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K콘텐츠 글로벌 소비 보고서… 아시아·중동서 일상화, 美·유럽은 ‘냉소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말 가진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K콘텐츠가 세계적 인기를 얻으면서 수출 규모가 늘어나고 전후방 연관 효과까지 고려하면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라며 “관계 부처는 K콘텐츠를 패션, 관광, 식품, IT까지 연계해 고부가 가치화하는 데 최선을 다해 달라”라고 당부한 뒤,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공개 3일 만에 전 세계 넷플릭스 비영어권 TV 부문 1위를 차지한 K드라마 <더 글로리>가 보여주듯, K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은 의심할 여지없다. 윤 대통령의 ‘K콘텐츠 고부가 가치화 언급’은 이처럼 글로벌 경쟁력이 뚜렷한 K콘텐츠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해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의 새로운 흥행 상품으로 계속 키워나가자는 뜻을 내비친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이에 K콘텐츠의 시장 영역을 확장해 2027년까지 관련 수출액을 2배로 늘리는 계획을 세우며 본격 채비를 하고 있다.

현재 K콘텐츠 수출은 중국·대만·홍콩 등 주로 아시아 시장에 편중돼 있다. 우리 문화 상품이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은 맞지만, 국가 이익 측면에서는 지역적 편차가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불균형을 줄이지 않으면 한류를 숫자로 나타나는 수출 경쟁력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은 힘들 수 있음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다변화하는 노력이 필요한데,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현재 K콘텐츠의 수출 비중이 높은 아시아 지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우리 한류 상품이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가’에 대한 구체적 현황이다. 속사정을 알아야 제대로 된 공략법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경제

지난해 4월 라스베이거스 그랜드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제64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이 공연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에 매경럭스멘은 그 답을 찾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3월 펴낸 ‘2023년 해외 한류 실태조사(2022년 기준)’를 들여다봤다. 2012년부터 매년 실시하던 것이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대상 국가와 표본 수가 전년도 18개국 8500명에서 26개국 2만5000명으로 크게 늘어나 이전에 비해 더 자세한 관련 데이터들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한류의 발원지 격인 아시아와 현 정권서 공을 들이고 있는 중동 지역에서의 K콘텐츠의 영향력은 공고했지만, 미주·유럽·아프리카 등에서는 우리에게 전해지는 소식만큼 K콘텐츠에 대한 호응도가 그렇게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이외의 지역에는 전략적으로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단 얘기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 11일부터 12월 9일까지 한국 콘텐츠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 이들을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실시됐다.

아시아 중동, 한류의 일상화
K콘텐츠는 방탄소년단(BTS)으로 대변되는 K팝(Pop), <오징어 게임>으로 위상이 높아진 K드라마, K영화, K푸드, 뷰티, 웹툰 등으로 세분화해 볼 수 있다. 이 중 한국 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이미지로 ‘K팝’이 꼽혔다. ‘K팝’은 6년 연속 1위를 차지해 K콘텐츠의 대표주자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BTS의 역할이 컸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다음으로 ‘한국 음식’이 2위를 차지했다.

국가별로 들어가 보면 ‘K팝’을 자연스레 한국으로 연상시키는 국가 1위는 인도네시아였다. 인도네시아는 BTS 이전에 슈퍼주니어가 큰 인기를 얻은 국가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딸이 슈퍼주니어의 열혈 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뒤를 잇는 국가는 말레이시아, 일본 등이었다.

K콘텐츠 중 인기도 순에서는 K팝이 아닌 K푸드가 차지했다. 음식은 2014년부터 이 분야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뷰티, 음악, 패션 등이 뒤를 따랐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인기가 높다고 알려진 웹툰의 경우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매일경제

블랙핑크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공연을 시작으로 오는 6월까지 월드투어 콘서트 ‘BORN PINK(본 핑크)’를 개최해 팬들과 만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기도의 바탕이 되는 현지 한류 콘텐츠 경험률을 보면, 1위 역시 음식으로 압도적이었다. 한류 콘텐츠 중 현지인들이 가장 많이 접하고 있는 것이 K푸드란 얘기다. 그 뒤를 영화, 음악, 드라마 등이 이었다. 각 K콘텐츠별로 경험률이 높은 상위 국가는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베트남, 아르헨티나, 아랍에미리트(UAE) 등으로 주로 아시아·태평양에 있는 국가들이란 특징이 있다.

