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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월드리포트] 중국 찾은 전 총통, 미국 가는 현 총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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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타이완 대선 앞두고 친중-반중 최대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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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잉주 전 타이완 총통(국민당 출신, 2008년~2016년 집권)이 3월 27일부터 12일간의 중국 본토 방문 일정에 나섰습니다. 타이완의 대통령 격인 총통이, 전현직을 막론하고 중국 대륙을 방문하는 것은 국공내전 후 74년 만에 처음입니다. 지난 1949년 중국 공산당과의 내전에서 패배한 장제스(장개석)의 국민당 정권이 타이완으로 패퇴한 이후 한 번도 없었던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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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대적 마잉주 환영…국가 원수급 경호



마잉주 전 총통의 이번 방중은 당연히 중국 정부와의 조율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조율 정도가 아니라 대대적인 환영이 예정돼 있습니다. 먼저 타이완 관련 사항을 공식 관할하는 중국 국무원의 대만판공실은 "마잉주 선생이 중국에 와서 조상에 제사를 지내고 청년 학생들을 인솔해 교류하는 것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더불어 "청명절에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은 양안 동포가 같은 풍습이며 청년 교류와 왕래 강화는 양안 관계의 평화적 발전에 청춘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기까지 했습니다.

마 전 총통은 중국 상하이로 도착 한 뒤 난징, 우한, 창사, 충칭 등을 찾을 걸로 예정돼 있는데 가는 곳마다 각 성과 도시의 지도자들이 직접 환대에 나설 걸로 보입니다.

환대 정도가 아니라 국가원수급 경호와 선물이 준비돼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관련 기관들이 마 전 총통의 이동 노선을 5차례 이상 사전 답사했고 목적지까지 가는 동선에 신호등 정지 시간까지 계산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지역마다 마잉주를 위한 보고와 자료, 선물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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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뿌리를 찾는 여정…"대륙과 화해 모색"



국민당 출신인 마잉주 전 총통은 현 타이완 총통인 민진당 출신 차이잉원의 전임자입니다. 지난 2008년 타이완 총통에 당선됐고 재선에 성공해 2016년까지 8년 동안 집권했습니다. 특히 2015년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싱가포르에서 역사적 첫 양안 정상회담을 가졌던 인물입니다.

당시 시 주석은 "양안의 66년 역사는 그 어떤 비바람에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회담에서는 이른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뜻하는 '92공식'을 양측이 재확인했습니다. 그의 집권 기간 동안 중국과 타이완의 관계, 즉 양안 관계는 화해무드였습니다. 최초의 양안 정상회담이라고 외신에서는 부르지만 양측 모두 공식적으로는 자신들의 정통성을 주장하는 만큼 두 사람의 호칭은 존칭으로 쓰는 '선생'을 활용해 '마잉주 선생, 시진핑 선생'으로 부르는 방식을 쓰기도 했습니다. 마 전 총통의 이번 방중을 설명하면서 중국 측이 '마잉주 전 총통'이 아니라 '마잉주 선생'이라고 부른 것도 이런 전례를 참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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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전 총통 측은 이번 방중이 역사의 뿌리를 찾는 여행이자 대륙과 평화를 모색하는 일정이라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마잉주 본인은 홍콩에서 태어나 타이완에서 자랐지만, 국민당원 출신인 부모님의 고향이 중국 후난성입니다. 그래서 이번 방문 일정에 '후텐 마씨' 종가를 찾아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일정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래서 청명절(4월 5일)에 조상을 찾는 것은 중국, 타이완의 공통된 전통이라는 설명이 따라붙습니다. 후난성에서는 '마 씨 가문의 족보'를 충칭시에서는 마 전 총통 아버지의 중앙정치학교 시절 성적표 등을 선물로 준비했다고 합니다.

이런 개인적 뿌리를 찾는 의미뿐 아니라 봉건 군주정치 체제의 중국이 몰락하고 이른바 신중국이 건국된 중화민국 역사를 찾는 일정도 들어있습니다. 중국과 타이완 양쪽에서 모두 존경받는 쑨원의 묘소를 방문하고 신해혁명의 도화선이 된 우창 봉기가 일어난 우한을 찾습니다. 장제스의 국민정부 수도인 난징과 중일 전쟁과 2차 세계대전 관련 유적지도 방문하는데 난징시에서는 중화민국 시절 항일전쟁 관련 사료도 준비해 놓고 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방문에는 미래세대인 학생 30명이 동행합니다. 중국 대학 학생들과의 토론도 예정돼 있습니다. 전반적인 일정이 역사와 문화의 공통점, 미래세대의 교류를 강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과거 국민당과 공산당이 동족상잔의 치열한 내전을 벌여, 국민당 정권이 타이완으로 퇴각했던 역사적 사실은 부각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타이완의 독자적 역사와 문화, 정치체제를 강조하는 독립 성향의 현 민진당 정부, 차이잉원 총통과는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중국 정부가 마 전 총통을 극진히 환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것 같습니다.

