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 행사 방침 확고…대통령실, 巨野 입법폭주에 '원칙론' 대응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사진=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대통령실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관련한 각계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내부적으로는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방침을 굳히고 관련 준비에 착수했다. 앞으로도 대통령실은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에 대해 필요할 경우 언제든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원칙론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
尹대통령, 양곡법 거부권 행사 방침 확고
━
윤석열 대통령이 1월2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신년 인사회에서 입장하며 김진표 국회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6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강행처리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개정안은 쌀 생산량이 목표량의 3~5%를 초과하거나 쌀값이 평년 대비 5~8% 이상 하락하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통령실은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 "법률개정안이 정부에 이송되면 각계의 우려를 포함한 의견을 경청하고 충분히 숙고할 예정"이란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이 반대 의사를 수차례 밝혔음에도 곧장 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고 의견 수렴의 시간을 갖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거부권 행사 입장이 바뀔 가능성은 낮단 얘기다. 법안은 아직 국회에서 넘어오지 않았으며 현재로선 내달 4일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권이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재의요구 여부는 아직 알고 있지 못하다"면서도 "이 법안이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입법이란 생각에 변함이 없다. 법안의 이같은 약점을 민주당도 알고 있기 때문에 여당이었을 당시 처리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장에서 남는 쌀을 정부가 재량으로 매입하는 건 지금도 하고 있다. 이 법안은 오히려 쌀 생산을 부추겨 구조적 공급과잉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국민 혈세를 허망하게 사용하는 데 국민들이 공감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안이 헌법에 부합하는지, 재정을 낭비하게 되지 않는지,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지 등을 기준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
대통령실은 의견 수렴 중…"정작 농민들이 거부 요구"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5일 경북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열린 제9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앞서 딸기 온실을 방문해 청년농으로부터 작물 재배현황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사진=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대통령실은 무엇보다 이 법안이 농민에게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법안이 쌀 초과생산을 부추겨 농업생산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청년농 육성, 스마트팜 등 다른 농업 부문의 예산이 축소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스마트팜을 수출유망산업으로 분류하고 고부가가치화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경북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제9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인구 감소, 기후 변화 등 농촌이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 AI(인공지능)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농업의 확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다수의 농민단체들이 법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정부는 재의 요구권을 행사하고, 이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균형 잡힌 양곡 정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각계 의견을 듣고 있는데 정작 농민들이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일부 단체들만 주장하는 법안"이라고 했다.
━
간호법·노랑봉투법 줄줄이 대기…대통령실 "타협 없다"
━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석 266인, 찬성 169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문제는 양곡관리법이 시작에 불과하단 것이다. 거대 야당이 주도한 간호법 제정안과 방송법 개정안 등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상태다.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가압류를 제한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사관계조정법 개정안)도 본회의 직회부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모두 윤 대통령의 기준에선 거부권 대상으로 분류될 전망이다. 민생에 영향을 미치면서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될 것이 유력해서다. 대통령실은 일단 최대한 국회 차원에서 여야간 타협과 조율에 기대를 건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국익을 침해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타협 없이 원칙론에 따라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리를 행사해 맞선단 방침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일단 더 이상의 입법폭력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제대로 된 법안이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다"며 "의회민주주의가 보장하는 대화와 타협에 의해 합리적인 결과가 도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국회에서 다수당이라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숫자로 밀어붙인다면 과거 독재와 뭐가 다른가"라며 "절차적 민주주의는 진보진영이 중시하는 건데, 자기부정이다. 이를 용인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아니라 먼저 국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