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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재계약했는데 전세금 내려달라니” 강남 집주인 분통, 무슨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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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침체에 전셋값 하락 지속
재계약 후 보증금 인하 요구 늘어
갱신청구권 영향에 골머리


매일경제

지난달 말 입주를 시작한 개포자이프레지던스 모습 [사진 = 다음 로드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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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시장 약세가 이어지면서 재계약을 한 집주인조차 행여 세입자에게 전화가 걸려올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재계약을 한 지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전셋값을 시세대로 맞춰달라”며 재감액을 요구하는 세입자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에 새 임대차보호법의 맹점이 입주단지가 인접한 임대차 시장에서 또 다른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주택 및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재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감액 재계약이 이뤄진 경우에도 신규 계약분보다 금액이 높은 단지를 중심으로 세입자가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특히 최근 입주물량이 쏟아지고 있는 서울 강남권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집주인과 세입자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달 말부터 개포자이프레지던스 등의 대단지 입주가 시작되면서 이 일대 신규 전세 매물의 하락 거래가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이 하락 거래를 보고 계약서를 쓴 갱신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낮춰 다시 계약하자고 요구하고 있다는게 주변 중개업계의 전언이다.

실제 개포동 개포래미안포레스트 전용 59㎡은 종전 9억원 보증금에 15만원 반전세를 이달 9억원 전세(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로 감액 재계약했다. 이 단지의 같은 평형 신규 계약분은 최근 7억3000만원에 계약됐다.

같은 동 개포 디에이치아너힐즈 전용 59㎡도 올 1월 13억원에서 9억원으로 4억이나 낮춰 재계약이 진행됐으나, 최근 신규 전세 거래는 8억원에 이뤄졌다.

강남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김모씨는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 “지난해 하반기 재계약을 했는데 벌써 2억원이나 떨어졌다”면서 “매달 나가는 대출이자라도 낮추기 위해 보증금을 내려달라고 집주인에게 요구할 생각”이라고 적었다.

강남에서는 고금리 기조로 전세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최고가 대비 수억원 떨어진 전세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보면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는 지난 2일 12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작년 5월 기록한 최고가 22억원 대비 9억5000만원 하락했다. 또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도 2021년 12월 최고가 21억8000만원 대비 7억6000만원 떨어전 14억2000만원에 지난달 전세 거래됐다.

강남권에 입주물량이 쏟아지면서 강남구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이 10억원 밑으로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서울 강남구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9억7180만원으로, 전달(10억1788만원) 대비 4608만원(4.5%) 하락했다. 지난해 7월 최고점(11억6855만원)에 비해서는 1억9674만원(16.8%) 떨어졌다.

앞서 서초구도 지난 1월 9억8940만원으로, 10억원 밑으로 떨어진 뒤 2월에도 9억6084만원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봄 이사철 갈아타기 수요 등으로 매물이 소화되고 있지만, 대단지 아파트 입주 예정돼 있다 보니 전셋값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남에서만 올해 1만3000여 가구가 공급 예정으로 지난해 입주 물량에 비해 4배 가량 많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에는 총 38개 단지, 3만3338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0년 5만6784가구에서 매년 줄어 지난해 3만 가구대로 감소했다.

다만, 올해 입주 물량 중 27%는 강남권에 집중됐다. 지난달 말 3000여가구에 달하는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입주를 시작으로, 8월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2990가구)가 입주하고, 11월에는 강남구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6702가구) 등 순차적으로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계약갱신청구권?
통상 집주인은 계약 종료전이라면 세입자가 보증금을 낮춰달라는 제안을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경우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첫 2년간의 임대차 계약이 끝날 때, 세입자가 2년간 재계약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집주인은 실거주 같은 예외적 상황이 아니면 이를 거부할 수 없고, 전·월세도 5% 이상 올리지 못한다.

2009년 개정된 임대차보호법 제6조2항에서는 묵시적 갱신을 통해 계약을 갱신했을 때만 임차인이 계약을 해지 통보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20년 또 다시 개정된 임대차보호법에서는 계약갱신요구권을 통해 성사된 계약도 제6조2항 조항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즉, 주인과 갱신권을 써 정식 계약을 맺은 세입자는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도 언제든지 이사 등의 이유로 집주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특약 등이 없이 임차인이 3개월 전 퇴거를 고지한 상황이라면 이후 세입자를 구하는데 필요한 중개수수료 등을 임대인이 부담해야 한다. 적법하게 종료된 계약이기 때문이다.

개포동 아파트를 전세 준 한 임대인은 “갱신계약 후 계약 기간이 아직 1년 이상 남았는데 퇴거를 이야기하면서 중개수수료도 임대인이 내라 한다”면서 “아무리 갱신권을 사용했다고 해도 계약서에 기재된 기간을 지키는 것이 정상 아닌가 싶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불공평한 법이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기조로 전세 수요가 대거 월세로 전환되고, 입주 물량이 늘어나면서 강남권 아파트 전셋값 하락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성진 부땡톡 대표는 “올해 입주 물량이 많은 강남권에서 전셋값 하락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입주 예정 단지의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인근 단지들의 전셋값도 하락하는 도미노 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신규 아파트의 입주 물량이 연달아 예정돼 있기 때문에 전셋값 하락 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셋값 하락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는 세입자들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집토스가 수도권 주택의 국토부 전·월세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작년 12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계약은 6574건으로 전체 갱신계약 중 약 36%였다. 작년 1월 1만4119건의 47% 수준으로, 2020년 7월 말 시행 후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저치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경우에도 전셋값을 낮춘 감액 계약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12월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갱신계약 중 종전보다 전셋값을 내린 계약은 1481건이었다. 작년 1월(84건)의 17.5배 수준이다.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면서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사례도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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