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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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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장 진급심사도 검토?… 軍 '초급간부 달래기' 고심 [세상을 보는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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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 생도 자퇴 인원 5년간 무려 7배 ↑

ROTC 지원율 28%·학사장교 35% ‘뚝’

의대생들 군의관 대신 병사 입대 선호

“애국심만으론 버티기 힘들다” 하소연

軍, 단기복무 장려금·수당 2배 증액 유력

간부숙소 개선·ROTC 복무 단축과 함께

사상 첫 ‘병사 진급 심사제’ 도입도 검토

兵 자동진급 폐지 ‘패러다임 전환’ 나서

일선부대 현장 지휘관인 초급간부 숫자가 줄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병사 복무 기간이 줄고 봉급은 크게 증가한 반면 간부 처우는 크게 변하지 않은 탓이다. 이로 인해 장교 지원 경쟁률은 대폭 하락했고, 상당수 수도권 대학 학군단마저 학군장교(ROTC) 정원 미달에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부사관은 지원자 부족으로 계획된 인원(1만2596명)의 86%만 선발했다. 설상가상 기존 장교 이탈까지 더해졌다.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도 초급간부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웠다고 할 수 있다. 청년 인구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사회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지만 요즘 부쩍 입방아에 오르는 게 심상치 않다. 군에서 초급간부는 창끝 부대 전투력 발휘의 핵심이다. 방치할 경우 어떤 후과(後果)를 맞이할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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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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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간부 부족 현상, 어느 정도 심각한가

국방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ROTC 지원율은 28% 감소했다. 학사장교는 35%, 부사관은 26% 줄어들었다. 올해 육군3사관학교는 입학 정원(550명)에 106명 미달한 444명이 입교했다. 대학 입학 후에 장교 임관을 보장하는 8개 협약대학(육군과 해병대)의 올해 군사학과 지원율도 정원의 절반 이하인 46%(전체 정원 320명 대비 147명 입학)에 그쳤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정예 호국 간성의 요람으로 불리는 육군사관학교 생도의 자퇴 인원이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자퇴 인원(63명)은 2018년(9명)에 비해 무려 7배가 늘었다. 사정은 해·공군 사관학교도 별반 차이가 없다. 군 관계자는 “군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 같지 않다”면서 “애국심과 사명감만으로 초급간부의 군 복무를 당연시했던 분위기는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이를 대변이라도 하듯 육군에선 장기 복무를 포기하는 부사관 숫자가 최근 2년간 부쩍 늘었다. 2021년 58명이던 초급간부 5년 차 전역 신청자가 올해 147명으로 2년 새 3배 가까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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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군 초급간부 처우 개선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지난 2월28일 충북 괴산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열린 '2023 학군장교 통합임관식'에서 신임 장교들이 임관 선서를 하고 있다. 이날 육·해·공군과 해병대 신임 소위 3368명은 호국 간성으로서 임무 완수를 다짐했다.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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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간부들이 군에 등 돌리는 이유?

#1. “몇 년 전 해군 1함대사령부에서 근무할 때 삼봉호(독도 해역 경비를 주 임무로 하는 5000t급 해경 경비구난함)를 탄 적이 있었다. 해경 함정은 기본적으로 리빙 컨디션(생활 환경)이 좋다. 반면 군함은 사람이 아니라 무장 위주다. 좁은 격벽(隔壁)을 사이에 두고 생활한다. 나라 지키는 군인이니까 감수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같은 시간 바다에 떠 있어도 해경과 군의 보수(수당) 차이까지 큰 것은 공정을 중요시하는 지금 세대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당시 해경 간부가 ‘군에 뭣하러 남아 있느냐’고 하더라.”(해군 중령)

#2. “경력을 우대받고 월급도 많아 주변에서 소방관으로 이직한 동료들이 적지 않다. 이참에 소방관으로 전직을 준비 중이다.”(육군 부사관)

#3. “그동안 의대생들은 6년 과정의 의과대학 졸업 후 인턴이나 레지던트 과정까지 마친 다음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를 지원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렇게 37∼38개월을 군에 복무한다. 지금은 18개월짜리 병사로 입대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군의관으로 장기 복무하는 것보다 일찍 전역해 남는 시간을 대학원이나 연구와 같은 다른 분야에 투자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서울대 의대생)

