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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고요한 ‘벚꽃 명당’…“꽃잎 흩날리는 소리 들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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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국회의사당 뒤 윤중로에서 벚꽃, 조팝나무꽃, 박태기나무꽃 등이 활짝 피어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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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구기동 일대, 종로구 신영동에서 북한산 올라가는 길목, 잠실 장미아파트….


직장인 윤철수(32)씨는 30일 자신이 조용히 즐기는 벚꽃 명소로 몇 곳을 꼽았다. 윤씨는 “이태원 참사 기억에 가능하면 꽃 구경도 상대적으로 한산한 곳을 찾게 되는 것 같다”며 “사람 많은 축제가 벌어지는 곳은 아직 안전이 우려되고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4년 만에 마스크 없이 이른 꽃놀이를 즐길 수 있게 됐지만, 윤씨처럼 여의도 윤중로나 잠실 석촌호수 등 널리 알려진 서울의 벚꽃 명소를 외려 피하는 이들이 눈에 띈다. 여전한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이태원 참사 등으로 과밀한 곳이 싫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조용히 즐길 수 있는 자신만의 ‘벚꽃 맛집’을 자랑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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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릉숲 왕벚나무.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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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숨은 벚꽃 명소들을 열심히 찾아다녔다는 프리랜서 설용수(31)씨는 경기 파주 밤고지마을 벚꽃길을 첫손에 꼽았다. 설씨는 “조용하고 한적하고 벚꽃잎이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곳”이라며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명소가 아니라 개인적인 추억이 있는 곳, 나만의 기억이 묻어 있는 곳에서 봄을 느끼고 싶어 숨은 장소들을 찾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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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마천동 성내천 인근에 유치원생들이 벚꽃 구경을 하고 있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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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전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의 벚꽃.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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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30년 넘은 오래된 아파트 단지는 추억이 담긴 저마다의 ‘벚꽃 성지’로 거듭나고 있다. 세월과 함께 단지 곳곳에 벚나무도 울창한 경우가 많아서다. 직장인 김아무개(31)씨가 최고로 꼽는 벚꽃 명소도 부모님이 사시는 서울 도봉구의 구축 아파트 단지다. 김씨는 “마스크 쓰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 붐비는 곳에 가는 건 아직 꺼려진다. 사람 구경이 아닌, 꽃 구경 제대로 하고 싶어 올해는 유명한 축제 장소는 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최근 에스엔에스에도 “아파트 벚꽃 모음 잠실 5단지, 올림픽훼밀리타운”, “여의도 오래된 아파트들에는 엄청나게 거대한 목련 나무들이 있다” 등의 게시글과 사진이 여럿 올라오기도 했다.

물론 ‘구관이 명관’이라며 전통의 벚꽃 명소를 즐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 29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서 마스크를 벗고 친구들과 사진을 찍던 이예린(25)씨는 “코로 꽃내음 맡으니 정말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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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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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오후에도 석촌호수는 산책길을 따라 활짝 핀 벚꽃을 구경하기 위한 시민들로 북적였다. 학교 자율학습에 가기 전 친구와 함께 잠시 들렀다는 진선여고 3학년 반지이(18)양도 “원래 학교 마치고 밤에 꽃구경하려고 했는데, 날이 정말 좋아 밝을 때 보고 싶어 왔다”며 “떨어진 꽃잎 주워 담아서 다시 학교 가려 한다. 내년엔 입시 잘 마쳐서 대학생 돼서 꽃 구경 하러 오고 싶다”고 했다.

예년보다 2주가량 일찍 피기 시작한 벚꽃에 오는 4월 초로 축제를 계획했던 일부 지자체에서는 축제 일정을 앞당기거나, 인파·안전 관리 대책을 수립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벚꽃 개화 시기가 빨라져 주민들 요구로 ‘송정마을 벚꽃축제’를 일주일 당겨 31일 진행하게 됐다”고 했다. 영등포구청도 다음 달 4일부터 열리는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에 앞서 최근 시민들이 몰리자 애초 다음 달 3일부터 시작되는 교통통제 기간을 1일 오전 10시부터로 이틀 앞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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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벚꽃이 활짝 핀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를 찾은 시민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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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마천동 성내천 인근에 시민들이 만개한 벚꽃을 구경하고 있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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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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