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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쉬었다 돌아오니 월급 깎여”...직장인 절반은 육아휴직 못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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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사용 어려워’ 45.2%
출산휴가, 가족돌봄휴가도 ‘허울’
비정규직, 중소기업, 저임금 등 심각
“정부가 근로시간 감축 나서야”


매일경제

[자료=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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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후 복직했는데 급여도 깎였고, 만 6개월째 특별한 보직이 없습니다. 휴직 복귀할 때 경황이 없어 당일 실수로 계약 동의를 해버렸는데, 6개월 동안 깎인 임금이 100만원이 넘어요.”

직장인 두 명 중 한 명 꼴로 법적으로 보장된 육아휴직조차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가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근로시간 유연화에 앞서 현행 휴직제도부터 눈치보지 않고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민간공익단체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진행한 출신휴가, 육아휴직, 돌봄휴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직장에서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지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의 45.2%에 달했다.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는 응답은 비정규직(58.5%), 5인 미만 사업장(67.1%), 5~30인 미만 사업장(60.3%), 일반사원(55%), 월급여 150만원 미만(57.8%) 등 노동조건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응답자들에서 더 높게 나왔다.

연령대로도 20대(48.9%), 30대(40%), 40대(48.1%), 50대(44.5%)로 큰 차이가 없었다. 개인의 권리를 행사하는 데에 눈치를 덜 볼 것이라고 거론돼온 이른바 MZ세대마저도 기성세대들과 다르지 않은 셈이다.

출산휴가 사용에 대해서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산전 후 휴가(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39.6%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특히 직접 출산을 하는 여성(45.3%)이 남성(35.2%)보다 출산휴가 사용을 어렵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도 20대(45.5%)가 30대(36.7%)나 40대(40.3%)보다 높게 나타났다.

임신으로 인해 지난 1월 한 달 동안 산전후 휴가를 사용한 후 업무에 복귀한 직장인 A씨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A씨는 복귀 후 다른 업무를 하다가 지방의 생산공장 출장에 다녀오라는 지시를 받고 “임산부라 장거리 출장이 힘들다”고 답했다. 하지만 A씨는 다음주에 생산공장으로 아예 보직을 옮기도록 인사명령 통지를 받았고, 육아휴직을 추가로 사용하려 해도 회사 측은 ‘30일 이전 신청’ 규정을 들어 시간을 끌고 있다.

육아휴직을 다녀온 뒤 근속연수에 따른 안식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등 각종 불이익을 받았다고 제보한 경우도 있었다.

가족돌봄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는 응답은 53%로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보다도 높게 나타났다. 20대(55.1%)부터 50대(50.2%)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대에서 휴가 사용이 어렵다는 응답이 과반을 차지했다.

최근 공무원 B씨는 가족의 큰 수술로 가족돌봄휴가 10일을 신청했지만 결재권자가 “4일만으로도 간병은 충분하다. 다른 가족이 (간병을) 하면 된다”고 거부하는 일이 있었다. B씨는 직장갑질119 측에 “무급휴가 10일인데 안 된다고 한다”며 “갑질신고 사유가 되는지 궁금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가 2020년 실시한 일·가정양립실태조사에서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 하루 2시간 단축 근무)를 활용한 직장인은 5.9%에 불과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가 주당 최대 35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게 한 제도)를 사용한 노동자는 6.4%에 그쳤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보다 노동시간 이 긴 칠레는 주 45시간제를 주 40시간제로 줄이는 법안을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는 등 전 세계가 노동시간을 줄이고 있다”면서 “OECD 최장 노동국인 한국은 주52시간도 부족하다며 정부가 앞장서 노동시간을 늘리려 한다”고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안을 비판했다.

장종수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고용 형태를 불문하고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 일·생활 균형의 기본이 되는 법상 제도 사용마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과연 노동자가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정부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의 끝은 결국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선택’에 내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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