지난 2월에 “박봉에 살아가기가 너무 어렵다”는 한 초급간부의 하소연이 눈길을 끈 적이 있다. 자신을 “해군에서 복무하는 1호봉 하사”라고 소개한 A 하사는 군 관련 제보 채널인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2022년 12월과 2023년 2월 자신의 급여 명세서를 공개하고는 “직급보조비를 포함, 봉급으로 170만원가량 받는다”면서 “초과 근무를 안 하면 진짜 너무 살기 힘들다”고 고충을 호소했다. 그러고는 “앞으로 몇 년 뒤면 병장이 저보다 더 많이 받을 것”이라고도 했다. 병장 월급은 올해 100만원으로 A 하사 월급(세전)의 51.2%에 달한다. 실제로 2025년 병장 월급 200만원 시대가 열리게 되면 병장과 하사 월급 격차는 더 줄어들게 된다. 요즘 병사 복무 기간은 18개월까지 단축된 반면, 단기 복무 부사관은 48개월, 학사장교 36개월, ROTC 24∼36개월로 50여년 전과 다름없다. 요구되는 책임과 의무는 많고, 고된 일과에 신세대 병사를 상대해야 하는 스트레스 또한 만만치 않다. 잦은 인사 이동(1∼2년마다 1회)과 열악한 근무 및 주거 환경도 초급간부들의 애로 사항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입대를 앞둔 청년들이 병역 의무를 마치기 위해 굳이 장교나 부사관을 선택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과거 군의관으로 지원하던 의대생들이 최근 의무병 또는 일반병으로 입대해 조기 전역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군 복무 기간을 경력에서 제외하려는 공공기관, 공기업, 대기업의 직원 채용 및 승급 분위기도 초급간부 지원율 하락을 부추긴다. 청년들이 미래를 바라보고 초급간부로 복무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누가 나무랄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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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 진급 심사’ 등 처우 개선 논의◆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자 국방부는 부랴부랴 이들의 복무 여건 개선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14일 육군회관에서 각 군별 초급간부 등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초급간부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같은 달 23일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초급간부 복무여건 개선 세미나’에 참석, 전문가 의견을 청취했다. 현재 거론되는 개선안으로는 장교의 단기 복무 장려금 및 수당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증액하는 안이 유력시된다. 올해 기준 장교 단기복무장려금은 900만원, 부사관 단기복무장려수당은 750만원이다. 하사 호봉 승급액과 중위·하사 성과상여금 기준호봉, 당직근무비를 공무원 수준으로 증액(평일 1만→3만원, 휴일 3만→6만원)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3년 미만 초급간부도 주택수당(월 16만원) 지급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점쳐진다. 노후 간부 숙소를 리모델링하고 ‘1인1실’로 개선하는 방안도 포함될 전망이다. 창군 이래 처음으로 병사에 대한 진급 심사 도입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무 개월 수만 채우면 자동 진급시키던 병사들에게 역할과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상병에서 병장 진급 시 심사를 거치게 한다는 것이다. 200만원 병장 월급을 그냥 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병사 월급 200만원 인상 등에 따른 초급간부의 상대적 박탈감 해소와 예산 사용 효율성을 고려한 것이란 평가와 함께 논란도 예상된다. 아울러 국방부는 지난달 중순 야전 소대장 등 초급장교의 70%를 차지하는 ROTC 복무 기간 단축 방안 등에 대한 연구 용역을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의뢰했다. ROTC 복무 기간 단축 방침도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현재 ROTC의 복무 기간은 육군 기준 28개월로 일반 병사보다 10개월 길다. 예비역 사이에선 10개월 단축설이 나돌고 있다. 이러한 초급간부 처우 개선은 국방부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정부와 사회가 다 같이 나서야 넘을 수 있는 산이다.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초급간부를 지원하던 시대는 지났다. 그에 걸맞은 근무 여건과 보수 체계를 갖추고, 복무 기간을 현실적으로 개선해야 마땅하다. 이들의 복무 여건 개선은 신뢰받는 강군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돈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들도 신경 써야

초급간부가 자신의 능력을 다양한 분야에서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개인의 역할 증대뿐 아니라 조직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 초급간부들이 다양한 아이디어 및 의견을 제시할 공간 마련을 통해 자유로운 의사 소통과 창의적인 사고를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폐쇄적인 군 조직 특성상 개방적인 문화를 조성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변화와 혁신 없이는 초급간부가 병사를 지휘하며 전투력을 발휘하기가 힘든 세상이다. 군 복무의 선택적 제공도 고려될 수 있다. 일정 기간 군 복무 이후 민간으로 나갔다가 다시 복무할 수 있는 재입대 제도를 도입하는 등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 군 조직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도 꼽힌다. 인력 확보에 따른 비용 절감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이다. 이러한 혁신들은 군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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