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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2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통화정책 최대 변수인 물가경로가 한은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어서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은행위기가 '현재진행형'이란 점도 금리 동결에 힘을 보탠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오는 11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은 한은이 다시 한 번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물가 상승 둔화세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4.2%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4.1%) 이후 1년 만에 최소 상승폭이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물가 경로와 관련 "3월에는 4.5% 이하로 떨어지고 연말에는 3% 초반대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3월 물가상승률이 이 총재 전망보다 더 낮고 예상경로에서도 벗어나지 않은 만큼 금통위가 무리하게 기준금리를 더 올려 경기 둔화를 부추기기보다는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며 물가·환율·경기 등 추이를 지켜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SVB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은행위기도 한은의 금리 동결 가능성에 힘을 보탠다. 유례없이 가팔랐던 글로벌 긴축이 은행의 몰락을 가속화한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면서다. 국내 금융기관의 연체율 등 건전성이 비교적 양호하다는 게 한은 분석이지만 계속된 금리 인상은 저축은행, 캐피탈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건전성 부담을 키울 수밖에 없다.
최근 글로벌 은행위기가 점차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양새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최고경영자)는 4일(현지시간) 주주들에 보낸 연례서한에서 "은행권 혼란으로 인한 여파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은행권 불안이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은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겨우 진정국면에 접어든 물가가 주요 산유국들의 '깜짝 감산' 발표로 다시 튀어오를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감산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물가와의 전쟁'에 걸림돌이 될 수 있어서다.
역대 최대폭으로 벌어진 한미 기준금리차도 한은의 셈법을 복잡하게 한다. 현재 한미 금리차는 1.5%p(포인트)로 2000년 5~10월(1.5%p) 이후 약 23년 만에 최대 격차로 벌어진 상태다. 만약 한은이 이달 금리를 동결하고 연준이 5월 FOMC에서 0.25%p 금리를 올리면 한미 금리차는 1.75%p까지 확대되며 새 기록을 쓰게 된다.
그럼에도 시장은 여전히 한은의 금리 동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BNP파리바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기준금리가 이미 충분히 긴축적 영역에 있다"며 한은이 4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민주 ING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인플레이션 둔화 징후가 뚜렷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할 것"이라며 "다만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될 가능성에 대비해 당분간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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