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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무슨 일 있었어?”…도심 ‘화려한 외출’ 뒤 세로 상태는 ‘멀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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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찰과상 외 다친 데 없어

서울어린이대공원 “세로, 부모 잃고 외로움 타”

노후화된 시설들 전면 보수 방침

헤럴드경제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일대를 활보하는 얼룩말 '세로'.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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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마치 무슨 일 있었냐는 표정으로 (저희를) 말똥말똥 쳐다보더라고요. 정말 다행입니다”

25일 조경욱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복지팀장은 최근 ‘화려한 외출’을 다녀온 얼룩말 ‘세로’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세로가 서울어린이대공원을 빠져 나와 3시간 넘게 도심을 활보한 나머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했다. 하지만 세로가 큰 사고 없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는 것 만으로 안도하는 반응이었다.

서울어린이대공원 측에 따르면 지난 23일 서울 광진구 일대를 누빈 세로의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파악됐다. 세로가 의식을 차린 후에는 전담 수의사와 사육사의 보살핌 속에 안정을 되찾고 건강한 상태로 휴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로에게서 가벼운 찰과상도 발견됐으나, 자연스럽게 치유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조 팀장은 “(세로가) 차에 치이는 등 골절이 생겼을까봐 걱정이 많았는데, 다친 데 없이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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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말 '세로'가 과거 부모인 얼룩말과 함께 지내던 모습.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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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의 탈출 배경은?…“부모 잃고 외로워해”=그랜트 얼룩말로 지난 2019년 6월 동물원에서 태어난 세로에겐 가슴 아픈 가족사가 있다. 새로가 태어난 지 2년 뒤인 2021년 엄마 ‘두루’가 세상을 떠났다. 아빠인 ‘가로’ 역시 숨을 거두고 말았다 .

서울어린이대공원 측은 세로가 어떠한 이유에서 탈출하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다만 가족들이 모두 세로의 곁을 떠나게 된 것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조 팀장은 “세로가 무엇에 놀랐는지는 모르겠으나, 자기 키보다 큰 나무 울타리를 부수고 탈출했다”며 “(울타리는) 높이 0.5m의 하단 데크를 합해 1.7m가량 된다. (데크에는) 약한 전기가 흐르는 철책으로 둘러쳐져 있어 일반적인 동물들은 잘 접근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모님을 잃은 것과 더불어 (세로의) 형과 누나들도 부족한 축사 공간으로 인해 다른 동물원으로 옮겨졌다”며 “무리를 지어 지내야할 세로가 축사에서 늘 혼자 지내던 탓에 외로움도 타고, 반항적인 모습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동물 탈출 소동 꾸준…코끼리·퓨마 탈출하기도=어린이대공원에서 동물이 빠져나온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5년 4월에도 어린이대공원에 서식하던 코끼리 6마리가 탈출하는 소동이 있었다. 당시 공연 중이던 코끼리 1마리가 갑자기 놀라 뛰기 시작하자 나머지 코끼리들이 한꺼번에 탈주를 시작했다.

탈출한 코끼리들은 사람을 들이받고 인근 음식점 집기를 부수거나 가정집 정원을 짓밟는 등 난동을 부리다 5시간 만에 수습됐다.

2018년 9월에는 대전동물원에서 퓨마 1마리가 탈출하기도 했다. 당시 사육사들이 퓨마를 마취시키려는 시도를 했지만, 마취총을 맞았음에도 이동을 이어나갔다. 마취 작전에도 퓨마가 쓰러지지 않는 모습에 결국 경찰과 소방당국은 퓨마를 사살하는 것으로 소동을 일단락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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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말 '세로.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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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대공원 “재발 방지 위해 시설 보수…세로에겐 암컷 소개”=어린이대공원 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노쇠한 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보수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현재 내실에서 생활하고 있는 세로의 경우 방사장(외실)에서 지낼 수 있도록 이달 안으로 보수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세로가 부순 나무 데크 역시 튼튼한 철제로 교체할 예정이다.

조 팀장은 “중장기적으로는 동물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게 개체수를 차츰 줄여가면서 노후화된 어린이대공원 건물 시설들을 중심으로 리모델링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외로) 세로가 도심을 활보하면서 기물을 파손한 제보가 온다면 모두 배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외로움’을 앓던 세로에게도 희소식이 전해졌다. 어린이대공원 측은 세로가 인간으로 따지면 사춘기를 막 졸업한 청년 시기인 점을 고려, 내년에는 다른 동물원의 또래 암컷을 짝으로 맞아 대공원 동물원에서 함께 살 계획이라고 밝혔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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