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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뉴스속 용어]권도형 송환 논란으로 본 '범죄인 인도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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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루나 코인' 폭락 사태의 주범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해외 도피 11개월 만에 몬테네그로 당국에 체포됐다. 우리 정부가 그를 국내로 송환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지만, 일각에서는 상대적으로 형량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에서 먼저 재판받게 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아시아경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야후 파이낸스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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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지난 23일(현지시간) 권 대표의 소식이 알려진 직후 몬테네그로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앞서 테라·루나 사태를 수사해온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수단은 지난해 4월 권 대표가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두바이를 거쳐 도피한 것이 확인되자 곧바로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린 바 있다. 같은 해 9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권 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권 대표와 공범들을 추적해 왔고, 지난달엔 이들 일당이 발칸반도 세르비아에 체류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현지를 방문해 형사 공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문제는 가상화폐의 특성상 세계 곳곳에서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상황이라 각국 수사기관들이 직접 권 대표를 처벌하겠다며 송환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점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달 16일 권 대표가 투자자들에게 최소 400억달러(약 51조8200억원) 규모의 손해를 입었다며 증권거래법상 사기 혐의로 뉴욕 연방지방법원에 고발했다. 뉴욕 검찰은 권 대표가 체포되자마자 그를 투자자 기만·인터넷 뱅킹을 이용한 금융사기·시세 조작·상품 사기·증권 사기 등 8가지 혐의로 기소했다. 싱가포르 경찰도 권 대표가 800억원대 가상화폐 사기를 저질렀다고 보고 지난달부터 수사 중이다. 몬테네그로 현지에서도 권 대표는 위조문서 소지 혐의 재판, 범죄인 인도 심리 등을 받고 있는데, 법원은 권 대표에 대해 '도주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구금 기간을 최장 30일 연장했다.

범죄인 인도는 특정 국가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다른 국가로 도주한 이에 대해서 외교상 절차를 통해 신병을 인도받는 것을 뜻한다. 몬테네그로는 물론 한국과 미국 모두 '유럽평의회 범죄인 인도 협약' 가입국이기 때문에 몬테네그로 측에 범죄인 인도 요청이 가능하다. 이처럼 복수의 국가가 범죄인 인도를 두고 경합하는 상황에서 권 대표의 국내 송환 여부는 몬테네그로 사법당국의 판단에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통상 국제법상 피의자를 체포한 국가가 송환 국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또 피의자 체포에 기여하거나 범죄인 인도를 먼저 요청한 국가, 피해자가 가장 많이 속해 있는 국가가 우선 송환국으로 고려된다. 피의자의 국적국, 피의자 범죄수익 환수 및 처벌 가능성 등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우리 정부는 몬테네그로 측에 권 대표의 국적을 들어 신병 확보 우선권을 주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반면 형사 사건에서 미국 당국이 한국보다 자산 압류 권한이 더 큰 만큼 미국이 권 대표 자산을 먼저 확보한 뒤 이를 한국에 일부 공여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한편 국내 테라·루나 사태 피해자 2700여명이 모인 온라인 사이트에선 권 대표의 송환 국가를 놓고 투표가 진행되기도 했는데 10명 중 7명 이상이 '미국으로 송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미국의 경우 막대한 피해를 일으킨 경제사범에 대해 수백 년씩 실형 선고를 하는 등 국내보다 처벌 수위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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