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사회 정책 방향…정년연장·노인연령 상향 논의 착수
영아 입원비 본인부담 '제로'…미혼자도 자녀 있으면 주거 혜택 '검토'
신혼부부에 43만호 공급…年소득 8천500만원까지 주택구입자금 대출 특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꼴찌이자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는 16년간 약 280조원의 저출생 대응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생아 수는 20년 전의 반 토막인 25만명 수준으로 곤두박질했다. 사진은 2019년 서울의 한 대형병원 신생아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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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가 저출산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육아 병행을 돕고 현금성 지원을 확대해 양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아이돌봄서비스 참여 가구를 크게 늘리고 아이를 키우는 가구에 대한 세제 지원도 확대한다. 2자녀 이상만 돼도 양육과 주거 지원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영아 병원비 부담을 낮추고 난임 지원은 넓힌다. 아울러 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고령자 계속고용과 노인연령 조정 논의를 본격화하는 한편, 고령자 복지주택 공급을 늘리고 신노년층에 맞는 일자리를 확충한다.
29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저출산위는 전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올해 1차 회의를 개최하고 이런 내용의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이번 회의는 7년 만에 위원장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회의로, 민간 전문가와 정부 위원인 관계 부처 장관들이 참석했다.
저출산위는 우선 저출산 대책으로 가정 내에서 양육하는 아이돌봄서비스 이용 가구를 작년 7만8000가구에서 3배 수준으로 늘릴 계획을 밝혔다. 아이돌보미 수당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영아종일제 돌봄 수당을 추가로 지원한다. 민간 도우미 양성 체계를 국가제도로 도입하고 서비스 기관 등록제를 실시해 민간 돌봄 서비스도 활성화한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연 500곳 규모로 확충하고 인센티브·근무수당 지원으로 0세반 개설과 토요보육 확대를 유도한다.다자녀 가구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2자녀 이상’에 대한 정부 지원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관련 정책의 다자녀 기준이 ‘3자녀 이상’에서 ‘2자녀 이상’ 중심으로 넓어지는 것이다.
출산휴가·육아휴직 제도와 관련해서는 실태조사, 근로감독, 전담 신고센터 개설, 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ESG) 정보 공시 등을 통해 이행력을 높일 계획이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의 대상과 기간, 급여도 늘어난다. 근로시간 단축제를 이용할 수 있는 자녀의 연령 상한을 초등 2학년(만 8세)에서 6학년(만 12세)으로 높이고 부모 1인당 최대 24개월에서 36개월로, 통상임금 100% 지원 시간도 1시간에서 2시간으로 늘린다.
일·육아 병행 환경 조성을 위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확대하는 것도 포함됐다. 육아기 재택근무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을 검토하고 남성 육아휴직 참여자에 대한 인센티브와 배우자 출산휴가 관련 중소기업 급여 지원을 늘린다.
청년, 신혼부부에게는 분양주택,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자녀수에 따라 주거 면적을 달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2027년까지 신혼부부에 공공분양(뉴:홈) 15만5천호, 공공임대 10만호, 민간분양 17만5천호 등 43만호를 공급한다. 또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주택 구입·전세자금 지원 대출의 소득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주택구입자금 대출 특례 상품의 연소득 기준 상한이 8500만원, 전세자금 대출 특례 상품의 연소득 기준 상한이 7500만원으로 각각 1500만원 높아진다.
공공주택 중 공공분양의 다자녀 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로 완화해 2자녀 이상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공공주택 입주시 소득·자산 요건을 출산 자녀 1인당 10%포인트씩 최대 20%포인트까지 완화한다. 정부는 혼인과 관계 없이 자녀를 출산하는 가구에 대해 이런 주거 혜택을 동일하게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혼인 출산자 중심의 기존 지원 정책의 틀을 뒤집는 것으로, 구체적인 추진 방안은 추후 논의할 계획이다.
양육비와 관련해서는 일하는 부모를 대상으로 환급형 세액공제 형태로 운영 중인 자녀장려금(CTC)의 지급액과 지급기준을 개선한다. 또 기업의 양육관련 지원금에 대한 세제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족친화적 세법개정을 추진한다.
난임 지원을 확대해 일부 지자체에서 실시 중인 임신 전 건강관리 제도를 국가 차원에서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여성 초음파, 난소기능검사는 10만원까지, 남성 정액검사비는 5만원까지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자체와 협의해 난임시술비 지원에 대한 소득기준 완화를 추진하고, 난임휴가를 연 3일(1일 유급)에서 6일(2일 유급)로 늘린다. 가임력 보존을 목적으로 냉동한 난자를 임신·출산을 위해 사용할 경우 보조생식술 비용 지원도 검토한다. 만 2세 미만 영아는 입원진료비 본인부담률을 없애고 소득수준과 관계 없이 미숙아·선천성 이상아의 의료비를 지원해 영아 의료비 부담을 대폭 낮춘다.
고령사회 대응을 위해서는 고령자 계속고용과 노인연령 기준 수정 논의를 본격화한다.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과 연계해 재고용·정년 연장 등 계속 고용제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한다. 올해 2분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연구회, 미래노동시장 연구회 논의를 토대로 계속고용 로드맵을 연말까지 마련한다.
베이비부머 세대로 새로 노년층에 합류하는 ‘신노년층’에 맞는 일자리를 확충하는 데에도 공을 들인다. 신노년층은 사회 공헌 욕구가 크고 직무 전문성을 갖춘 만큼 사회서비스형·민간형 일자리 지원을 늘릴 계획이다. 현재 만 65세인 노인 기준 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논의에도 착수한다. 건강·소득 수준 변화, 노인의 사회참여 욕구 등을 고려해 사회보장제도 전반의 노인 연령 기준을 다시 점검한다.
고령자 주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무장애 설계와 돌봄서비스가 결합된 고령자 복지주택의 공급을 2018~2022년 2000호에서 2023~2027년 5000호 이상으로 늘린다. 영구 임대 단지에 고령층을 돌볼 주거복지사를 늘리고 고령친화마을인 ‘지역활력타운’을 조성해 수도권의 은퇴자와 고령자의 지방이주를 돕는다.
재가돌봄서비스를 늘리고 의료·돌봄 지원 연계망을 구축하는 한편 일차의료기관 기반의 만성질환 관리를 강화해 노인들이 지역사회에 계속 거주하도록 한다. 노인 의료·돌봄 인력과 인프라의 지역 격차 해소 방안도 모색한다. 고령친화기술(Age-tech)을 활용한 고령친화 산업 생태계 구축에도 적극 나선다. 고령자 관련 연구개발 지원을 확대하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돌봄로봇, 보조기기 등 고령친화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
저출산위는 이번 정책 추진방향의 목표로 ‘결혼과 출산, 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들면서 국민과 소통을 강화하고 관련 정책 평가에도 내실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참여위원회를 구성해 사회적 공론화 과제를 논의하고 미래세대자문과 옴브즈맨을 도입해 청년세대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사업 평가에는 명시적인 지표를 설정해 심층 평가를 진행한다. 당초 이번 회의에는 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의 수정안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다뤄지지 않았다. 저출산위는 올해 하반기에 수정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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