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기업 체감경기·소비심리 7개월 만에 동반상승
"아직 기대뿐, 지표상 개선조짐 뚜렷지않아" 지적도
지난 29일 시민과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서울 명동거리. (자료사진)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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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우리 경제가 기나긴 터널을 지나고 있지만 곧 경기가 바닥을 치고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 또한 조심스레 고개를 드는 양상이다.
기업 체감 경기와 소비 심리가 7개월 만에 동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전 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3월 한 달 전보다 3포인트(p) 오른 72를 기록했다.
BSI가 기준치인 100을 밑돌아 비관적 경기 인식이 여전히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이후 장장 6개월 동안 지속된 하락 행진을 끊어냈다는 의미가 있다.
기업 체감 경기가 상승한 이유를 요약하면 '향후 업황 반등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황희진 한은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제조업의 전방 산업 수요 증가와 제품 가격 인상 기대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금껏 반도체 등 국내 제조업 경기는 악화 일로를 걸어왔으나 주요 대기업의 설비투자가 이어지는 데다 최근 시장에서는 반도체 수요와 가격이 하반기 반등하리라는 '반도체 바닥론'이 확산하는 중이다.
여기에 지난달 자동차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철강 등 1차 금속산업의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또 석유화학 업계의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스프레드가 최근 추락 끝 손익분기에 가까워진 것으로 나타나 업황 반전에 대한 희망이 싹텄다.
이에 3월 BSI는 우리 업체들의 실적이 부진한 와중에 뜻밖에 '제조업'을 중심으로 반등했다.
한은에 따르면 제조업 업황 BSI는 한 달 전보다 7p 상승한 70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넉 달 만의 상승이다.
제조업 BSI 상승 폭은 지난 2021년 4월 이후 약 2년 만에 최대였다.
지난 12일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이 붐비고 있다. (자료사진)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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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업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첫 마스크 없는 봄철을 맞아 소비 심리가 해빙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호재가 있다.
한은에 따르면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2.0으로 한 달 전에 비해 1.8p 올랐다.
CCSI는 지난달 하락세로 전환한 바 있으나 이달 다시 오름세로 돌아선 것이다.
기업 체감 경기인 BSI와 소비 심리인 CCSI가 함께 상승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 만의 일이다.
황 팀장은 "물가 상승 폭 둔화와 마스크 전면 해제 등에 따른 일상 회복 기대감 등이 소비자 심리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 29일 발표한 600억원 규모 내수 활성화 대책은 이 같은 분위기에 훈풍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정부의 대책이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0.2% 수준인 4조6000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고용 증대 효과로는 약 12만명을 제시했다.
다만 오래 지속된 경기 둔화와 고물가·고금리로 인해 경기가 실제 반등하는 모습을 지표로 확인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개선 기대감은 고조됐어도 실제 지표는 여전히 부진한 대표적인 부문이 수출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20일 수출 현황 발표 직후 "3월도 수출 경기 개선 신호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2분기 수출산업 경기전망지수(EBSI)는 1분기 대비 개선됐으나 글로벌 신용 경색과 아직 기대치를 밑도는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2분기 수출 개선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까진 경기가 나아질 만한 뚜렷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여전히 경기 부진 우려와 물가 상승 우려가 상존한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올해 경기가 상저하고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는 기대는 계속 있어 왔지만 아직 지표로 확인되지 않은 기대감"이라며 "정부의 내수 활성화 방안도 물가 상승 압력에 대한 우려로 인해 제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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