세계 각 국가들에서 K콘텐츠가 다른 나라의 문화상품들과 경쟁하는 지표인 ‘국별 소비 비중’ 항목에서도 대세는 아시아와 중동 국가들이었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베트남,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한국 문화의 소비 비중이 높았는데, 이는 이들 국가들에서는 K콘텐츠의 소프트파워가 다른 국가들의 문화 상품들에 비해 경쟁력이 더 높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이들 국가에서 소비되는 K콘텐츠의 양도 만만치 않다. 평균 25% 수준으로, 주로 소비되는 K콘텐츠는 웹툰, 뷰티, 드라마 등으로 파악됐다.

드라마 분야의 경우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중동 국가들에서 아시아 국가보다 1인당 평균 지출액이 큰 것으로 나타난 대목이 흥미롭다. 사회적으로 억눌린 분위기가 강한 중동 국가들이 자유분방하게 그려지는 한국 드라마에 더 끌려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들 K콘텐츠 항목은 이번 조사에서 지난해 대비 이용량 증가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확대와 관련해, 김장우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연구원은 “드라마, 예능, 영화 등을 통해 한국 뷰티, 패션, 음식의 비대면 노출이 지역적으로 확대된 결과로 풀이된다”라고 분석했다.

매일경제

아시아와 중동 국가들에서는 한국의 문화콘텐츠 브랜드파워 지수도 높게 나타났다. 브랜드파워 지수가 가장 높은 분야도 인기도와 경험률이 높은 음식과 뷰티, 음악 등이었다. 브랜드파워 지수란 K콘텐츠의 현재 인기도와 미래 잠재력 지수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다.

뷰티의 경우 한류 콘텐츠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권역(카자흐스탄·러시아 등)에서도 브랜드파워 지수가 높게 나와 눈길을 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대목은 한류 콘텐츠의 대표 주자 격인 K팝의 경우 글로벌 차원에서 점점 이용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위기의식까지는 아니지만 경각심이 필요한 부분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한국 문화콘텐츠 순추천지수를 보면 음악이 가장 낮았다. 순추천지수란 타인에게 추천할 의향 정도를 뜻하는 것으로, 지수가 높을수록 신규 이용자 유입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순추천지수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현 대세 그룹들의 뒤를 이를 후속 K팝 가수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K팝 성장의 지표 둔화가 명확하다”라면서 K팝 인기의 글로벌 출발지였던 동남아에서 역성장 현상, 감소 추세가 뚜렷한 K팝 음반 수출 성장률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K팝의 세계적 인기와는 별개로 여전히 약한 ‘글로벌 위상’도 토로했다.

방시혁 의장은 “글로벌 메이저 음반 유통 3사의 세계 음반 시장 전체 음원 매출 점유율은 67.4%에 달하지만 국내에 거점을 둔 주요 K팝 회사들의 글로벌 음반 음원 시장 전체에서의 매출 점유율은 2% 미만에 불과하다”라면서 “K팝이 인기가 있지만 실시장 내 유통 요율 협상력이 현지 레이블에 비해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미국·유럽은 K콘텐츠에 부정적 인식 강해
아시아·중동과 달리 한국 문화콘텐츠에 부정적 인식이 강한 상위 국가들은 일본, 미국, 아르헨티나,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러시아, 카자흐스탄, 남아공 등으로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미주와 유럽 국가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국가에서 나타는 한국 콘텐츠와 관련된 반응은 아시아·중동 지역과 확연히 다르다.

한국에 대해 긍정보다 부정적 반응이 강하고, 브랜드파워 지수도 대부분 하위권이다. 타인 추천 의향도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일례도 음악, 패션 등 글로벌 강점을 가지고 있는 우리 콘텐츠에 대해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신규 유입을 단기적으로 기대하기 힘들 정도”로 ‘싸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이번 조사 결과다. 이들 국가 한류 콘텐츠 소비자들은 100점 만점 기준으로 대부분 콘텐츠 항목에서 20점도 채 되지 않는 점수를 줬다.

경험률도 평균 수준에 그치며, 일부 국가들에서는 한국 드라마에 대해 부정적 인식까지 보이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일본, 카자흐스탄, 이탈리아, 독일, 러시아 등에서는 아예 관심 자체가 줄어드는 경향도 나타났다. 이들 국가들에서는 한국 문화콘텐츠 소비 비중 역시 낮은 수치인데, 러시아가 맨 앞줄에 서있고 그 뒤를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카자흐스탄 등이 잇고 있다.

