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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DDI서도 남 다르네"…'20년 연속 1위' 삼성, 시장침체 속 나홀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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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분기 DDI 10위권 기업 중 삼성만 매출 소폭 증가…스마트폰 DDI서 우위

TV·IT 수요 둔화로 DDI 가격 하락 이어져…고부가 OLED DDI 비중 높은 삼성 '유리'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로 DDI(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 시장에도 한파가 불어닥쳤지만, 삼성전자가 나홀로 웃었다. 경쟁사들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매출 하락세를 기록한 것과 달리 유일하게 성장세를 기록하며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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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모바일 DDI 이미지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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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년째 글로벌 DDI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모바일 DDI 제품과 기술 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하며 시장 지배력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3분기에는 전체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10위권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액 성장세를 보였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3분기 DDI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6% 늘어난 8억8천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전체 DDI 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30.2%나 줄어든 25억 달러에 그쳤다.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경기침체로 모바일, TV 등 세트 업체들의 주문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상위 매출 톱10 기업들도 울상을 지었다. DDI 업계 2위인 대만 노바텍은 지난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6.5%나 줄어든 4억200만 달러에 그쳤다. 노바텍은 2021년 3분기에 삼성전자(8억8천만 달러)보다 높은 9억2천5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한 때 1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2021년 연간 기준에선 삼성전자에 밀려 2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연간 매출로도 삼성전자를 꺾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3위인 LX세미콘도 지난해 3분기 DDI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5%나 줄어 3억2천200만 달러에 그쳤다. 전체 매출 90%가 DDI인 LX세미콘은 LG디스플레이, 중국 BOE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데, 지난해 고객사들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함께 타격을 입었다. LX세미콘은 올해도 이 두 업체를 통해 애플 '아이폰15'에 DDI를 탑재시킬 예정으로, 실적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 외에 4위 대만 하이맥스는 50.5% 줄어든 1억8천300만 달러, 5위 대만 레이디움 세미컨덕터는 42.5% 감소한 1억2천600억원을 기록했다. 대만 피티파워 인티그레이티드 테크놀로지, 미디어텍 등 6~10위에 포진된 DDI 기업들도 최소 7.1%에서 최대 39.5%의 매출 하락세를 기록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점유율 측면에서도 삼성전자는 상당히 돋보였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3분기 점유율은 35.4%로, 2위 노바텍(16.1%)과 3위 LX세미콘(12.9%)을 합친 숫자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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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장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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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이처럼 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는 것은 전 세계 스마트폰, TV 시장을 선도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의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은 약 3억 대로,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지난 10년간 지켜왔다. 지난해 글로벌 TV 시장에선 금액 기준 점유율이 29.7%로, 17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시장 우위에 있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중소형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시장에서 56%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 자리를 지켰다.

DDI는 스마트폰, TV, 노트북, 태블릿 등 화면을 구동하는 핵심 칩으로, 통상적으로 스마트폰에 1개, TV와 모니터에는 여러 개가 탑재된다. 삼성전자 시스템LSI는 모바일에 최적화한 DDI를 개발해 삼성디스플레이에 공급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를 탑재한 디스플레이를 애플 '아이폰'과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에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4대 중 1대에는 삼성전자 DDI가 탑재된다"며 "특히 OLED 스마트폰 중에서는 95%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 DDI가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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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한 직원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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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들어 DDI 시장 상황은 심상치 않다. 한 때 코로나19 특수로 공급난에 시달리며 고공행진을 거듭했던 DDI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세로 돌아서 지금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DDI 가격은 전분기 대비 1~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인 옴디아는 올해 4분기 DDI 가격이 0.51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DDI는 지난 2년여간 코로나19 여파로 주요 가전·IT 판매가 급증하며 '반짝' 특수를 누렸다. 그러나 지난해 2분기부터 시장 침체로 디스플레이 패널 수요가 감소하기 시작하자 DDI 가격도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실제로 TV 등 대형 디스플레이용 DDI 가격은 지난해 1분기 0.65달러로 최고치를 찍은 후 2분기 0.62달러, 3분기 0.59달러, 4분기 0.56 달러를 기록하며 내림세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DDI는 8~10주 내에 정상 회복하는데 지난해부터 재고 수준이 이례적으로 높게 유지되고 있다"며 "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LX세미콘, DB하이텍 등 DDI를 생산하는 국내 업체들의 실적도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디스플레이 패널의 수요는 올해 하반기부터 소폭 반등할 것으로 보이지만 DDI 수요와 가격 회복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해 재고 처리에 문제를 겪었던 패널 제조사들이 제품 비축에 소극적으로 나오고 있어 수요가 여전히 낮은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DDI 시장에 대한 중장기적 전망도 암울하다. 옴디아는 세트시장 부진으로 DDI 연간 매출이 올해 108억5천400만 달러에서 2029년 78억2천700만 달러로, 27.8%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LCD 기반의 DDI 제품은 공급 과잉으로 고객사와의 가격 협상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다른 업체들과 달리 삼성, LX세미콘 등은 가격이 더 비싼 OLED 기반의 고급 DDI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유리한 입지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는 OLED용 DDI 등 고수익 사업 비중을 높이기 위한 각 업체들의 사업 확장 시도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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