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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받아주는 병원 없어”…10대 여학생, 구급차서 2시간 헤매다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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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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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에서 추락한 10대 여학생이 구급차에 실려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다니다가 결국 사망하는 사건이 대구에서 발생했다. 구급차가 대구 도심을 2시간 동안 전전하며 병원을 찾아다녔으나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는 것이다. 광주에 거주하는 50대 암 환자도 의식을 잃어 응급 처치가 필요했지만 입원할 병원을 찾지 못하다 4시간 만인 오후 7시경 충남 병원으로 이송됐다.

28일 대구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19일 오후 2시 15분경 북구 대현동의 한 골목길에서 A 양(17)이 쓰러진 채 발견됐다. A 양은 근처 건물에서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발견 당시 우측 발목과 왼쪽 머리에 큰 부상을 입은 상태였지만 의식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양을 태운 119구급차는 오후 2시 34분경 인접한 종합병원으로 이동했으나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입원 할 수 없었다. 곧바로 오후 2시 51분경 중구의 한 대학병원을 찾았으나 이 곳에도 입원할 수 없어 다른 병원으로 이동해야했다. A 양을 태운 구급차량은 오후 3시 39분경 차로 10분 거리의 종합병원으로 향했지만 이 곳에서도 역시 입원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119구급차량이 오후 4시 27분경 9㎞거리의 달서구의 한 종합병원에 도착했으나 A 양은 갑작스러운 심정지를 일으켜 사망했다.

경찰관계자는 “현재 A 양의 구체적인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통해 확인하고 있으며 각 병원을 조사해 당시 환자를 못 받은 이유 등 과실 여부에 대해 수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광주에서는 50대 암 환자가 의식을 잃어 응급처치가 필요했지만 4시간 동안 입원할 병원을 찾지 못하다 충남까지 이송된 끝에 목숨을 건졌다. 광주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26일 오후 2시 40분경 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에서 A씨(57)의 가족들이 “A씨가 의식을 잃었다”며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A씨는 간암 4기로 투병을 하던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119는 호남권역 모든 병원에서 “A 씨를 받아줄 수 있다”고 문의했지만 “받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당시 광주권역의 유일한 상급병원인 전남대학교병, 조선대학교병원 응급실도 포화상태였다. 119는 이날 오후 4시 20분경 A씨가 기존에 진료를 받던 충남 천안에 위치한 한 대학병원으로부터 “치료가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119는 이날 오후 7시경 A 씨를 충남 천안 대학병원으로 이송 조치했다.

광주소방본부 관계자는 “A 씨 응급처치를 위해 호남권 모든 병원에 문의를 했지만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병원에서 어렵다고 한 이유가 병실 부족인지 아니면 인력·장비 부족인지까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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