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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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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추념식 불참한 윤 대통령…스치듯 사라진 ‘국민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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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75주년 제주 4.3추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추념사 대독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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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제75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결국 불참했다. 진보·보수 진영 역대 대통령별로 참석 여부를 달리한 ‘추념식 정치’가 윤석열 정부에서도 연장됐다. 통합 메시지는 그만큼 약해졌다. 국민통합은 취임 1주년을 1개월여 앞둔 현재 윤 대통령 메시지에서 ‘정치적 사어’가 됐다. 당선 당시 강조한 ‘통합의 정치’에서 멀어져 분열에 기반한 국정운영을 이어간다는 지적이 불가피해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추념사를 통해 “무고한 4·3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들의 아픔을 국민과 함께 어루만지는 일은 자유와 인권을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며 “정부는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생존 희생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잊지 않고 보듬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무고한 4·3 희생자들의 넋을 국민과 함께 따뜻하게 보듬겠다는 저의 약속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해 당선인 신분으로 직접 추념식에서 발표한 내용과 궤를 같이한다. 당시 보수 정당 출신 대통령이나 당선인의 첫 추념식 참석이라는 점에서 통합 행보로 주목받았다. 대선 후보로 처음 제주를 방문한 2021년 10월 경선 토론회에선 “어떤 이유든지 양민 학살이라는 반인권적인 행위를 정부가 저질렀다고 하면 명확하게 진상을 밝히고 보상하지 않고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번 추념사에선 “정부가 저지른 반인권적인 행위”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4·3을 고리로 한 통합 행보의 의미는 대통령 취임 첫해라는 상징적인 순간에 불참을 택하면서 퇴색했다.

윤 대통령이 4·3 추념식에 불참한데는 지지율 하락 상황에서 보수 지지층에 소구하려는 뜻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 당선부터 취임 직후까지 반짝 이어졌던 통합 행보가 이후 사실상 사라지게 된 흐름의 연장선으로도 보인다.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대선 의미를 “편가르지 말고 통합의 정치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호소”라고 했다. 취임 일주일째에 이뤄진 국회 시정연설에선 “의회주의자”를 선언했고, 이틀 뒤 제42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선 “오월의 정신은 바로 국민 통합의 주춧돌”이라고 했다.

하지만 최근 국민통합을 앞세운 대통령 메시지는 사실상 사라졌다. 각종 연설의 중심에는 주로 ‘자유’가 자리했고 ‘통합’을 선명하게 언급한 적은 없었다. 올해 들어 주요 연설로 꼽히는 신년사와 3·1절 기념사, 23분여의 국무회의 모두발언도 마찬가지였다. 대신 노동조합을 ‘부패세력’으로 규정해 적대시하거나, 대일외교 비판 여론을 ‘반일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으로 치부하는 발언 등이 이어졌다. 야당 대표와의 회동도 취임 이후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통합보다 편가르기에 방점을 찍은 국정운영 기조가 이어진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윤 대통령의 통합 행보 중단이 여권에 ‘우편향’ 신호로 작용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5·18 민주화운동 폄하 발언으로,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4·3 왜곡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이날 제주 곳곳에는 ‘4·3은 공산폭동’이라는 극우 단체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민간인들이 대규모 희생된 사건을 두고 정치적으로 참석 여부를 달리하는 ‘추념식 정치’는 윤석열 정부에서도 연장되게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4·3 추념식에 참석했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권 들어 현직 대통령의 추념식 방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8년을 포함해 임기 중 세 차례에 직접 참석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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