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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저출산 대책에 소득기준 자체를 없애달라” [70th 창사기획-리버스 코리아 0.7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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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부 첫 대책 MZ에 물어보니

맘 편히 육아휴직 못쓰는 현실

맞벌이 가정 지원 확대해야

난임·재택근무 지원 확대는 환영

헤럴드경제

MZ세대 이미지.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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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육아휴직자 인센티브 늘려주고 배우자 출산휴가 관련 급여 지원 확대해주는 정책들 다 좋죠. 그런데요, 기자님은 그러면 이제 마음 편히 육아휴직 쓰실 수 있겠어요?”

정부가 부부의 일·육아 병행을 돕고 현금성 지원을 확대하는 등의 저출산 종합대책을 내놓은 데 대해 MZ세대 사이에서 “정책의 실효성이 얼마나 있겠느냐”는 다소 회의적 반응이 감지된다. “한국 사회 분위기, 직장 문화의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출산을 포기했던 MZ 부부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더 파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관련기사 4·8·28면

헤럴드경제가 29일 인터뷰한 MZ세대 청년들은 전날 정부가 발표한 다양한 저출산 정책에 대해 실제 현장에서 작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혼 6년차이지만 아이가 없는 김모(30·여)씨는 “남성 육아휴직 인센티브를 늘리고 난임휴가를 확대하는 등은 정말 필요한 정책들이 맞다”면서도 “그런데 막상 때가 되면 직장에서 입지가 좁아질까봐 눈치 보고 제대로 못 쓰는 사람이 태반 아니냐”고 말했다.

김씨는 “전 세계에서 압도적인 최저 수준의 저출산 위기에 대한 대책이라기엔 전혀 파격적인 게 없는 것 같다”고도 했다. 결혼 4년차 맞벌이 직장인 최모(32)씨도 “이미 있는 좋은 제도들도 지켜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 앞서간 제도들을 내놓는다고 해서 잘 지켜질 것으로 믿기는 어려워보인다”고 했다.

올해 6월 결혼 예정이라는 외국계 무역회사 직원 정모(35)씨는 “일단 육아휴직을 떠나면 나머지 직원들이 힘들지 않느냐”며 “출산휴가 들어가는 직원이 있는 팀에는 남은 팀원들에게 추가급여를 주고, 일정 부분을 나라에서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씨는 “정부가 최소 10년은 내다보고 움직여야하는데 맨날 정책만 추가하는 것 같아서 아쉽다”고도 했다.

지난해 아이가 태어났다는 결혼 4년차 직장인 김모(29)씨는 “와이프가 전 회사에서 임신을 한 뒤 권고사직을 당했다. 아직 우리 사회에는 임산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정책이 나왔다고 아이를 더 낳을 생각이 들진 않는다”고 했다.

다만 근로시간 단축제, 재택근무 지원 확대 등에 대해서는 환영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김씨는 “재택근무 지원은 꼭 필요한 근본적 대책 같다”며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 출퇴근에서 자유로워지는 것만으로도 아이를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직접 느끼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결혼한 맞벌이 부부 남편인 백모(29)씨는 “아이 때문에 돈도 못벌고 경력단절 발생하는 거로 인해 출산을 포기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다. 재택근무를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해준다면 긍정적인 반응이 분명 많을 것”이라고 했다.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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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제를 이용할 수 있는 자녀의 연령 상한을 현재 초등 2학년(만 8세)에서 6학년(만 12세)으로 상향한 데 대해서도 호평했다. 백씨는 “아직 아이는 없지만 주변 보면 초등학교 다니는 애들까지는 손 많이 간다고 힘들어하는 부모들 많더라”며 “적어도 중학교는 들어가야 돌봄 측면에서 조금 숨 돌릴 새가 있다고 하는데, 6학년이면 사실상 초등학교 다니는 동안 다 적용이 되니 좋아 보인다”고 했다.

각종 정책을 법제화해서 강제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워킹맘 조모(35)씨는 “근로시간 단축제 확대를 실제 활용할 수 있는 워킹맘이 얼마나 될까 조사는 해보고 확대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눈치보느라 못 쓰는게 현실”이라며 “정책이 현실화 되려면 모두 다 법적 근거가 마련되고 처벌조항도 넣고 강제로 해야지, 자율적으로 하게 두면 실제 적용되는 사례는 절대로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주택 지원 관련 소득기준을 더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조씨는 “저출산 정책에 소득기준 자체를 없애야 한다. 지금 출산율이 최저인데 저소득층만 애를 낳으라는 것도 아니고 소득기준을 나눠서 지원하는 게 무슨 의미냐”며 “맞벌이 가정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11월 결혼 예정인 김모(31)씨도 “전세대출 지원 소득 조건을 1000만원 늘린다고 하던데, 소득 요건 8500만원을 넘어서 그런지 실망스러웠다”며 “물론 저 안에 해당하는 사람들도 있을테지만, 이번 정책으로 완화된 요건에 충족 안되는 부부들 중에서도 결혼부터 주거 마련, 출산까지 빠듯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고 말했다.

다만 난임 지원에 대해서는 호평이 나왔다. 오는 7월 결혼 예정이라는 광고홍보회사 직장인 박모(31·여)씨는 “마음에 드는 정책은 냉동난자 정책이다. 요즘 주변에 난자 얼리고 싶다는 생각 많이 하는데 지원이 많아지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8년차 프리랜서 직장인 최모(37)씨는 “아내가 시험관 8차까지 했는데 매번 돈이 엄청 들어갔다. 진짜 현실적인 정책인 것 같다”고 했다.

앞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전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올해 1차 회의를 개최하고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아이돌봄서비스 참여 가구를 크게 늘리고 아이를 키우는 가구에 대한 세제 지원도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2자녀 이상만 돼도 양육과 주거 지원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영아 병원비 부담을 낮추고 난임 지원은 넓히기로 했다.

배두헌·김빛나·박지영·김영철·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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