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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고령운전자 사고 폭증… “면허 차등 허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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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 반납 실효성 잇단 지적

사망사고 가해, 65세 이상 ‘최다’

2022년까지 면허 반납 ‘전체 2%’

美·日, 주기적으로 재심사·교육

전문가 “양자택일식, 실효성 부족

이동권·교통 안전 균형적 고려를”

세계일보

고령 운전자 수가 매년 급증하는 가운데, ‘유지 아니면 반납’ 양자택일식 고령 운전자 면허관리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하는 정책도 충분히 세심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령자 이동권과 교통안전 문제를 균형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26일 경찰청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면허소지자는 빠르게 늘어나 2025년 498만명, 2030년 725만명, 2035년 994만명, 2040년 1316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도 증가하는 추세다. 도로교통관리공단 자료를 보면 재작년 교통사고로 사망자를 가장 많이 낸 운전자 연령대는 65세 이상이었고, 전체 교통사고의 24.3%를 차지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0일 부산에서 79세 운전자 A씨가 행인 2명을 들이받고, 한 식당 내부로 돌진해 손님 5명을 다치게 한 사고가 있었다. A씨는 “액셀과 브레이크를 헷갈렸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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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책은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 활성화’다. 경찰은 내년도 예산에 65세 이상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 관련 예산을 5배 증액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면허 반납자들에게 지급되는 지원금과 대상 인원을 확대해 고령 운전자의 면허 반납제도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단순히 운전을 막는 방식이 고령자에게 합리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운전면허를 반납한 65세 이상 운전자는 전체 고령 운전자의 약 2%에 그쳤다.

해외에서는 ‘운전능력에 따른 운전 허용범위 차등적용’을 통해 보다 현실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지난달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고령자 운전면허 관리제도의 해외사례와 시사점)에 따르면 여러 국가에서 고령 운전자의 면허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갱신 주기를 단축하되, 심사를 통해 운전은 계속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고령 운전자의 노화로 인한 신체·인지 기능의 점진적 저하를 고려하면서도 실제 운전능력을 살펴 이동권을 보장하는 차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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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는 70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재심사를 실시하며, 운전능력에 따라 일정 조건이 부과된 면허를 발급한다. 지역주행시험을 거쳐 운전자의 거주지 근처에서만 운전하도록 하는 식이다. 일본에서는 71세 이상 운전자가 3년 주기로 면허를 갱신할 수 있으나, 70세가 넘으면 갱신 시 고령자 강습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75세 이상 운전자는 인지기능검사도 받는다. 호주에서는 75세 이상 운전자가 매년 운전적합성에 대한 의료평가와 운전실기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송림 국회입법조사관은 “한국은 운전능력에 따른 차등 허용이라는 보편적 원칙이 고려되지 않아 20대 이하와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율이 높다”며 “지금의 고령 운전자 면허관리는 ‘유지 혹은 취소(All or Nothing)’식으로 운용되며 고령 운전자의 이동권 보장과 교통사고 관리에 모두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김정화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도 “고령 운전자 가운데 생계상 이유로 운전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안전장치를 강화한 차량인 ‘서포트카’ 구입 시 국가에서 보조해주는 일본의 정책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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