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옥에티’라 말해요, ‘전여친’ 하니[한현정의 직구리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구질 변명 NG, 빠른 단념은 감사
아직 늦지 않았다, 정주행...‘사랑이라 말해요’


스타투데이

‘사랑이라 말해요’ 김영광 이성경 스틸. 사진I디즈니 플러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뻔뻔한년, 나쁜년, 미친년 욕해 그냥, 누가 제발 말해줬음 좋겠는데...”

다 된 ‘띵작’에 구질구질한 전 여친의 난입이다. ‘내 이름 김삼순’(2005)의 구여친 정려원(캐릭터)을 살짝 변형한, 드라마의 참신함을 깨는, 엣지 없는 올드한 방해공작이다. 그럼에도, 이대로 포기하기엔 아까운, ‘사랑이라 말해요’(연출 이광영)다.

여주인공 ‘우주’(이성경)는 등장부터 강렬했다. 몸에 딱 달라붙는 호피 무늬 원피스를 입은 그는 15년 전 애인과 전 재산을 들고 나가 새 살림을 차렸던 아버지의 장례식장으로 향한다.

기겁하는 상주(불륜녀)에게 거침없는 팩폭으로 개망신을 주지만, 이내 배로 돌려받는다. 아버지가 떠나자마자 불륜녀가 삼남매의 집을 처분해 길거리로 쫓겨날 처지에 놓인 것.

급한 불은 절친한 남사친 덕에 껐지만, 집을 판 돈이 불륜녀의 유일한 핏줄인 아들 동진(김영광)에게 흘러갔다는 사실을 안 ‘우주’는 눈이 돌아 동진의 뒤를 캐고, 동진의 회사의 사무 보조 알바로 취직한다. 그렇게 여자 ‘우주’와 복수의 대상이 된 남자 ‘동진’의 기묘한 인연이 시작된다.

남주인공 ‘동진’은 ‘우주’완 정반대다. 우월한 비율도, 훈훈한 비주얼도 묻히는 생기없는 동공과 암울한 등짝. 등장부터 고구마 200개를 먹은듯 답답하고 우중충하다.

장기 복수를 계획했던 ‘우주’는 예상과 전혀 다른, 자신보다 더 우울한 회색빛 그 자체인 동진의 불행한 삶에 당황한다.

이들과 ‘삼각관계’로 얽힐 줄 알았던 우주의 ‘남사친’ 윤준(성준)은 예상을 깨고 우주가 아닌 남자 보는 눈이 없는 ‘무해한’ 매력의 우주의 언니, 심혜성(김예원)과 엮인다. 이렇게 남녀 주인공 우주와 동진, 윤준과 혜성 등 그 주변인물들까지 개성이 넘친다. 일상적이면서도 입체적이고 그 관계는 예측불허다.

강렬한 스토리와 독특한 인물 관계, 의외로 현실적인 전개와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조화롭다. 톤다운에도 지루할 틈 없는 시원한 대사들과 다채로운 케미도 좋다. 심상치 않은 ‘띵작’의 아우라는 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더 진한 향을 낸다.

스타투데이

‘사랑이라 말해요’ 하니 스틸. 사진I디즈니 플러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쉬운 ‘옥에티’는 동진의 전 연인, ‘민영’(하니, 본명 안희연)이다. 화려한 등장에 비해 강렬하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은 것.

사실 (동진과) 굉장히 사랑했지만, 뭔가 대단한 이유로 헤어진듯 했다. 워낙 등장하는 인물마다, 전개마다, 친숙한듯 신선한 ‘한 끗’으로 기대감을 높였던 터라, 남주의 과거이자 앞으로 펼쳐질 멜로 라인의 ‘장벽’으로서, ‘삼각관계’인듯 아닌듯 묘한 ‘반전키’가 될줄 알았다.

(앞으로 달라질 것을 기대하며) 10화까지 공개된 현재까지는 아니었다. 헤어진 이유까진 그렇다고 해도, 배신하고 상처를 준 명분도, 다시 돌아온 이유도 예상 가능하고 진부하다. 술 먹은 뒤 읊조림, “아무도 나에게 욕을 안해. 누가 말해줬음 좋겠는데. 욕 먹어도 싼데. 그래서 뻔뻔하게 돌아온 건가”, “안 쉬웠어. 나 수백번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겨우 찾아온거야” 등의 오글 거리는 대사들과 ‘우주’와의 투머치 연대까지도 올드한 클리셰다. 화려한 외관과 다른 구질구질한 변명이, 철지난 설정과 평면적 서사가 다소 아쉬울 따름이다.

방해와 위기가 커질수록 사랑의 감정은 더 깊어지는 법. 꼬일대로 꼬인 악조건에서 ‘동진’과 ‘우주’는 더 가까워진다. 극강으로 변주된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의 멜로 라인에 가속도가 붙은 상태.

오는 29일 공개되는 11화에는 ‘우주’에게 직진 고백하는 ‘동진’과 멈춰지지 않는 사랑의 감정과 죄책감 속에서 크게 동요하는 ‘우주’의 모습이 담길 예정이다. 실망스러운 잽을 날리고 물러선 구여친 ‘민영’은 어떤 포지션으로 어색한 큐피트의 역할을 할지도 관전 포인트.

총 16부작인 작품이 중반부를 지나 후반부로 들어섬에 따라 애초부터 정해져 있던 장애물과 갈등 요소, 주변 인물들의 활용이 어떻게 다른 ‘한 끗’으로 다뤄질지 기대가 쏠린다.

무엇보다 주인공 김영광 이성경의 극과극 색깔과 섬세한 표현력, 깊이감을 더한 연기 변신은 극이 진행될수록 더 빛난다. 은근한 풋풋함으로 극의 활력을 더하고 있는 성준 김예원의 에피소드도 러블리하다. 짠내나는 회색빛 멜로가 어떻게 자연스레 인디 핑크로 넘어갈지,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반전키’ 하니의 완벽한 공조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랑이라 말해요’는 매주 수요일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2회차씩 공개된다.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