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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버티면 KT 망가질 듯" 물러난 CEO 후보…노조 "이사진 사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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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KT의 차기 대표이사(CEO) 공모절차가 난항을 겪으며 ‘통신 공룡’ KT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구현모 현 KT 대표의 임기 종료 시점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차기 대표 후보인 윤경림 KT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사의를 밝힌 것. KT 이사진은 윤 사장의 사의 철회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미 훼손된 리더십은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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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말 예정된 KT 정기 주주 총회에서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의 차기 대표이사 확정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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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이사진은 여전히 윤 후보의 사의 철회를 설득하고 있다. 오는 31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까지 버텨달라는 것. 하지만 상황의 반전은 어려울 전망이다. KT 관계자는 “이사진의 설득으로 윤 후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면서도 “사의가 기정사실화된 마당에 이제 와서 철회하기에 좀 늦은 것이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또 “아직 윤 후보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며 “수일 내로 직접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사퇴를 공식화할 경우 주총 의안에서 차기 대표 선임 건은 제외된다. 또 윤 후보가 제안한 신규 사내이사(송경민 KT SAT 사장(경영안정화TF장),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부사장)) 선임 안건도 자동 폐기된다. 이 경우 KT는 의안 변경에 따른 정정 공시를 해야 한다. KT 정관에 따르면 대표 대행은 사장급인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맡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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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림 KT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K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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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윤 후보는 22일 이사진과 만난 자리에서 “내가 계속 버티면 KT가 더 망가질 것 같다”며 CEO 후보에서 물러날 뜻을 내비쳤다. 윤 후보의 이 같은 결정에는 정부·여당의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 7명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KT 이사회가 그들만의 이익 카르텔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구현모 대표가 후보에서 사퇴하며 자신의 아바타로 윤경림 사장을 세웠다는 소문이 있다”고 주장했다. KT가 윤경림 사장을 차기 CEO 최종 후보로 발표한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국민을 위해 이권 카르텔 세력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시민단체 ‘정의로운사람들’이 구 대표와 윤 후보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2021년 7월 현대차가 에어플러그(구 대표의 형이 창업한 벤처기업)를 인수하는 과정에 구 대표와 윤 후보가 관여했고, 윤 후보가 이에 대한 대가로 KT 임원에 영입됐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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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런 가운데 KT 내부에서는 이사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KT 노조는 지난 23일 입장문을 통해 “지난해부터 이어온 대표 선임에 따른 혼란은 회사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전망으로 이어져 기업가치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며 “현재의 경영위기 상황을 초래한 이사진은 전원 사퇴해야 하고, 즉시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서 경영 공백을 없애고 조합원들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부 정치권에서 민영화된 KT의 성장 비전에 맞는 지배구조의 확립과 자율적이고 책임성 있는 대표 선임 절차를 훼손하면서 외압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주는 행위도 있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KT 노조는 30일 예정된 대의원 대회 일정을 29일로 앞당기고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소수 노조인 새노조도 이사회에 책임을 물었다. 새노조는 성명을 통해 “연말부터 4개월 가까이 차기 대표 선임 절차가 이어졌음에도 주주총회에 올릴 사장 후보를 마련하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인사, 사업 추진 등의 업무 프로세스가 모두 멈췄다”며 “이사회가 수차례 반복된 차기 대표 후보 선임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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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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