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1019조8000억 추산
2022년 4분기 다중채무자 173만여명
1인당 평균 대출액 4억2000만원 달해
금리 3%P 오르면 연 이자 908만원 ↑
코로나로 이자상환 유예 등 조치 지속
납부 능력 아직 몰라 부실 판단 곤란
한은, 금융기관 선제적 자본확충 주문
식당가 점령한 카드 대출 광고 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가 외벽에 카드대출 안내 광고가 붙어 있다. 경기 한파에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국내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는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남정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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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분기별 자영업자 다중채무자 대출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자영업 차주 중 가계대출을 받은 금융기관 수와 개인사업자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다중채무자는 173만명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3분기(174만4000명)보다는 다소 줄었으나, 2021년 1분기(137만1000명)와 비교했을 땐 35만9000명 급증한 수준이다.
전체 자영업자 차주 수 대비 다중채무자 차주 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4분기(56.5%) 이후 지난해 2분기(56.2%)까지 하락세를 보였으나, 3분기 56.3%, 4분기 56.4%로 반등했다. 자영업 차주 10명 중 6명꼴로 사실상 더는 추가 대출을 받기 어려운 한계 차주라는 의미다.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대출잔액은 꾸준히 늘면서 지난해 4분기 전체 자영업 대출잔액의 70.6%(720조3000억원)를 다중채무자가 차지했다. 2021년 1분기 68.8%(572조원)와 비교해 비중은 1.8%포인트, 잔액은 148조3000억원 늘었다. 이들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1인당 평균 대출액은 지난해 4분기 말 현재 4억2000만원으로 추정됐다.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은 자영업 다중채무자가 일반 자영업 차주보다 더 컸다. 한은이 이자 부담 증가분을 추산(지난해 4분기 말 변동금리 비중 추정값 72.7% 바탕)한 결과, 금리가 0.25%포인트, 1.50%포인트 인상되면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1인당 연이자는 각각 76만원, 454만원씩 불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자영업 차주의 경우, 대출금리 0.25%포인트, 1.50%포인트 상승 시 1인당 평균 연이자는 각각 60만원, 362만원 증가했다.
만약 2021년 8월 이후 최근까지 약 1년 반 사이 기준금리 인상 폭(3.00%포인트)만큼 대출금리가 뛰었다면, 각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이자는 평균 908만원 불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선 자영업자 대출 규모 증가 등과 더불어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 등의 조치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금리로 은행권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이자상환 유예 조치 등을 받은 자영업자들이 상환 능력을 회복했는지 알 수 없어 향후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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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의 부실 여부를 알아볼 수 있는 것이 이자 납부 능력인데, 이자를 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보니 해당 자영업자·업체가 부실한지, 건전하게 잘 유지되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 정책이 제대로 통해서 ‘자영업자 고객들의 이자를 유예시켜줬더니 이자 부담에서 벗어나 영업을 잘했다’라는 해피엔딩이었으면 저희도 참 좋겠지만, 뇌관이 될 수도 있어서 염려스럽긴 하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 대출 부실위험을 줄이기 위해선 취약차주의 채무 재조정 등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 실린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위험규모 추정 및 시사점’을 통해 “자영업자 대출 부실위험 축소를 위해서는 취약차주의 채무 재조정을 촉진하고 정상차주에 대한 금융지원조치의 단계적 종료, 만기 일시상환 대출의 분할상환 대출 전환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아울러 한은은 금융기관들이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를 확대하고,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자영업자 차주들을) 스크리닝할 수 있다면 정말 힘든 분들에게는 유예 조치를 이어가고, 회수할 수 있는 대출은 회수해서 (정부 지원이) 더 힘든 분들한테 돌아가도록 하는 정책적 기술이 발휘돼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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