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법 체계인 미국…‘병과주의’라 형량 높아
“미국서 재판 시 징역 100년 이상도 가능”
미국서 재판받으면 범죄피해액 회복 어려워
“피해자 피해 회복 위해선 한국이 유리”
![]() |
지난 24일(현지시간)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포드고리차=AP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3개국서 송환 원해…한국이나 미국 유력
27일 외신에 따르면, 권 대표는 지난 23일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한창준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와 함께 체포됐다. 당시 권 대표는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을 갖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덜미를 잡혔다. 권 대표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지난해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두바이와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등에서 도피 생활을 했다.
몬테네그로 검찰은 체포 다음날 공문서 위조 혐의로 권 대표 등을 기소했고,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법원은 지난 24일(현지시간) 권 대표 등에 대한 구금 기간을 최대 30일로 연장했다. 도주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권 대표 측은 “모국어 통역이 제공되지 않는 등 방어권을 박탈당해 제기된 혐의에 대해 제대로 답변할 수 없었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권 대표가 체포된 이후 한국과 미국, 싱가포르가 권 대표 송환을 바라고 있다. 3개국 중 권 대표가 송환될 것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건 한국과 미국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수사당국이 산발적 고소를 접수해 수사를 진행 중이긴 하지만, 권 대표를 이미 기소한 미국에 비해 진행이 더디다. 한국은 권 대표 모국이라는 점에서 유력한 송환지다.
![]()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네티즌·피해자들 “권도형, 미국 가서 엄벌 받아야”
대부분의 네티즌은 권 대표가 미국으로 가길 바라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양형 시 여러 혐의를 합치는 ‘병과주의’ 방식으로 형을 부과하고 있어 한국보다 형량이 세다. 수백년의 징역형이 나오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이유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폰지사기(후순위 투자자 돈으로 선순위 투자자의 돈을 갚는 돌려막기 사기)를 벌인 버나드 메이도프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뉴욕 맨해튼 법원은 650억 달러(당시 한화 약 72조원)의 다단계 사기 혐의를 받은 메이도프에게 2009년 징역 150년을 선고했다. 메이도프는 결국 2021년 교도소에서 생을 마감했다.
한국에서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도 권 대표가 미국으로 가길 바라는 분위기다. 피해자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는 현재 ‘권 대표 국내 송환 여부 찬반 투표’를 진행 중인데, 27일 오전 10시 기준 62명 중 10명을 제외한 52명이 ‘미국으로 인도돼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피해자들은 댓글에서 “형량이 낮은 대륙법 체계인 한국보다 형량이 높은 영미법 체계의 미국에서 판결을 받아 죄에 대한 대가를 받아야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처벌 후 한국에서 처벌하고 그 뒤 민사를 집행해야 한다” 등의 의견을 냈다.
◆“미국선 100년 이상 형 나올 수도”
법조계에선 어떻게 볼까. 변호사들은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한국에 오는 게 낫다고 본다.
한상준 변호사(법무법인 대건)는 “권 대표가 미국에서 재판을 받으면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이 어렵게 된다”며 “국내에서도 미국에 있는 권 대표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고 승소하는 건 가능하지만 문제는 피해액을 돌려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변호사는 “또 검찰이 피해자들에게 피해액 환부절차를 진행하려면 집행재산이 있어야 하는데, 미국에서 재판을 받으면 검찰이 이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며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 관점에서 보면 국내에서 재판을 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밝혔다.
![]() |
지난 2022년 5월 19일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테라USD(UST) 폭락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검찰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정철 변호사(법무법인 우리) 역시 “국내에서 형사재판을 받으면 국내 피해자와 관련된 사건 위주로 일이 진행될 것”이라며 “권 대표도 재판 과정에서 형량을 줄이기 위해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하려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김 변호사는 “피해자가 피해액을 보상받으려면 유죄판결이 난 후 검찰이 몰수·추징을 법원에서 선고받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개인 지갑에 들어있는 돈을 (수사기관이) 몰수·추징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재판을 받는다면 권 대표의 형량은 어떻게 될까. 100년 이상의 형을 받게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변호사는 “FTX 설립자인 샘 뱅크먼-프리드의 경우 최대 155년의 징역형이 나올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며 “이론적으로 보면 권 대표도 징역 100년 이상의 형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FTX 거래소가 무너진 것 이상으로 많은 피해를 입혔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 역시 “최소 50년에서 100년 사이의 형이 나올 것 같다”고 했다.
미국 뉴욕 검찰은 지난 24일(현지시간) 권 대표가 체포된 뒤 증권 사기와 시세조작, 인터넷뱅킹을 이용한 금융사기 등 8개 혐의로 권 대표를 기소한 상태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