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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참 좋은 사람"…'산타애칭' 나이지리아 아빠 불행에 눈시울(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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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무역비자로 입국

뉴스1

나이지리아 국적의 어린이 4남매가 목숨을 잃은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 다세대주택 화재현장에서 27일 오전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2023.3.27/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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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뉴스1) 배수아 기자 = 27일 새벽 화마로 4남매를 잃은 나이지리아 국적의 아빠는 주변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산타'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산타(50대 중반)는 무역비자를 받고 15년 전 한국에 왔다.

산타는 고물상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고물을 수집해 나이지리아로 수출을 하기도 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수출길이 막혀 최근엔 생계가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가족은 원곡동에서 선부동으로 1,2년 전 이사와 월세살이를 하며 5남매를 키웠다.

소식을 듣고 현장을 찾은 5남매 엄마의 친오빠 케넷은 휴대폰에 있는 조카들 사진을 바라보며 오열했다. 안산시 와동에 산다는 케넷은 "전날(26일)에도 여동생이 만든 음식을 첫째 조카(11살)에게 전달받기도 했다"며 "조카들은 참 밝은 아이들이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5남매 가족 친척들 몇몇은 한국에 거주하며 이들 가족과 함께 한국살이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5남매 엄마의 사촌도 현장을 찾았다가 병원에서 치료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5남매 아빠인 산타가 고물상 일로 자주 들렀다는 인근 마트 사장 A씨는 "산타는 사람이 참 좋았다"며 "밝고 가족을 잘 챙겼다"고 안타까워했다.

5남매 중 첫째(11살·여아), 둘째(7살·남아) 아이는 한국의 정식 학교를 다니지 않고 안산의 다문화대안학교에 다녔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들이 한국어를 거의 못해 의사소통으로 인해 외국인학교를 다닌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세 아이는 5남매의 엄마가 가정 양육을 했다.

이들은 외국인이라 수급자 지원 등 정부의 제도적인 도움에선 벗어나 있었다. 또 외국인 신분이다보니 자녀들의 초등학교 입학 시 주민센터의 소재 파악 대상도 아니었다.

안산시 외국인 지원담당 관계자는 "이들이 무역비자를 받고 왔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시에서는 생활력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화재가 난 지역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모여살고 다세대주택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인근에 고려인문화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고려인들이 주로 살고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 국적의 사람들도 많다.

이날 오후 4시40분쯤 나이지리아 대사도 현장을 방문했다. 나이지리아 대사는 숨진 4남매의 명복을 빌며 "안산시의 지원과 더불어 부족한 부분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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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대사가 화재 현장을 방문했다. 2023.03.27. 배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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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8시 50분부터 3시간가량 합동감식을 벌였다.

감식결과, 발화지점은 5남매가 살고 있는 다세대주택 203호 출입문 멀티탭으로 확인됐다. 입구에 인화성 물질은 확인되지 않았다.

출입문은 거실과 인접해 있는데, TV와 냉장고가 멀티탭에 연결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발화원인은 전기적인 요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숨진 4남매는 모두 안방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네 명 다 누워있는 상태였는데, 특별한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은 질식으로 인한 화재사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27일 오전 3시28분쯤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 다세대주택에서 난 불로 나이지리아 국적의 4남매가 숨졌다.

산타부부의 자녀는 모두 5남매로 화마로 목숨을 잃은 4남매는 11살 A양과 7세·6세 남아, 4세 여아다. 막내 3살 여아는 화재 당시 부모와 탈출해 목숨을 구했다. 부모와 3살 막내는 화상 등 부상을 입고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 가족은 2년전에도 선부동의 집에서 화재 피해를 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 소방에 따르면 이들 가족은 2021년 1월 8일 낮 12시37분쯤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의 집에서 불이 나 당시 둘째 아이(16년생·당시 4세)가 3도 화상을 입었다.

sualuv@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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