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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코인 ‘클레이’ 1년 만에 80% 급락… ‘잡음’에 끝 모를 추락

조선비즈 이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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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코인 ‘클레이’ 1년 만에 80% 급락… ‘잡음’에 끝 모를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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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자회사인 크러스트를 통해 진행했던 주요 사업 중 하나인 클레이 코인이 최근 1년간 가격이 80% 넘게 급감하는 등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 클레이 코인은 재단의 무리한 사업 확장과 최근 사내벤처팀이 클레이를 몰래 매도한 사실이 밝혀져 역풍을 맞고 있다.

4일 가상자산 전문 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기준 클레이는 0.21달러(276원)에 거래 중에 있다. 이는 일주일 전(0.227달러)과 비교했을 때 5.21% 정도 떨어진 수치다. 사실 클레이 가격은 지난해 6월부터 0.2달러 수준에서 거래돼 왔다. 1년 전 클레이 가격이 1.15달러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80% 넘게 하락했다. 특히 2021년 3월 클레이의 장중 최고가(4.2달러)와 비교했을 땐 95%로 낙폭은 더욱 벌어진다.

클레이는 클레이튼 재단이 발행한 가상화폐(토큰)다. 2019년 카카오의 계열사 크러스트가 싱가포르에서 설립될 당시, 크러스트는 클레이 코인 생태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클레이튼 재단을 설립했다. 현재 클레이는 클레이튼 메인넷 상 거래 수수료(가스비)로 사용되는 등 범위가 제한적이나, 클레이튼 재단은 클레이를 상품, 서비스 구매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사용 범위를 넓혀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최근 크러스트는 회사 임직원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클레이를 판매한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달 초 크러스트의 사내 벤처(CIC)팀인 ‘크래커랩스’가 클레이를 여러 지갑에 분산시켜 매각한 사실이 드러나며 비판의 대상이 됐다. 크래커랩스는 업무 특성상 크러스트의 내부 사정에 밝을 수밖에 없는데, 금전적 이득을 목적으로 투자자들 몰래 이를 매각했다는 것이다.

또한 해당 임직원들은 클레이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믹싱’ 기술을 사용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믹싱이란 가상자산을 여러 계좌에 분산시키거나 거래 내역을 섞어 추적이 불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뜻한다. 믹싱 기술은 라자루스 그룹 등 북한의 해커 집단이 자주 사용하는 자금 세탁 방법으로도 유명하다.

클레이 상황이 어려워진 이유로는 지난해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기를 크게 겪으며 그 수익성 또한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크러스트는 지난 2021년부터 100여개 정도의 가상자산 프로젝트 등에 투자해 왔는데, 그 성과 또한 미비한 점이 투자자들의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크러스트는 총 4666만8939개에 달하는 클레이를, 4분기에는 349만7836개의 클레이를 다수 프로젝트에 투자하며 적극적으로 상황 개선에 나서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블록체인 산업의 특징이라면 국경의 경계가 없이 거래가 이뤄진다는 점인데, 클레이는 국내 사업 및 개발자 발굴에만 너무 치우친 감이 있다”라며 “지난해 전 세계적인 가상자산 불경기가 다가왔을 때, 이에 대한 대응 여력이 조금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달 6일 서울 강남구 크러스트유니버스에서 열린 클레이튼 재단 기자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크러스트는 클레이 가격 회복, 투자자 신뢰 제고 등을 위해 경영권을 클레이튼 재단에 위임한다고 밝혔다. /클레이튼 재단 제공

지난달 6일 서울 강남구 크러스트유니버스에서 열린 클레이튼 재단 기자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크러스트는 클레이 가격 회복, 투자자 신뢰 제고 등을 위해 경영권을 클레이튼 재단에 위임한다고 밝혔다. /클레이튼 재단 제공



가상자산업계에서는 클레이 부진에 대해 우려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클레이와 같은 국내 대표 코인이 경영 위기를 겪는다는 것은 그 후폭풍이 다른 코인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발행 코인은 이전부터 자금 세탁, 시세 조종 등 여러 부작용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클레이에 대한 신뢰 하락이 국내 프로젝트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한 가상자산 컨설팅 업체 임원은 “최근 클레이와 같은 국내 대장 격인 코인이 위기를 겪으며 그 불안감은 시장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며 ”다른 국내 코인들은 클레이보다 부실한 사업 구조로 이뤄져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큰데, 이럴 경우 언제든지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클레이 가격 폭락 등 현재 맞고 있는 위기 해소를 위해 크러스트는 최근 경영권을 클레이튼 재단에 위임하는 ‘초강수’를 두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클레이튼 재단은 경영권을 위임받은 것을 시작으로 정보 공개 강화 등 투자자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라고 했다.

클레이튼 재단 관계자는 “크래커랩스의 대규모 인출 사태는 클레이튼 재단의 신뢰도를 훼손할 수 있는 행위다”라며 “재단은 이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클레이 투자자 등 관계자들과 더 면밀히 소통할 예정이며 이번 사태 원인이 된 주체에게 책임을 질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정보 공개를 강화하고 투자자를 포함한 커뮤니티 일원들의 의사결정 참여 확대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정수 기자(essenc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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