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지지율 1위 전진당 피타 대표 "개정 거부되면 폐지로"
피타 전진당 대표 |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젊은 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태국 수도 방콕에서 차기 총리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정치인이 왕실모독죄 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27일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MFP) 대표는 지난 24일 촌부리주 선거 유세에서 "우리 당은 먼저 왕실모독죄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개정이 실현 가능성이 더 있겠지만, 거부되면 폐지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것이 촌부리주 주민들이 우리 후보에 투표해야 할 이유"라며 "그래야 정치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한 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피타 대표는 국립개발행정연구원(NIDA)이 최근 방콕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총리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그는 25.1%의 지지를 얻어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딸인 제1야당 프아타이당 소속 패통탄(24.2%)을 제쳤다.
앞서 같은 기관이 실시한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는 패통탄이 38.2%로 1위, 피타가 15.8%로 2위였다.
태국 형법 112조에 규정된 왕실모독죄는 왕과 왕비 등 왕실 구성원은 물론 왕가의 업적을 모독하거나 왕가에 대한 부정적 묘사 등을 하는 경우 최고 징역 15년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태국 사회에서 군주제 개혁 요구는 금기시됐지만, 반정부 시위가 거셌던 2020년부터 개혁 목소리가 높아졌다.
당시 젊은 층의 지지를 받던 야당 퓨처포워드당(FFP)이 정당법 위반 판결로 강제 해산된 후 대학가를 중심으로 군주제 개혁을 요구하는 반정부 집회가 일어났다.
FFP의 후신 격인 전진당은 2021년 왕실모독죄 형량을 기존 최장 15년에서 1년으로 바꾸는 개정안을 내놨지만,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 등의 영향으로 사그라들었던 반정부 시위는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0대 여성 활동가 2명이 왕실모독죄 폐지 등을 요구하면서 50일 넘게 단식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5월 14일 총선이 다가오면서 왕실모독죄는 다시 정치권의 화두가 될 수 있다.
보수 정당들은 왕실모독죄 개정 등에 '절대 불가'를 외치고 있다. 군부 지지 정당은 물론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지지 세력인 프아타이당도 미온적인 입장으로 알려졌다.
태국 차기 총선은 단독으로 과반 지지를 확보하는 정당이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 연립 정부가 구성될 가능성이 크지만, 왕실 개혁에 대한 노선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소수 정당 중 하나인 찻타이파타나당은 전날 왕실모독죄에 손을 대려는 정당과는 연립 정부를 구성할 수 없다고 밝혔다.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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