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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검정고무신' 이우영 조카 "큰아빠 쓰러지고 아빠 막노동…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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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측 "권리 위임받은 것" 반박

머니투데이

만화 '검정고무신'을 그린 만화가 故 이우영과 그의 동생 이우진./사진=이우영 작가 딸 이선민 씨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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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검정고무신'을 그린 이우영 작가가 저작권 분쟁 중 세상을 떠난 가운데, 그의 조카가 심경을 밝혔다.

이선민 씨는 2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검정고무신 故(고) 이우영 작가를 기억해달라"고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이선민 씨는 세상을 떠난 故 이우영 작가와 함께 만화 '검정고무신'을 그린 그의 동생 이우진 작가의 딸이다. 그는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세상을 떠난 자신의 큰아버지와 만화 작업을 함께 해온 아빠를 언급했다.

이씨는 특히 저작권 분쟁 상대인 형설앤에 대해 "그들은 창작시 점 하나 찍지 않았던 '검정고무신'을 본인들 것이라 우긴다"며 "작가와 가족들의 10년에 가까운 시간들을 앗아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형설앤은 이 작가 측 일방적 주장이라며 반박하고 있어 앞으로도 공방이 예상된다.


"아빠는 막노동…큰아빠 쓰러져"

이씨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검정고무신' 창작자의 딸이라고 하면 으리으리한 건물을 가지고 있지는 않냐고 묻는다. 돈 걱정 없는, 그리고 미래 걱정도 없을 그런 애라며 가끔 저를 미워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밥 먹듯이 들어왔지만 딱히 할 수 있는 반응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빠는 빼앗긴 저작권으로 아무런 그림을 그려낼 수 없어 막노동일을 했고,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기우뚱 거리는 집안의 무게는 저 또한 알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고소가 진행되던 오랜 시간들 중 친구들에게서 새로운 굿즈가 나온 것 같다며 받았던 연락들, 아빠와 큰아빠가 만들어낸 캐릭터로 만들어진 우리는 모르는 상품과 사업들을 마주했을 때의 그 마음 그대로 '조금 더 분노했으면 어땠을까' 매일 후회한다"고 했다.

그는 "근처 마트에 쇼핑하러 가기를 좋아하는 우리 가족은 마트 매대에 올라와있는 검정고무신 캐릭터의 상품을 마주할 때마다 한번씩 무너졌다. 기뻐하지 못하고 사진을 남기며 자료를 하나씩 모으던 때 막막하고 답답했던 심정이 생생하다"고 돌아봤다.


"마트의 캐릭터상품 보면 무너져"

이씨는 "건강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던 아빠와 큰아빠가 소송으로 건강문제에 시달려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큰아빠는 소송이 시작되던 2019년 명절에 스트레스로 인한 어지럼증에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고, 아빠는 지난해가 마무리 되던 때 스트레스로 인한 불명통으로 고열과 통증에 시달리며 새해를 병원에서 보내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독자들에게 따뜻한 시간과 힐링을 선물했던 검정고무신과 검정고무신 작가, 그리고 그 가족들의 10년에 가까운 몇년을 빼앗아간 사건에 대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어 "저희는 이런 큰 일을 감당할 노련한 힘이 없다"며 "법적 문제가 얽혀있어 섣부르게 무언가 할 수 없는 지금이 많이 답답하지만 가끔 잊지 말아달라고 글 올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수익 배분·저작권 공방…형설앤 "권리 위임 받은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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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우영 작가 영정./사진제공=웹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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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우영 작가는 지난 11일 오후 7시쯤 인천시 강화군 선원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집에 있던 이 작가가 문을 열어주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가족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소방 당국과 함께 출동, 강제로 방문을 개방해 숨져 있던 이 작가를 발견했다.

경찰은 이 작가가 현장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 작가 가족들은 경찰 조사에서 "저작권 소송 문제로 힘들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우영 작가는 1992년 도서출판 대원의 소년챔프 신인공모전에서 수상하며 만화가로 활동했다.

1992~2006년 '소년챔프'에 연재한 '검정고무신'은 196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초등학생 기영이, 중학생 기철이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영일 작가(필명 도래미)가 글을 썼으며, 이우영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이우진 작가가 일부 에피소드를 그리기도 했다.

검정고무신은 최장수 연재 기록을 세웠고, 45권짜리 단행본, 애니메이션 제작, 캐릭터 사업 등으로 이어지며 콘텐츠 상품이 됐다.

그러나 이우영 작가는 2019년 해당 만화 공동 저작권자들과 수익 배분을 두고 법적 다툼을 벌였다.

2020년 제작사 측이 이우영 작가와 협의 없이 극장판 애니메이션 '추억의 검정 고무신'을 제작했다며 저작권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저작권 소송이 끝나지 않은 지난해 10월, 속편 '검정 고무신: 즐거운 나의 집'이 제작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형설앤은 "이우영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원작자 이영일, 이우영의 사업권 계약에 따라 '검정고무신'을 통해 파생된 저작물 및 그에 따른 모든 2차적 사업권에 대한 권리를 위임받아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검정고무신' 사건은 오는 4월 6일 MBC 시사 프로그램 '실화탐사대'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이은 기자 iame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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