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1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식당에 메뉴 간판이 설치돼 있다. 이날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월 외식 물가 지수는 115.45(2020=100)로 1년 전과 비교해 7.5% 올랐다. 특히 소주·라면 등 39개 외식 품목은 하나도 빠짐없이 1년 전보다 가격이 높아졌다. 2023.3.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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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쌀 값이 하락세인데도 외식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쌀 가격은 수요 부진 속 16개월 연속 내려가고 있다.
반면 외식물가는 1년 가까이 7% 선을 웃도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밀가루· 주류 등 가공식품이나 공공요금 상승에 따라 외식업계의 제반비용 부담이 늘어난 탓이다.
5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쌀 가격이 전년동월 대비 7.8% 하락했다. 쌀 가격은 2021년 11월부터 16개월 연속 하락했다. 국내 쌀 공급이 수요를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국내 쌀 소비량은 감소하고 있으나 예상치 못한 풍작으로 과잉 생산된 영향이다.
정부의 쌀 공급 예측 실패도 쌀 가격 폭락의 요인으로 꼽힌다. 양곡관리법상 정부는 시장격리를 통해 시장에 풀리는 쌀 공급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쌀이 과잉 공급돼 가격이 내려가면 정부가 시장에서 쌀을 사들여 보관하고 가격이 오르면 시장에 공급을 늘리는 방식이다.
코로나19(COVID-19) 종식으로 사람들의 외부 활동이 늘어난 가운데 쌀 소비량과 직결된 집밥 수요가 감소한 것도 요인 중 하나다.
눈여겨볼 점은 외식업계의 주재료인 쌀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외식물가는 오히려 급등세라는 것이다. 물론 서비스 물가 특성상 외식 물가는 한 번 오르면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외식물가의 오름폭이 심상찮다. 외식물가는 지난해 5월(7.4%)부터 7%를 웃도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외식 물가 상승률은 7.7%로 1992년 10.3% 이래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만 해도 외식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7.4% 뛰었다. 세부적으로 피자(12.0%), 김밥(10.3%), 라면(10.3%), 햄버거(10.3%), 돈가스(10.0%) 등 가격이 크게 올랐다.
쌀 가격 하락 속에도 외식물가가 치솟은 것은 업계가 주로 사용하는 재료 가운데 가공식품 가격이 높게 뛴 탓이다. 구체적으로 물엿(24.1%), 밀가루(19.8%), 참기름(18.9%), 식용유(18.6%), 국수(16.5%) 등 가격이 올랐다. 이는 지난해 2월 말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때문이다. 인근 지역에서 생산되는 밀·해바라기씨유 등의 수급난 탓으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한 바 있다.
식당에서 판매하는 주류 가격도 외식가격 오름세에 한몫하고 있다. 지난달 만 해도 소주(10.8%), 맥주(9.8%) 등 상승세를 보였다. 이 밖에 최근 30% 수준으로 뛴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도 외식업계의 경영 부담을 늘리는 요인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쌀 수요는 구조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라며 "최근 들어 쌀 가격이 더욱 큰 폭 떨어진 것은 공급이 예상 경로보다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외식가격 상승은 봄철 여행 등 외부 활동이 증가하면서 수요가 확대된 데다 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기존 재고 소진 이후 뒤늦게 반영되면서 가공식품 가격이 오른 영향"이라고 밝혔다.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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