K콘텐츠에 박한 평가를 내리는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은 한국을 경제와 문화의 선진국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영국, 미국, 독일 등에서 이 같은 흐름이 특히 뚜렷한데, 미주 지역에서는 K팝 팬덤 현상에 대해 ‘코리아부(Koreaboo)’로 부르며 비하하는 분위기가 등장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일본 역시 한국을 문화·경제적 측면에서 낮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인접 국가로서 역사적 은원관계가 있고 또 정치·경제 등 모든 측면에서 서로 경쟁 관계에 놓여 있는 현실적 측면이 이 같은 평가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K콘텐츠의 문화 잠재력 부분에서도 이들 국가들은 낮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프랑스와 아르헨티나의 경우 한류 콘텐츠의 브랜드파워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은 것으로 이번 조사에서 나타났다.

매일경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내년 정책금융 1조원 조성과 콘텐츠 해외거점 확충을 통해 K콘텐츠 수출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간지대인 브라질·멕시코·튀르키예
K콘텐츠 전체로 볼 때 중남미 국가들의 경우는 확장성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지만, 그렇다고 명확하게 이를 단정 짓기에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각종 지표상으로 긍정과 부정의 기류가 서로 혼재돼 있기 때문이다. 그 예로 브라질과 멕시코 등 일부 중남미 국가들에서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경험률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브랜드파워 지수는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 경험이 적다는 것은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는 뜻도 돼지만,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도 된다. 그래서 이 지역의 K콘텐츠에 대한 기류는 중간지대를 흐르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듯싶다. 하지만 시장 확장 측면에서는 공간을 넓힐 여지가 있어 전략 다변화 측면에서는 눈여겨볼 국가들임은 분명하다.

브라질과 멕시코가 K콘텐츠 중 큰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드라마와 예능, 그리고 웹툰 분야다. 유럽과 중동을 잇는 튀르키예도 이 두 국가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튀르키예의 경우가 순추천지수가 유럽 평균보다 높다. 이들 3국은 한국 드라마와 예능에 대해 “한국만의 독특함이 녹아 있어서 호감이 간다”고 답했다.

수출 확대 해법은 국가별 맞춤형 전략
이 같은 각국의 K콘텐츠 현황을 고려했을 때 K콘텐츠의 글로벌 추가 도약을 위해서는 각 국가별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은 더욱 명확해진다. 이에 대한 고민 없이 수출 확대 전략에 돌입한다면 또 다른 반작용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현 정권 들어 부쩍 가까워진 중동만 보더라도 현지에서는 K팝이 ‘자국의 문화적 역린을 건드린다’면서 문제 제기를 하는 흐름이 종종 나타난다.

중동은 예부터 자국의 사회적 도덕적 가치에 반하는 내용이 담긴 문화적 콘텐츠에 불쾌한 반응을 감추지 않아 왔다. 실제 올 초 성황리에 끝난 걸그룹 블랙핑크의 사우디아라비아 공연에서도 멤버들의 몸을 가리지 않는 의상 등이 도마에 오르며 사회가 시끄러웠다. 중동에서 여성들은 여전히 ‘옷’의 자유에 있어 제약이 많은 국가다.

이 같은 분위기를 애써 무시하면 K콘텐츠의 입지가 현지서 쪼그라들 수 있고, 이는 수출 확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큰 문화 시장인 미국의 경우 K콘텐츠에게 있어 가장 큰 고민거리다. 이번 조사 대상에 오른 국가 중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경험률이 최하위권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드라마, 예능, 음악에서는 영어권인 영국 문화콘텐츠와 각축을 벌이고 있으나, 그 외 콘텐츠에서는 일본, 중국보다도 열세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경우 아세안 시장의 지렛대로 활용한다는 차별적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중국 자체도 큰 시장이긴 하지만 중국 접근 전략을 짤 때 동남아 시장까지 고려하면 시너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 각국이 중국 OTT 플랫폼의 접촉 비율이 높다는 것을 고려한 접근법이다. 국가별 맞춤형 전략과 관련, 보고서는 “국가 브랜드와 한국 문화콘텐츠 브랜드파워에 대한 인식 격차를 보이며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는 일부 국가들이 존재하는데, 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윤상우 국제교류협회 이사장은 “K콘텐츠가 성숙 단계에 들어선 만큼 추가 시장 확장성에 대한 고민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우리 문화 상품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강한 국가들에서는 먼저 우리 것에 대한 경험을 높이는 전략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수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51호 (2023년 4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