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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尹정부 저출산 대응 5대 핵심 분야에 집중…"과감한 대책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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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전하던 저출산위, 7년 만에 대통령 주재…기존 정책 비판적 평가

전문가들 "구체 정책 신속 집행해야 국민 체감"…거버넌스 문제도 여전



헤럴드경제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꼴찌이자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는 16년간 약 280조원의 저출생 대응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생아 수는 20년 전의 반 토막인 25만명 수준으로 곤두박질했다. 사진은 2019년 서울의 한 대형병원 신생아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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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가 기존 저출산·고령화 정책에 대한 비판적 재평가를 바탕으로 한 '선택과 집중' 방향을 제시했다. 돌봄·육아, 일·육아 병행, 주거, 양육비용, 건강 등 5대 핵심 분야에 우선적으로 정책 역량을 집중해 체감도를 높이고 과학적 평가 체계와 부처간 협업 구조를 강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8일 발표된 '저출산·고령사회 정책과제와 추진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초저출산 심화 현상의 원인 "만혼과 비혼 증가와 기혼 가정의 출산율 하락"이라고 진단했다. 혼자 살거나 늦게 결혼하는 사회 분위기가 고착화하고,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을 늦추고 자녀를 적게 낳는 경향이 커진 것이다.

국내 초혼 연령은 1991년 남성 27.9세, 여성 24.8세에서 20년이 지난 2021년 기준 33.4세, 31.1세로 높아졌다. 30대 미혼 비중도 1990년 남성 9.5%·여성 4.1%에서 2020년 50.8%·33.6%로 늘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가장 낮은 기록을 세웠는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혼인이 크게 줄며 앞으로 수년간은 초저출산이 지속될 전망이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든 현실과 경제적 부담이 현 젊은 세대가 출산을 꺼리는 주된 이유로 꼽힌다. 특히 갈수록 사회에서 경쟁이 심화하며 결혼이나 출산보다는 당장의 생존이 중요해진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더욱이 취업과 고용, 주거비용 등 경제적 문제로 인해 미래에 대한 전망이 밝지 못하다 보니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거나 늦추는 현상이 심화한다.

정부는 그간의 정책이 이러한 엄중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평가했다. 부처별 산발적 과제가 백화점 나열식으로 이뤄지고, 평가도 실효성 있게 이뤄지지 못했으며, 시대 및 가치관 변화에 따른 수요자의 다양한 욕구를 읽어내지 못했다는 문제 인식이다.

김영미 저출산위 부위원장은 최근 기고에서 "저출산 정책 확대에 지난 15년간 280조원이 투입됐으나 부처별 수많은 사업이 분절적으로 포함됐고 효과성 평가와 성과 관리는 거의 이뤄지지 못해 결과적으로 저출산 추세를 반전하는 데 실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정부는 최근 국민의 수요가 두드러지는 5대 핵심 분야를 정해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대표적 예시가 일·육아 병행 환경 조성을 위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확대하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제도의 연령을 초등 2학년(만 8세)에서 초등 6학년(만 12세)으로 상향하고, 단축 기간은 부모 1인당 최대 24개월(2년)씩 총 48개월(4년)에서 최대 36개월(3년)씩 총 72개월(6년)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 거버넌스 면에서는 저출산위와 각 부처가 '따로 노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각종 연석회의와 자문단 등으로 협업 구조를 강화하고, 정성적 심층 평가를 도입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고령화 문제와 관련한 현 정부의 첫 종합 발표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고, 과거에 대한 철저한 평가를 전제했다는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관건은 실제 집행을 통한 국민 체감 제고라고 강조했다.

인구경제학자인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저출산위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것은 많이 늦었지만 진일보한 일로 매우 고무적"이라며 "부처간 상충·분절 문제가 고질적인데 대통령이 직접 챙김으로써 부처들을 초월하는 거버넌스가 발휘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초저출산화의 심각성과 국민 체감도를 고려하면 정책 강도가 여전히 미온적이고, 근본적 구조 개선에 대한 청사진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노인연령 상향이나 수도권·지방 균형발전 등 거시적 주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손을 못 대고 있기 때문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날 제시된 방향에 대한 긍정 평가를 전제한 뒤 "심각한 초저출산을 고려하면 더욱 파격적인 조치가 필요한데 전반적으로 기존 틀을 유지하고 있다"며 "또한 노인 노인연령 상향 등 근본적 구조 개선에 대해서는 선언적 의지 표현만 보여 더욱 진전된 후속 작업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거버넌스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저출산위에 정책 결정권이나 집행권은 여전히 없다는 점도 문제로 남는다. 부처의 정책 과제 추진 과정에서 애초 설정치보다 결과적으로 정책이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5년 단위로 만들어 시행하는 가운데 저출산위엔 권한이 부재해 정권마다 힘을 받지 못한 게 현실이다.

이런 이유에서 인구 정책에 대한 직접적 권한을 가진 범정부 총괄 전담 조직을 둬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되는데, 이날 발표에 부처별 협업 강화 말고 추가적 거버넌스 구조 개선 내용은 빠져있다.

특히 지난해 5월 정권이 바뀐 뒤 수개월은 전임 정권 인사가 저출산위를 맡으며 실제 업무에 진척이 없었고, 지난해 말 새로 임명됐던 나경원 전 부위원장은 정치적 논란 끝에 사퇴하면서 저출산위가 장기간 공전하느라 대책 마련 작업이 늦어졌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 교수는 "현 부위원장 체제에서 저출산위 정상화를 거쳐 나름대로 조속히 대책 방향을 수립했으나 국민 입장에서는 늦다"며 "엄중한 현실을 고려해 정책 방향에 따른 대책을 신속하게 구체화하는 후속 작업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전 교수도 "대통령 주재 회의를 한번으로 끝낼 게 아니라 출발점으로 삼아 강력한 의지로 꾸준히 끌고 가야 한다"며 "목표치를 너무 과도하게 설정한다거나 인기 영합적으로 가는 일은 경계하면서 앞으로 구체화될 정책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집행해야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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