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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도이체방크도 유동성 위기?…전문가 “CS와 달라. 영향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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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도이체방크.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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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은행 위기 공포가 독일 최대 투자은행(IB)인 도이체방크(DB)로 옮겨붙은 배경에는 시장의 과도한 불안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간) CNBC는 DB가 최근 유동성 위기로 UBS에 인수된 크레디트스위스(CS)와 다르다고 보도했다. DB의 실적이나 유동성 규모 등에서 큰 부실은 없다는 점에서다.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여파로 패닉에 빠진 시장이 DB의 위기설을 과도하게 부추겼다는 뜻이다.

앞서 DB 주가는 24일 독일 증시에서 8.5% 떨어진 채 마감했다. 장중 한때 14% 이상 급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CNBC에 따르면 DB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18억 유로(약 2조5000억원)에 달하고, 연간 순이익은 50억 유로(약 7조원) 규모다. DB는 인력 구조조정과 재정비를 거쳐, 2019년 이후 재무건전성이 건강한 은행으로 평가됐다. 이에 비해 CS의 지난해 연간 순손실은 73억 스위스프랑(약 10조원)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다.

이에 더해 DB의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은 지난해 말 기준 142%다. 이 지표는 30일간 현금 유출 규모 대비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 비율을 뜻한다. 갑작스럽게 예금이 인출돼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DB의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의미다. 반면 지난해 CS는 당국이 정한 유동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CNBC는 설명했다.

하지만 24일 DB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018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공포가 전염병처럼 번진다는 의미로 ‘뱅크데믹(Bankdemic·은행과 팬데믹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시장의 불안감이 커져서다. CDS 프리미엄이 높다는 것은 채권을 발행한 기업의 부도 가능성이나 신용경색 위험이 커졌다는 뜻이다. 스위스 UBS가 CS를 인수하면서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AT1) 170억 달러(약 22조원) 규모가 전액 상각 처리됐는데, AT1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DB까지 시장의 불신이 번진 것으로 풀이된다.

앤드루 쿰스 미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DB에 관한 대혼돈의 원인은 비이성적 시장”이라며 시장의 불안은 건강한 은행까지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짚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4일 “DB는 CS가 아니다”라며 “유럽 은행 시스템은 안정적”이라고 위기설을 진화한 이유다.

27일 독일 증시에서 DB는 24일 종가보다 4% 이상 오르는 상승세로 출발했다. DB가 CS처럼 무너지진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이어지면서, DB가 장 초반 유럽 은행주의 반등을 이끌었다. 독일 코메르츠방크와 프랑스 최대 은행으로 꼽히는 BNP파리바 등 은행주도 장 초반 3% 안팎 상승세를 보였다.

한편 DB 위기설이 당장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금융권은 유동성‧건전성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며 “다만, AT1 리스크 부각 이후 전반적인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고, 저축은행‧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취약한 부문에 경계감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27일 보고서에서 밝혔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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