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미국 텍사스의 한 석유 시추시설 뒤로 태양이 빛나고 있다. 텍사스/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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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셈법이 산유국들의 ‘기습 감산’ 탓에 더 복잡해지게 됐다. 고물가 대응을 위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마무리하고, 서서히 경기둔화와 금융안정 대응에 무게를 옮겨가려는 시점에 국제유가 급등을 맞닥뜨리게 됐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6%(4.57달러) 상승한 80.2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5.7%(4.56달러) 오른 84.4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모두 약 1년만에 가장 큰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전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 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 소속 산유국들이 하루 116만배럴 규모의 자발적 추가 감산 계획을 발표한 여파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감산 결정에 따라 올해 말과 내년 말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종전보다 각각 5달러 상향 조정한 배럴당 95달러, 100달러로 제시했다.
시장은 이번 유가 상승이 다시 물가를 자극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올려야 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인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연준의 대표적 매파 인사로 꼽히는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OPEC+의 감산 결정은 예상치 못한 것이며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을 낮추는 연준의 임무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라이스태드 에너지의 빅터 폰스포드는 이날 리서치 보고서에서 “자발적 감산의 결과로 올해 내내 유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붓고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매파적인 금리인상 스탠스를 촉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유가 우려 때문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더 올리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경기가 둔화하고 수요도 줄어들고 있어 감산 조치로 유가가 크게 급등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이같은 의견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또 연준은 이미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 등의 영향을 반영해 올해 유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석유 중개회사 PVM의 타마스 바르가는 CNBC에 일반 물가 지표는 기존 예상보다 더 크게 오를 것으로 본다면서도 “그러나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줄여나가는 현재의 경로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들의 견해는 유가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근원 물가지수에 의해 형성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올해 한 차례 정도 0.25%포인트 금리를 더 올린 뒤 상당 기간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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