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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尹 방미 20여일 앞두고… 김성한 안보실장 사퇴, 후임 조태용 주미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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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실장 교체]

여권관계자 “당초 방미전 교체 구상”

金 “외교-국정운영 부담되지 않길”

동아일보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했던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9일 사퇴했다. 정상 외교의 최대 이벤트인 윤 대통령의 다음 달 말 미국 국빈 방문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외교안보 총괄사령탑인 대통령 핵심 참모가 물러나는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

여권 관계자는 이날 “윤 대통령은 방미 조율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뒤 애초부터 방미 전에 김 전 실장 등 외교안보 진용을 교체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며 “방미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범 전 의전비서관,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을 교체한 데 이어 김 전 실장까지 교체한 윤 대통령은 새 외교안보 진용으로 한미 정상회담 준비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실은 전날까지만 해도 김 전 실장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는 본보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하지만 여권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김 전 실장이 지난 주말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 전 실장은 이날 오후 본인 명의의 언론 공지를 통해 “오늘부로 국가안보실장 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며 “저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외교와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방미 일정 조율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과 이에 따른 논란이 윤 대통령의 정상 외교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것. 이어 “1년 전 대통령님으로부터 보직을 제안 받았을 때 한미동맹을 복원하고 한일관계를 개선하며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한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며 “여건이 어느 정도 충족됐고, 미국 국빈 방문 준비도 잘 진행되고 있어 후임자가 차질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김 전 실장의 사의를 고심 끝에 수용하기로 했다”며 “후임 안보실장에 조태용 주미 대사를 내정했다”고 말했다. 조 신임 실장은 미국·북한 문제에 정통한 외교관 출신으로, 국민의힘 비례대표 의원을 지내다가 현 정부 초대 주미 대사에 발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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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 뒤에 29일 사퇴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의 모습이 보인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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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한미 정상회담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외교안보 사령탑인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을 교체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취임 1년을 앞두고 외교안보 라인을 쇄신하는 구상을 갖고 있던 윤 대통령이 방일, 방미 외교 조율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를 지켜본 끝에 한미 정상회담 전 외교안보 라인을 쇄신해야 방미를 통한 국익 극대화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는 것.

●尹, 지난주부터 안보실장 교체 유력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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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복수의 외교 소식통과 정부 인사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6, 17일 방일을 마친 뒤인 지난주 중후반부터 김 전 실장 등 외교안보 라인 교체를 유력하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 주최 국빈 만찬에서 한류 스타 블랙핑크와 미국의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협연 일정 조율에서 불거진 잡음이 교체 검토의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더 근본적으론 핵심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최적의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외교안보 라인 쇄신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방미 일정뿐 아니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배상 해법 조율, 북한 무인기 대응 등 현안에 대한 문제가 누적됐다는 뜻이다. 여권 관계자는 “김 전 실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뢰가 떨어진 점이 이번 개편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김 전 실장은 윤 대통령의 대광초 동창으로 50년 지기다.

윤 대통령이 지난주부터 교체를 검토하면서 김 전 실장은 24일 윤 대통령 부부가 참석한 가운데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진행된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불참하기도 했다. 천안함 55용사의 이름을 한 명씩 차례로 부르며 추모하는 ‘롤 콜(Roll Call)’을 한 핵심 외교안보 행사에 김 전 실장을 제외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 임종득 2차장이 참석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 일각에선 국빈 방미가 임박한 만큼 이달 5일 방미 일정 조율차 미국까지 다녀온 김 전 실장에 대한 교체 시기를 방미 이후에 단행하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이와 동시에 “방미 전이라 교체를 못 한다는 논리라면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만큼 그때도 교체를 못 한다는 말이냐. 새 진용을 신속히 꾸려 최대의 전력으로 방미를 준비하는 게 옳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28일 본보 보도로 김 전 실장 교체 검토 사실이 알려지자 대통령실은 “교체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일단 진화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김 실장 등 외교안보 라인과 이날 예정에 없던 오찬을 하면서 김 전 실장에 대한 신임을 보였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여권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이날 오찬은 고별 자리가 됐다”고 했다.

● 김 전 실장 거취 두고 긴박했던 대통령실

29일 대통령실은 급박하게 움직였다. 오전까지만 해도 대통령실 내에선 김 전 실장 교체가 미뤄질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하지만 이날 오후를 기점으로 기류가 급변해 김 전 실장 거취 문제를 두고 내부에서 긴급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전 실장의 리더십으로는 방미에 전력투구하기 어렵고, 미국 역시 김 전 실장이 신임을 잃은 걸 아는 상황에서 실질적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볼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은 논란 끝에 며칠이 늦어졌지만 김 전 실장을 당초대로 교체하고 새 안보실장을 임명해 방미 준비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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