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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50대 이상은 오후, 20~40대는 밤…죽음 부르는 봄철 졸음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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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졸음운전 사고는 치사율이 일반 교통사고보다 높아 인명피해 위험이 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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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4일 오전 11시 45분께 전북 익산의 한 도로를 달리던 5t 트럭이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해 50대 운전자가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트럭 내 블랙박스에 운전자가 여러 차례 하품하는 모습이 담긴 걸 확인하고 졸음운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 3월 14일 밤 11시 50분께 경기도 포천시 소홀읍의 한 도로에선 시내버스가 주차돼 있던 화물차를 들이받아 버스 운전기사와 승객 등 8명이 다쳤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버스 운전기사가 졸음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나른한 봄을 맞아 졸음운전 사고와 인명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2일 도로교통공단이 최근 3년간(2019~2021년) 봄철(3~5월)에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분석한 데 따르면 총 1833건이 발생해 47명이 숨지고, 3423명이 다쳤다. 하루 평균 7건의 졸음운전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졸음운전이 위험한 건 비록 잠깐이더라도 사실상 운전자 없이 차가 빠른 속도로 내달리는 아찔한 상황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시속 100㎞로 달리는 차에서 운전자가 깜빡 조느라 4초가량 전방을 못 보면 무려 100m를 무방비로 지나치게 된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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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음운전은 잠깐이라도 무방비로 차가 질주하는 상황이 되는 탓에 위험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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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 졸음운전 사고는 치사율도 2.6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1.4명)의 2배 가까이 될 정도로 높다. 치사율은 사고100건당 사망자 숫자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치명적인 사고라는 의미다.

특히 졸음운전으로 인한 '차대사람 사고'(차와 사람이 부딪히는 사고)의 치사율은 무려 14.0명이나 됐다. 졸음운전 평균 치사율 보다는 5.4배,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과 비교하면 무려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또 봄철 졸음운전 사고는 운전자의 나이에 따라서 주로 발생하는 시간도 달랐다. 50대 이상 운전자는 오후 2시~8시 사이가 28.8%로 가장 많았다. 50대 이상 운전자의 졸음사고 10건 중 3건은 이 시간대에 일어났다는 얘기다. 반면 30~40대는 밤 10시에서 새벽 2시 사이가 28.1%로 가장 높았고, 20대 이하는 새벽 4시~오전 8시가 28.1%로 최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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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연령대별 졸음운전 사고 현황. [자료 도로교통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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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음운전을 한 운전자가 가장 많이 한 법규위반은 '안전운전의무 불이행'이 72.4%로 가장 많았고, 중앙선 침범이 14.5%로 두 번째였다. 신호위반과 안전거리 미확보는 각각 5.6%, 3.9%였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전체 교통사고에서 중앙선 침범 사고는 4%에 불과하지만 졸음운전 사고에서는 14.5%로 3배가 넘는다”며 “깜빡 졸다 보면 중앙선을 넘어갈 위험이 그만큼 커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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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내륙선의 가남 졸음쉼터.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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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별로 졸음운전 사고 발생현황을 보면 특별광역시도(道)가 29.1%로 최다였고, 시도(28.8%)·일반국도(17.1%)·지방도(11.1%)·고속도로(6.1%) 순이었다. 도로별 치사율은 고속도로가 6.3명으로 가장 높았고, 일반국도가 6.1명으로 뒤를 이었다.

봄철에 운전할 때 차량 내부에 공기가 정체되면 이산화탄소(co2) 농도가 증가해 두통과 집중력 저하가 생기고 이로 인해 졸음과 무기력증을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운행 중 30~40분에 한 번씩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2시간마다 졸음쉼터나 휴게소 등에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출발하는 게 좋다.



이주민 도로교통공단 이사장은 “졸음운전은 교통안전에 있어 반드시 피해야 할 불청객”이라며 “운전자 본인뿐 아니라 주변 차량과 보행자의 안전에 큰 위협이 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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