집권 민진당과 독립성향 단체 반발



마잉주 전 총통이 속한 국민당과 경쟁 관계인 집권 민진당은 마 전 총통의 이번 방문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군사적 위협과 국제적 고립시도를 포함해 중국 공산주의자들이 타이완을 향해 지속적으로 가하는 압력을 무시하고 있다"는 겁니다. 마잉주 방문 직전 온두라스가 타이완과 외교 관계를 끊고 중국과 국교를 수립한 만큼 마 전 총통이 중국을 방문해 이에 항의하라는 요구도 나왔습니다. 일부 의원들은 "타이완은 세계로 나아가고 있는데, 마잉주는 독재정권에게 가고 있다"며 비판에 나섰고 마 전 총통이 출국하는 공항 앞에서는 찬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마 전 총통은 "오래 동안 이때를 기다렸다"며 "양안 관계를 개선해 평화가 더 일찍 우리 곁에 올 수 있게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상하이로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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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차이잉원 총통은 같은 기간 미국 방문



차이잉원 현 타이완 총통은 3월 29일부터 9박 10일 일정으로 중남미 2개국을 방문합니다. 초미의 관심사는 중간에 두 차례 미국을 경유한다는데 있습니다. 3월 30일 뉴욕과 4월 5일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하는데 레이건 도서관에서 연설이 있고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 회동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물론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위배, 결연히 반대'한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마잉주 전 총통의 중국 방문 기간과 차이잉원 현 총통의 미국 방문 기간이 겹친다는 점입니다. 차이 총통의 미국 방문 기간에 맞춰 중국 측이 마 전 총통의 방중 시기를 특별히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마디로 맞대응에 나섰다는 겁니다.

맞대응 격렬 대립? 긴장 낮추는 절충안?



전, 현직 총통의 이런 움직임이 타이완 해협 긴장 국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립니다. 마 전 총통의 중국 방문이 양안 긴장을 해소시키기보다는 차이 현 총통의 미국 방문과 대비되면서 갈등을 더 끌어올릴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반대의 해석도 있습니다. 뤄징성 타이완 국제전략학회장은 "마 전 총통의 중국 방문은, 중국이 차이 총통의 미국 방문에 군사적 행동으로 강경하게 대응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그동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이 올봄에 타이완을 방문할 것이란 전망이 계속돼 왔는데 대신 차이 총통이 미국에서 매카시 의장을 만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지난해 8월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타이완을 방문했을 때 중국이 대규모 군사훈련을 전개하며 강도 높게 반발한 것보다는, 긴장 수위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다는 분석입니다.

이렇게 단기적으로 미칠 파장에 대해서는 시각이 다르지만 타이완 현 여당인 집권 민진당과 야당인 국민당, 그리고 중국의 시선이 내년 1월로 다가온 타이완 대선, 총통 선거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론이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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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로 다가온 타이완 대선



현 차이잉원 총통의 임기는 내년 5월 만료됩니다. 이에 앞서 내년 1월 타이완 정-부총통 선거와 우리 국회에 해당하는 입법위원 선거가 같이 치러질 예정입니다. 대선과 총선이 함께 실시되는 셈입니다. 3선 제한 규정으로 차이 총통은 출마할 수 없는데 집권 민진당은 라이칭더 현 부총통을 일찌감치 후보로 결정했습니다. 2000년 대 들어 타이완 선거는 국민당과 민진당이 번갈아 집권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국민당 집권 1988년 ~ 2000년 (리덩후이 총통)
민진당 집권 2000년 ~ 2008년 (천수이볜 총통, 재선)
국민당 집권 2008년 ~ 2016년 (마잉주 총통, 재선)
민진당 집권 2016년 ~ 2024년 (차이잉원 총통, 재선)


선거 때마다 타이완과 중국과의 관계 설정이 주요 이슈가 됐습니다. 특히 현 차이잉원 총통이 재선까지 가능했던데는 홍콩 시위가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홍콩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와 이에 대한 홍콩 경찰의 강경진압 장면은 당시 타이완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른바 중국식 일국양제의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의 국민당보다는 독립 성향의 민진당에 표가 몰린 겁니다.

2016년 민진당 차이잉원 총통 집권 이후 양안 관계는 좋지 못했습니다. 중국은 차이 총통과 민진당을 타이완 독립을 시도하는 분리주의 세력으로 규정하고 아예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이 마 전 총통의 이번 방문을 환영하는 것은 내년 1월 선거를 앞두고 국민당을 카운터파트로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민진당에서 국민당으로 8년 만에 다시 정권 교체가 되길 원하는 중국의 속내를 숨기지 않고 음으로 양으로 국민당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겁니다.

현재로서는 실제 국민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있었던 지방선거에서 집권 민진당이 참패했기 때문입니다. 이 선거에 석 달 앞선 지난해 8월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타이완 방문을 계기로 중국군이 타이완 섬 봉쇄 대규모 군사훈련을 한 데 이어 타이완 해협에서 무력시위를 계속 이어가던 중이었습니다.

큰 선거에는 늘 변수가 많지만 내년 타이완 총통 선거에서도 대중국 관계가 중요 이슈가 될 거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미국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민진당과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추진하는 국민당의 대결은,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양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반도체 공급망 문제로 타이완의 전략적 가치가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만큼 미국이 어떻게 나오느냐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사진출처 : 바이두, 웨이보)
정영태 기자(jyta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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