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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선거제 개혁

김기현, ‘의원수 30석 감축’ 꺼낸 이유는···선거제 개편 저지? 수세국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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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소 찬성’ 여론조사 근거로 들었지만

“선거제 개편 하지말자는 것···출구전략”

‘잇단 설화’ 여당, 여론 만회용 분석도

경향신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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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6일 “국회의원 정수를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응답이 57%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선거제 개편 논의에 제동을 걸기 위한 전략이란 해석이 나왔다. 여권의 수세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반전 카드라는 지적도 있다. 더불민주당은 “비겁한 포퓰리즘 정치”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원 정수를 축소해야 한다”며 “전원위원회 논의에 가장 중심에 있는 것이 민심이다. 국민은 국회 정수를 줄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실시된 한 여론조사를 인용해 “다음주부터 실시되는 전원위에서 의원 수 감축을 논의해야 한다”며 “최소 30석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인용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23일까지 전국 만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국회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응답은 57%로 과반이었다. ‘현재가 적당하다’는 응답은 30%, ‘제도 변경에 따라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도 된다’는 응답은 9%였다. 4%는 의견을 유보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8.4%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 참조)

김 대표가 의원 정수 축소를 꺼내든 것은 나흘 앞으로 다가온 국회 전원위원회를 유명무실화 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정책조정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원위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자고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지도부가 합의하지 않았나”라며 “정치개혁특위에서 논의하라고 해놓고 당대표가 본인 생각을 말하면 의원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가 의원들의 자유로운 토론으로 선거제 개혁안을 도출하자는 전원위 취지와 달리 당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활발한 토론을 봉쇄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전원위에 비협조적인 분위기가 감지됐다. 국민의힘은 총 100명의 의원이 발언하는 전원위에서 38명이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받았지만 신청자가 저조해 명단 확정에 난항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신청을 몇 명 안 했을 것 같다”며 “당에서 나가라고 해서 나가는데 전원위를 통해 개편안이 확정될 것이라는 기대도 많이 없고, 한 명씩 발언하는 형식이라 실질적인 토론이 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최근 최고위원들의 잇단 설화로 인한 부정적인 여론을 전환하기 위해 의원 정수 축소를 꺼내들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으로 어려울 때마다 의원 정수를 약방의 감초인 양 꺼내 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무개념, 무책임으로 인기에 영합하고 위기를 당장 모면하려는 모습은 결코 국민에게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김기현 대표의 비겁한 포퓰리즘 정치”라고 비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화에서 “선거제 개편을 저지하기 위한 출구 전략”이라며 “비례대표 의석을 줄이는 것도 명분이 없고, 지역구에서 의석을 줄이는 것도 의원들 반발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다. 김 대표 주장은 결국 선거제 개편을 그냥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 차원에서 선거제 개혁 이슈를 선점하고 국민의힘한테 안 좋았던 여론을 회복하려는 방향으로 보인다”며 “지역구는 놔두고 비례대표 의석만 줄이게 되면 비례성이 떨어지는 문제들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의석수 축소는 비례성 제고 등 선거제 개편 논의의 취지와 어긋나는 방향이란 것이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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