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피해자 "전두환 우릴 나쁜사람 교육, 전우원이 죄 있겠나"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27)씨가 광주를 찾아 5·18 유족·피해자들과 만나 사죄한 가운데 전씨를 직접 만난 5·18 당시 총상 피해자 김태수씨가 진심을 느꼈다며 “마음에 도움이 됐다”는 심경을 밝혔다.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27)씨가 31일 오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자신의 할아버지를 대신해 5·18 유가족 김길자 씨에게 사죄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씨는 31일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와의 인터뷰에서 직접 전씨를 만난 것에 대한 질문에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진짜 자기 본심의 말씀을 나눠주셨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전씨의 발언으론 “할아버지(전두환 전 대통령)가 그렇게 해서 우리를 이렇게 나쁜 사람으로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시켰는데 자기가 커나가면서 이 이야기를 듣고 저 이야기 듣고 보니까 우리 할아버지가 살인마였구나, 그래서 그게 너무 죄스러워서 머나먼 광주까지 와서 사죄를 드린다고 말씀 주셨다”고 했다.

또 이날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묘비를 외투로 닦은 전씨의 모습에 대해선 “마음이 뭉클했다”며 “할아버지가 그렇게 못된 잘못을 했는데 손자가 무슨 죄가 있겠느냐. 죄가 없는 그 어린 사람이 와서 울면서 외투를 벗어서 묘비로 닦으니까 저희들도 울었다”고 했다.

김씨는 그러면서 “마음에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은 뒤 석방된 전씨는 전날(30일) 5·18 유족·피해자들에게 사죄를 전하기 위해 광주를 찾았다. 이날엔 광주 서구 5·18기념재단 1층 리셉션 홀에서 5·18 유족·피해자들을 만나 저의 할아버지 전두환씨는 5·18 앞에 너무나 큰 죄를 지은 죄인”이라며 “가족 구성원으로서 (죄를) 인정하고 정말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저라는 어둠을 빛으로 밝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아버지는 여기에 묻혀 계신 모든 분들이십니다’라고 방명록을 적고, 참배대 앞에 서서 헌화와 참배를 했다. 당시 묘지 앞에서 무릎 꿇은 전씨는 입고 있던 검은 코트를 벗어 먼지에 쌓인 묘비를 닦아주며 “(묘지에) 와서 보니 제 죄가 더 뚜렷이 보이고 죄송한 마음이 크다. 앞으로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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