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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뽁뽁뽁뽁" 식물도 스트레스 받으면 '비명'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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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서울=뉴시스] 이스라엘 식물학 연구팀은 최근 식물이 특정 상황에서 인간이 들을 수 없는 고주파를 내뿜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사진출처: 텔아비브 대학 영상자료 갈무리) 2023.03.31.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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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식물도 갈증 등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간의 가청범위에서 벗어난 고주파로 소리를 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 릴라크 하다니 교수 연구팀은 31일(현지시간) 과학저널 '셀(Cell)'을 통해 특정 상황에서 발생하는 '식물 고주파'를 녹음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이 고주파가 어떤 식물이 어떤 상황에서 내는 소리인지도 분석하는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소리를 내는데, 식물의 종류와 스트레스의 성격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사람 귀엔 안 들리지만 박쥐나 생쥐, 곤충 등은 이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다니 교수는 "소리에 반응하는 유기체는 너무도 많기 때문에, 식물이라고 해서 '벙어리'일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다"라고 연구 동기를 설명했다.

연구팀은 조용하고 고립돼 있어 배경 소음이 전혀 없는 지하실에 음향 박스를 설치하고 그 안에 토마토와 담배, 밀, 옥수수, 선인장, 광대나물 등을 넣은 뒤 10㎝ 떨어진 곳에 20~250킬로헤르츠(㎑)의 고주파를 녹음할 수 있는 초음파 마이크를 설치했다.

연구팀은 음향 박스에 이들 식물을 넣기 전 명확한 대조를 위해 일부 식물에게는 5일간 물을 주지 않거나 줄기를 자르는 등의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줬다.

그 결과 스트레스를 받은 식물들이 40~80㎑의 고주파 소리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최대 주파수는 약 16㎑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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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 Aviv University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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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들이 내는 소리는 '딸깍'하는 소리나 일명 '뽁뽁이'로 불리는 포장용 에어캡 터지는 소리와 유사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소리를 내는 빈도는 스트레스가 심해질수록 많이 늘어났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식물은 시간당 평균 한 번 미만으로 소리를 냈지만 물을 주지 않거나 줄기를 자른 것은 시간당 30~50차례 소리를 냈다.

한편 연구팀은 이어 녹음된 소리를 자체 개발한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알고리즘에 학습시켜 식물들이 내는 소리가 식물 종류와 가해진 스트레스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토마토와 담배가 각각 물이 부족할 때 내는 소리가 다르고, 물이 부족할 때와 줄기가 잘렸을 때 내는 소리도 다르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또 이 알고리즘을 배경 소음이 많은 온실 속에 있는 식물들에 적용해 이들이 내는 소리를 확인하고 구분해내는 데도 성공했다.

식물이 소리를 내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불분명하지만 연구팀은 식물 관다발계(vascular system) 안에 기포가 형성됐다 터지는 '공동'(cavitation) 현상 때문에 소리가 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하다니 교수는 "식물이 다른 생물체와 소통을 하기 위해 소리를 내는 것인지는 명확지 않지만 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가 생태학적, 진화적으로 큰 의미를 내포한다"며 "다른 동식물이 이 소리를 듣고 반응하도록 진화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다음에 풀 문제는 이 소리를 누가 듣는지를 밝히는 것이라며 박쥐나 설치류, 곤충들, 어쩌면 다른 식물들도 이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하다니 교수는 "목가적인 꽃밭은 우리가 듣지 못할 뿐 다소 시끄러운 곳일 수 있다"며 "식물 소리를 듣고 물을 줘야 할 때를 알려주는 센서 같은 적절한 도구만 있으면 사람들도 식물 소리 정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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