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김밥 ⓒ온라인 커뮤니티 |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무슨 금가루를 끼얹었나?” “솔직히 가격만 착하면 보편적인 요리인데 대체 비싼 이유를 모르겠다.” “이쯤되면 창렬김밥으로 이름을 바꾸자.” “하나하나 김밥 싼다고 손 많이 간다고 하던데 개인적으론 진짜 제 돈 주고 안 사먹고 싶은 음식 중 하나다.”
수많은 음식가격들 중에서 국내 각종 커뮤니티서 잊을만하면 올라오는 단골 소재 중 하나인 ‘충무김밥’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이다. 주로 ‘비싸다’ ‘부실하다’ ‘특별히 맛있는 줄 모르겠다’ 등 부정적인 댓글 일색이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그 김밥의 근황’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오면서 ‘충무김밥 논란’이 재점화됐다.
글 작성자는 가격표와 함께 충무김밥 사진을 공개했는데 사진에는 꼬마김밥 7덩이 정도와 함께 깍두기, 무말랭이와 국이 담겨져 있다.
현재 전국서 판매 중인 충무김밥 메뉴 가격은 6000원에서 1만원에 형성돼있는 만큼 단순하게 ‘비싼 음식’이라고 치부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무김밥=비싼 음식’이라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정적 원인은 함께 나오는 반찬들과 바로 재료에서 기인한다.
업계에 따르면 보통 일반 충무김밥은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일반 김에 맨밥을 말아 작은 사이즈로 잘라서 판매하고 있다. 지역적이나 음식점마다 편차가 있을 수 있지만 김밥과 함께 나오는 반찬은 적당한 크기로 썬 무김치(깍두기)와 오징어‧무 말랭이무침이 전부인 경우가 많다.
속된 말로 ‘단출하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게다가 단 두 가지로 나오는 무김치나 오징어‧무 말랭이무침도 일반 한식집보다 특별하지도 않다. 함께 나오는 멀건 국물의 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메인 메뉴인 김밥부터 반찬으로 제공되는 무김치나 오징어‧무 말랭이무침 역시 만드는 데 특별한 레시피가 필요하지도 않고 다른 음식에 비해 손이 많이 가는 것도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비슷한 예로 흔히 즐겨먹는 일반 김밥의 경우 안에 들어가는 소시지, 시금치, 당근, 햄 등의 재료들을 삶아 데치거나 볶는 등 사전에 해야 할 작업이 상대적으로 많다. 그만큼 들어가는 재료비도 일반 김밥이 더 높을 수밖에 없는데도 현실은 충무김밥 가격이 더 높게 형성돼있다.
모니터 화면에 표시된 충무김밥 가격 ⓒ온라인 커뮤니티 |
음식의 양도 많지 않다. 보통 충무김밥 1인분은 6~10개 이내로 구성돼있어 성인 남성이 먹기엔 다소 적다.
일각에선 “음식값이 비싸다고 생각하면 사먹지 않으면 되는데 먹는 사람들이 있으니 가격을 내리지 않고 팔고 있는 게 아니냐” “다 필요 없고 사먹는 사람이 있으니 논쟁거리가 되지 않는다” “10년 전부터 비싸다고 했었는데 없어지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 등의 반론 목소리도 들린다.
업계서도 비슷한 기류가 감지된다. 시장 가격의 형성은 소비자들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며 고가라는 분위기가 형성될 경우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이 찾지 않게 돼 결국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은 선택의 몫은 소비자들”이라면서 “음식의 양이나 맛의 경우는 워낙 개인편차가 큰 부분이기 때문에 뭐라 딱히 언급할만한 부분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가파른 물가인상으로 인해 라면, 김밥은 물론 다른 메뉴들도 다 올랐는데 왜 충무깁밥만 문제가 되는지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의아해했다.
익명을 요구한 통영 소재의 한 충무김밥집 사장은 “요즘엔 기계로 (김밥을)마는 집도 생겼지만, 대부분 직접 손으로 김밥을 만다”며 “충무김밥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 김밥은 재료를 모두 올린 뒤 한 번에 김으로 만다”며 “그런데 충무김밥은 작은 김밥을 하나하나 손으로 말아 만들어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이라고 부연했다.
충무김밥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게 해방 이후, 충무(현재의 통영시) 어부의 점심을 해결해주기 위해 시작됐다는 설이다. 실제로 충무김밥은 경남 충무서 시작됐으며 밥과 반찬을 따로 먹는 김밥을 말한다.
어부들이 바다에 나가 일을 하다 보면 반찬을 제대로 먹기가 쉽지 않으니 어디서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었는데 그게 바로 충무김밥이라는 것이다.
다수의 통영 지역주민에 따르면 일반 김밥의 경우 단무지, 소시지, 시금치 등 김 안에 들어간 내용물이 금세 쉬는 바람에 못 먹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던 탓에 김에 맨 밥을 말아 꼴뚜기무침과 무김치를 따로 담아 싸주면서 유래된 향토음식이다.
실제로 통영시 중앙동에 가면 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충무김밥을 파는 음식점들을 볼 수 있는데 ‘원조’ ‘본가’ ‘할매’ 등의 상호로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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