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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수장에 남아시아계 유사프…英 총리·런던시장 이어(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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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무슬림 훔자 유사프 보건부 장관, SNP 대표 당선

"스코틀랜드 독립 계속 추진할 것"

연합뉴스

훔자 유사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내정자
(에든버러 AFP=연합뉴스) 훔자 유사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내정자가 27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당대표로 선출된 뒤 당선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3.3.27 photo@yna.co.kr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으로 30대 남아시아계 무슬림 남성 훔자 유사프가 사실상 내정됐다.

스코틀랜드 집권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27일(현지시간) 당대표 선거에서 유사프(38) 보건부 장관이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그는 앞으로 스코틀랜드 의회 투표와 국왕의 승인을 거쳐 자치정부 수반에 정식 취임한다. SNP가 제1당이므로 스코틀랜드 의회 투표는 요식 절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SNP는 8년 넘게 재임한 니컬라 스터전 수반이 지난달 갑자기 사임을 발표한 뒤 후임자를 찾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케이트 포브스 재무부 장관과 애시 리건 전 커뮤니티 안전 담당 부장관 등 3명이 출마한 이번 선거는 2주간 온라인 당원투표로 진행됐다.

남아시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의 무슬림인 유사프 수반 내정자는 첫 유색인종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이자 영국의 첫 무슬림 정당 대표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1999년 자치정부 수립 이후 최연소이기도 하다.

유사프 내정자의 아버지는 1960년대에 파키스탄에서 스코틀랜드로 이민 와서 회계사로 일했다. 어머니는 케냐의 남아시아계 가정에서 지내다가 넘어왔다.

유사프 내정자는 당선 후 연설에서 파키스탄 펀자브에서 영어도 거의 못 하는 상태로 이민 온 조부모는 상상 못한 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고, 그의 어머니와 부인은 눈물을 흘렸다.

이로써 영국에는 총리와 런던 시장에 이어 주요 자리에 남아시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이 한 명 더 추가됐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인도계 힌두교도이고 부인은 인도 재벌의 딸로, 아예 인도 국적을 갖고 있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파키스탄계 무슬림이다.

유사프 내정자는 1985년 글래스고에서 태어났으며 사립학교를 졸업하고 글래스고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통신회사 콜센터에서 잠시 일하다가 앨릭스 샐먼드 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의 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2011년에 26세에 최연소 스코틀랜드 의원이 된 후 2012년부터 국제개발장관, 교통부 장관, 법무부 장관, 보건부 장관 등을 두루 역임하면서 스터전 수반 옆에서 경험을 쌓았다.

의회에선 진출했을 때 스코틀랜드 고유 복식인 킬트를 입고 영어와 파키스탄과 인도에서 쓰이는 우르두어로 선서했다.

유사프 내정자는 당선 소감에서 스코틀랜드 독립을 계속 추진할 것이며, 유럽연합(EU) 복귀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독립을 이루는 세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스코틀랜드의 이익을 위해 영국 정부와 건설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소수 인종으로서 경험을 토대로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소수자 권리 보호를 위해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랜스젠더 법적 성별 정정을 쉽게 하는 '성 인식 법'에 관해 영국 정부에 이의제기하겠다고 말했다. 이 법은 스코틀랜드 의회를 통과했지만 영국 정부에서 막았다.

연합뉴스

훔자 유사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내정자
(에든버러 AFP=연합뉴스) 훔자 유사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내정자가 27일(현지시간) 당선 발표 후 부인, 딸 등 가족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2023.3.27 photo@yna.co.kr


그와 달리 선거 운동 중에 보수적인 의견을 낸 후보들은 쓰라린 패배를 경험했다.

한편으론 유사프 내정자는 2014년 동성 결혼 합법화 투표 때 무슬림 지도자들의 압박으로 불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또 언론 인터뷰에서 군주제를 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등 공화주의자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녹색당의 지지를 받은 데 따라 연정은 유지되겠지만 당 분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후보들끼리 강도 높은 비판을 주고받은 데다가 최종 득표 차가 52대 48로 크지 않은 상황이어서다.

노동당의 위협도 물리쳐야 한다. 노동당은 카리스마 있던 스터전 수반이 물러나고 유권자들의 관심이 독립보다 생계비 상승, 국민보건서비스(NHS) 문제 등으로 움직이면 자신들에게 유리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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