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테흐스 사무총장 "여성 자유 제한하는 모든 조치 철회해야"
탈레반, 비정부기구 내 '여성 직원 금지령' 유엔으로 확대 적용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해 2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2.01.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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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최근 자국 여성의 유엔 근무마저 금지한 데 대해 유엔 사무총장은 "용납할 수 없는 기본권 침해"라며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트위터에 "아프간 여성들이 유엔과 함께 아프간에서 일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는 용납할 수 없는 기본권 침해"라며 "탈레반에 결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적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도 이날 구테흐스 사무총장 명의 성명을 내고 "빼앗을 수 없는 여성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즉각 결정을 취소하고 여성의 노동, 교육,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모든 조치를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탈레반 정권은 지난해 12월 자국 여성이 국내외 비정부기구(NGO)에서 일하는 것을 전면 금지했지만 유엔만큼은 예외를 인정했다. 그러나 전날 유엔은 탈레반 정권이 비정부기구에 내린 여성 직원 배제 조치를 최근 유엔으로 확대 적용한 정황을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오는 7일 비공개 회의를 열고 아프간 내 상황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주재 유엔 대표부는 이날 수도 카불에서 아미르 칸 무타키 탈레반 외무장관을 만나 설득에 나섰다.
무타키 외무장관은 유엔 대표부와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아프간 여성에 내린 구호단체 근무 금지 명령을 유엔에도 확대 작용한 것이라고 항변했다고 라미즈 알라크바로프 아프간 주재 유엔 특사가 전했다.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OCHA) 아프간 담당관이기도 한 알라크바로프 특사는 이날 기자들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은 회담 내용을 전하며 "아프간 국민들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엔이 여성 직원 금지령 하에서 일하는 게 가치가 있냐는 질문에 알라크바로프 특사는 "한 아이의 목숨을 구하고,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면 구호활동은 가치가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9월 아프가니스탄 카불 이란 대사관 앞에서 현지 여성들이 이란 내 반(反)정부 시위에 연대 의사를 보내고 있다. 이에 지난해부터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 무장 세력은 시위대를 해산할 목적으로 위협사격을 가했다. 2022.09.29.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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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은 아프간에서 여성 직원을 계속 고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월 탈레반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아프간을 방문했던 아마나 모하메드 유엔 사무부총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아프간 여성 유엔 직원들은 계속해서 급여를 받을 예정이며 남성 직원으로 대체되는 일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모하메드 사무부총장은 "개인적으로 화가 치민다"며 "라마단 기간 탈레반으로부터 얻은 게 이슬람교 가르침과 믿음에 대한 공격이란 사실에 몹시 당혹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엔의 구호 활동은 "생명과 생계를 구하는 일"이라며 아프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을 당부했다.
유엔은 올해 회원국들에 아프간 원조를 위해 단일 국가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46억달러(약 6조490억원)를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모금된 금액은 5%에 불과하다. 유엔은 아프간 국민 4000만명 중 4분의 3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탈레반의 여성 직원 금지령 확대 시행에 유엔은 아프간 주재 직원들에게 추후 통보가 있을 때까지 보안상의 이유로 유엔 본부에 별도 보고를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아프간에서 일하는 유엔 직원은 총 3300명이며 이 중 400명이 아프간 국적 여성이다.
지난해 금지령이 발표되자 일부 비정부기구는 항의 차원에서 아프간 내 구호사업을 중단했고 이로 인해 현지 식량 사정은 더욱 악화했다. 원조단체들은 아프간 주민 절반 가량이 당장 굶주림에 직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국인 구호요원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여성 직원 금지령이 실제 유엔으로 확대될 경우 파장은 이보다 더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여성 직원들은 여성 수혜자들을 제대로 식별할 수 있다"며 "유엔에도 금지령이 떨어지면 구호사업도 더욱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도 이날 성명을 내고 현지 적십자가 이번 금지령의 영향을 받을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금지령 전면 시행으로 인해 아프간 국민들에게 파국적인 결과가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아프간과 파키스탄 등지에서 활동해 온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탈레반은 지난 2021년 미군이 철수한 수도 카불을 점령함으로써 20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했다.
정권을 탈환한 탈레반은 이슬람 원리주의를 기반으로 여성의 사회활동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여성을 아프간 공직에서 제외하고 대학 교육의 기회를 박탈했다. 또한 공공장소에서 부르카를 착용하도록 강제하고 남성 보호자 없는 장거리 여행을 금지했다.
지난해 12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가정집에서 히잡을 착용한 마르와(가운데)가 오빠인 하미드(왼쪽)에게 가정 교육을 받고 있다. 마르와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이 가문에서 처음으로 대학에 들어간 여성이었지만 탈레반 당국에 의해 여성이란 이유로 대학 교육을 금지 받았다. 2022.12.23.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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