개편에 역행하는 인기영합적 주장이라고 지적한다.
김 대표가 6일 최고위원회에서 밝힌 구상은 현행 300석인 국회 의석수를 지역구 8석, 비례대표 22석 등 최소 30석 줄이자는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핵심 의원은 “인구 자연감소로 지역구가 줄어드는 곳이 8곳이고, 이에 더해 비례대표 22석을 줄이면 충분히 30석은 줄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인구 자연감소에 따른 지역구 조정으로 의석이 사라지는 데 대해서는 현역의 반발도 덜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 다른 지도부 관계자는 “의원 정수 축소는 갑자기 나온 게 아니라 지난 대선 때부터 우리의 생각”이라며 “30명도 적고, 50명은 축소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하려면 수도권 지역구 중심으로 의석을 줄여야 하지 않나”고 말했다. 수도권은 야당이 강세이기 때문에 의석을 줄여도 국민의힘에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시작 전 비공개회의에서 의원 축소 구상을 밝히고 협조를 구했다고 한다. 당 지지율 하락 속에 김재원·태영호·조수진 최고위원의 실언까지 이어지며 당 위기감이 커지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정치개혁 혁신안 1호’로 의원 정수 축소를 서둘러 꺼낸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의원 축소를 주장하고, 더불어민주당은 확대를 주장하면 우리에게 더 유리한 구도가 짜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의원 증원에 부정적인 여론을 의원 정수 축소의 근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국회의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이려면 의원 숫자를 늘려야 하며, 19년 만에 열리는 이번 국회 전원위에서 의원 증원 논의를 회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해 발간한 ‘각국의 선거제도 비교연구’를 보면, 한국은 의원 1명당 국민 17만2483명을 대표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0만5294명)의 두배가량으로, 의원의 대표성이 낮은 편이다. 이관후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교수는 “의원 수를 줄이면 국회의원 대표성은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로 정치인과 학자 등이 참여한 국회의장 자문위원회가 지난달 마련했던 애초 개편안에 의석 50석 증원 방안이 포함됐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여야는 여론을 의식해 ‘의원 증원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둔 터다.
김 대표가 선거제도 개편을 논의하기 위해 19년 만에 열리는 국회 전원위를 앞두고, 논의의 폭을 더욱 좁혀버렸다는 지적은 여당 안에서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개혁을 하면서 의원 정수를 줄이라고 하는 건 무책임한 것”이라며 “의원들이 자유롭게 토론할 여지를 둬야 하는데, 밥을 지으라고 하면서 쌀은 가져가지 말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학과 교수도 “비례대표를 늘리지 않고 대표성과 비례성을 확대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혁방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며 “의원 30명을 줄이는 게 어렵지 않은 일이라면 본인 지역구부터 줄이는 게 어떨까 싶다”고 꼬집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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